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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MOBILE]일본 휴대폰 제조사 이야기


지금 일본시장에서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는 제조사는 샤프전자, 도시바, 카시오, NEC, 파나소닉, 후지츠, 교세라, 미츠비시, 산요 등 매우 다양하다(단 노키아, 삼성 등 해외 제조사 및 소니에릭슨은 제외하자). 일본 국내 기업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회사가 존재할 정도로 꽤 경쟁이 심한 시장이다. 이 중에서 2006년 일본 가트너 조사 기준으로 일본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는 샤프전자이고, 그 뒤를 파나소닉, NEC 등이 잇고 있다.

샤프전자는 2006년 일본판 지상파DMB인 ‘원세그’ 기능과 고화질 LCD를 탑재한 휴대폰을 다양하게 출시해 일본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파나소닉은 웬만한 기능을 모두 갖춘 휴대폰 시리즈인 NTT도코모용 ‘FOMA 900 시리즈’로 호평을 받았고 NEC는 FOMA 900 시리즈보다 기능은 조금 떨어지지만 이용하기 편하고 저렴한 ‘FOMA 700 시리즈’를 많이 판매했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2006년 일본에서는 4천826만대의 휴대폰이 판매됐다. 이것은 2003년의 4천871만대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제조사마다 잘 팔린 단말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요즘은 가격은 조금 비싸더라도 고급 기능을 갖춘 단말기가 인기를 끄는 편이다. 이렇게만 보면 휴대폰 시장이 호황인 듯 보이지만 실제 일본 휴대폰 제조사는 만성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그것은 바로 ‘해외에서는 안 통한다’는 것이다.

전세계 휴대폰 점유율을 살펴보면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 등 누구나 잘 아는 제조사가 등장한다. 특히 1위인 노키아 시장 점유율은 30%를 넘지만 일본 제조사들의 점유율은 다 합쳐도 10%에도 못 미친다. 이렇게 점유율이 낮은 이유는 판매 부진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샤프전자, NEC, 미츠비시, 도시바 등이 해외시장에서 전면 철수 및 일부 철수한 전례를 가지고 있다.

제조사 부진 이유, 바로 일본 시장에 있다!

자국 내에서는 세계적인 해외 제조사도 못 따라올 정도로 큰 힘을 보여주는 일본 제조사이지만 해외로 나가면 그 단말기를 만나는 일조차 드물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설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3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미국시장에서의 실패다. 시장규모가 큰 미국시장에 일본 제조사가 진출한 80년대, 미국은 아날로그방식으로 세계를 선도했지만 90년대 디지털방식으로 완전 변화하는 데는 다른 나라보다 시간이 걸렸다.

반면 일본에서는 미국처럼 방식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고 마침 90년대에 NTT도코모를 통해 서비스된 데이터서비스 ‘아이모드(iMode)’가 대히트를 친 시기였다. ‘아이모드’의 인기와 함께 휴대폰 인기도 높아져서 휴대폰 수요가 급속히 많아졌다. 일본 제조사는 이익율이 높은 일본시장을 보게 된 것이다.

두번째는 통신방식과 정부 정책이다. 일본에서는 2G에 PDC(Personal Digital Cellular)방식을 이용했다. 이것은 일본에서 개발된 규격이고, NTT도코모가 채용한 것을 계기로 다른 이통사들도 쓰기로 했다. NTT도코모는 이 규격을 세계 표준으로 보급시키려고 생각했지만 우정성(한국 정보통신부와 같은 정부기관. 현재 총무성으로 이름 변경)은 당시 ‘NTT법’이라는 법률로 NTT가 해외로 진출하는 것을 제한한 것이다. 이 PDC 방식은 해외로 진출하지 못한 채 일본은 세계시장에서 고립됐다.

마지막으로 일본 시장의 매우 독특한 구조도 제조사를 일본 시장에 머무르게 한 이유 중 하나다. 일본은 극단적으로 이통사의 힘이 강한 시장이다. 단말기 개발에서 판매까지 모두 이통사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사가 감히 앞에 나설 수는 없는 것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통사가 원하는 단말기만 만들면 되고, 이통사가 판매까지 모두를 해주기 때문에 편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이통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로 굳어버렸다. 일본시장에만 맞는 휴대폰을 계속 만들다 보니 전세계에 통하는 단말기를 못 만들게 된 셈이다.

지금 일본의 휴대폰 계약수는 약 9천700만명(전기통신사업자협회, 일본 인구는 약 1억2천700만명)으로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아무리 멋있고 기능이 좋은 휴대폰을 만들어도 신규가입자를 대량 유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돼버린 것이다.

따라서 해외시장으로 나가야 하지만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기업들이 소극적인 편이다. 지금까지 모든 마케팅도 이통사에 맡겨 왔기 때문에 판매 노하우도 많지 않다.

3G로 다시 해외에…

총무성내에 있는 ‘모바일 비즈니스 연구회’에서는 모바일 비즈니스에 대한 여러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2007년 4월에도 모임이 있었는데, 거기서 제조사들의 의견도 발표됐다. 제조사들은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이 낮은 것에 대해 “아직 해외 철수 후 얼마 안 됐다. 다시 해외로 나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시점에서 일본 제조사가 해외 시장에 다시 도전할 의지가 아주 낮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새 단말기가 출시되는 주기가 4~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적어도 1년 6개월이나 걸리는 시장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어 실패할 위험이 낮다’고 분석하는 소리도 나왔다.

이러한 발언은 일본 휴대폰 제조사들이 과거에 실패한 해외시장이지만 나름대로 좋은 점도 발견하고 다시 도전할 의지도 있음을 반증한다. 실제로 NEC와 샤프전자는 2007년 중에 해외시장을 다시 공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3G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그만큼 경쟁이 심하기도 한 세계시장에서 이들 제조사가 어떤 전략으로 도전할 지 주목되고 있다.

/글 사사키 토모미(Sasaki Tomomi). 일본 ITmedia 및 MYCOM Journal 등에 글을 기고하는 전문기자로 직접 한국어로 기사를 작성해 엠톡에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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