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김광일의 릴레이인터뷰 코너입니다.
오늘은 인성정보 원종윤 사장이 추천한 서른 여섯번 째 릴레이인터뷰 주인
공을 소개하겠습니다.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시큐어소프트의 김홍선
(42) 사장입니다.
원 사장은 김 사장에 대해 "항상 공부하는 학구적 스타일의 모범적인
CEO"라며 추천했습니다.시큐어소프트 김홍선 사장이 어떤 면에서 학구적이
고 모범적인 지,그의 정보보안사업 창업스토리를 소개하겠습니다.

vspace="10">99년 11월말 런던.대학 캠퍼스를 연상케할 만큼 아카데믹하고
고풍스런 분위기의 한 건물안에는 멋진 정장차림의 손님들이 한국의 한 젊
은 벤처기업가의 사업설명에 모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정보보안은 인터넷의 핵심인프라입니다.저는 세계 e비즈니스 인프라의 핵
심툴을 만들어낼 생각입니다"시큐어소프트 김홍선 사장의 해외 사업설명회
(IR)는 홍콩에 이어 런던,뉴욕,보스턴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
한달후인 12월말 서울의 신라호텔 VIP룸.강렬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유명
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은 시큐어소프트 김홍선 사장의 사업설명을 들으
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2000년 3월.시큐어소프트는 손정의펀드 투자 1호업체가 된 데이어 미국 최
대 투자사인 캐피털인터내셔널,영국 애틀란티스 3개 회사로부터 무려 280억
원규모의 외자를 유치하는 대역사를 이뤄냈다.
강남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홍선 사장은 한눈에도 공부밖에 몰랐을 것
같은 학구적인 분위기가 물씬 난다.엔지니어출신들이 자칫 놓치기 쉬운 조
직관리(management)나 비전을 제시하는 경영능력에서 그는 벌써 원숙한 노
련미를 보인다.
온갖 시련을 견딘 탓인 지 좀처럼 무너질 것같지 않은 강한 내공도 느낄 수
있다.시큐어소프트는 정보보안 제품 및 솔루션 전문업체로,지난해 220억원
(순익 30억원),올해는 330억원에 순익 60억원을 바라보고 있는 유망 벤처기
업이다.올봄 코스닥에 입성한다.
◆ 온실속의 화초
김 사장은 그야말로 흔히 'KS'라 부르는 엘리트코스만을 밟아온 인물.대학
은 물론 박사학위를 받은 곳,직장생활조차 그는 최상의 코스만을 거쳤다.
김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미국 퍼듀(Purdue)대 컴퓨터공학박사출신이
다.졸업후 텍사스소재 연구소 근무중 삼성전자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
고 90년 10월 귀국했다.
삼성전자 웍스테이션사업부(당시 경기 기흥소재)에서 3년간 일했다.하지만
SW사업을 삼성전자에서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94년초 대학
교수자리도 뿌리치고 미국기업행을 결심,자그만 컨설팅회사인 TSI사로 자리
를 옮겼다.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주거나 사업모델을 개선시켜 주는 컨설팅이 그의 주
된 일.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일본계 고객사들과 부대낀 3년은 그야말로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미국 SW산업을 접하며 'SW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나름의 철학을 만
들 수있는 좋은 기회였다.그는 그 때 막연하게나마 사업가로서의 꿈을 키우
고 있었다.TSI사장의 말은 지금도 생생하다."당신은 천부적으로 사업가의
자질이 있다.착실히 준비하면 언제가는 사업가가 될 것이다"
퍼듀대 지도교수였던 로버트 미첼박사와의 만남도 김홍선의 사업적 잠재력
을 일깨우는 좋은 계기가 됐다.미첼박사 덕분에 마국기업인을 만나며 미국
비즈니스에 대해 이해할 수있었기 때문.이 때의 경험과 만난 사람들은 훗
날 그가 외자유치를 비롯해 해외사업을 펼치는 데 결정적인 밑거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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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 째 귀국,그리고 홀로서기
98년 1월초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던 어느날.그는 나눔기술 장영승 사장과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 무서운 IMF한파를 어떻게 견뎌야할 지
를 얘기하고 있었다.
하루에도 사업시작한 걸 몇 번씩 후회하며 몸서리치던 김 사장은 불과 1년
전만해도 안정된 직장인의 전형이었다.김 사장의 창업기는 후배들 영향이
컸다.96년말 친한 후배들이 미국에 있는 김 사장에게 SOS를 쳤다.같이 사업
을 하자고 요청해온 것.
조금씩 도와주다 97년초 사표를 쓰고 아예 귀국했다.7평 남짓한 사무실에
서 직원 5명의 보안업체인 '아이에스에스(시큐어소프트의 전신)'는 이렇게
탄생했다.
기술변화의 패러다임을 읽는 데 탁월했던 김 사장은 몇 개월간의 장고끝에
인터넷에서 핵심인프라에 해당하는 정보보안쪽을 택했다.하지만 기술이 없
었다.무조건 배우자는 생각에 외산제품을 들여와 컨설팅해 판매했다.
놀랍게도 그는 고객들을 만나 컨설팅을 하는 짧은 기간동안 시장이 원하는
보안시스템이 무엇인 지 정확히 읽어냈다.자체 개발할 수있을 것같은 자신
감이 생겼다.10 여명의 식구는 방화벽(파이어월)개발에 매달렸다.하지만 자
본은 금새 바닥났고,더 이상의 투자도 힘든 상황이었다.
◆ 암흑과 같은 절망

vspace="10">한 해동안의 시행착오끝에 98년에는 매출을 기대할수 있었다.
하지만 97년말 불어닥친 IMF는 이러한 실날 같은 희망을 여지없이 날려버렸
다.김 사장은 98년 해가 바뀌자마자 날아든 몇 통의 전화를 받고 망연자실
했다.
수주직전까지 갔던 총 10억원규모에 이르던 프로젝트들이 모두 날라가 버
린 것.눈 앞이 캄캄했다.돈이 없어 친척들 집까지 담보로 부탁해 끌어들인
운영자금마저 바닥을 보이는 것을 보고 김 사장은 왜 사업을 시작했는 가하
는 후회를 하루에도 몇 십번씩 했다.
절망감뿐 한 치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자책감과 강한 위기의식이 온몸을 휘
감았다.돈에 쪼들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이올린 레슨을 그만두게 할 때는
정말 가슴아팠다.영업나갔던 직원들이 주차비 몇 천원이 없어 쩔쩔맸다는
얘기를 듣고는 창피해 회사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회사의 자금흐름은 꽉막혔다.절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다."돈이 없으니 자포
자기 상태가 되더라구요"그는 돈은 기업의 '피'라고 단언한다.급전을 빌려
직원월급을 주면서 김사장은 돈의 위력을 뼈져리게 느꼈다.제품을 시장에
빨리 내놓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아래 개발에만 매달렸다.
IMF직전 투자자와 진행중이던 투자유치를 빨리 매듭짓지 못해 결국 수포로
돌아갔던 일은 지금도 '아차'싶은 통한의 패착이었다.
◆ 대결단,빅딜
98년 10월중순 강남병원.그는 합의전날 교통사고를 당한 사이버게이트 인터
내셔널 김호성 사장(현 지오창투대표이사)과 합병서에 사인했다."경쟁사끼
리 소모적으로 싸워봤자 서로 힘들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서로 비슷
한 생각을 갖고있다 얘기가 나와 2주만에 전격적으로 합병키로 합의했죠"
98년 11월 양대보안회사가 합쳤다.시큐어소프트의 탄생이었다.두 회사를 합
친 시장점유율은 90%쯤 됐다.하지만 문제는 합친이후 발생했다.경쟁사로 치
열하게 맞붙었던 두 회사의 이질적인 문화는 그리 쉽게 결합될수 없었다.
구조조정을 했다.직원 3분의 1을 줄여 40명선으로 시작했다.몇 개월간 조직
화에 골몰했다.제품을 내놓고 시장에서 검증받기를 몇개월,99년 6월부터 고
객들이 서서히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고생끝에 낙이라고 했던가.그해 7
월 삼성증권과 KTB로부터 25억원을 투자받았다.
가뭄끝의 단비였다.김 사장은 지금도 두 회사의 투자팀장을 그래서 잊지 못
한다.7월을 고비로 매출은 급격히 성장곡선을 타기 시작했다.프로젝트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터졌다.
2000년초 김 사장은 직원 및 직원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조촐한 기념식을 가
지며 주체할 수 없는 감회에 젖어들었다.부모님과 장인 장모도 자리를 함
께 했다.논현동 두산빌딩에 새로 마련한 600평규모의 사무실 이전 기념식이
었다.
7평짜리 사무실에서 같이 시작했던 여사원이 울먹이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지나간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김 사장은 기념식을 마치며
속으로 “시큐어소프트는 제 2의 창업을 한 거야”라며 되뇌였다.생존의지
와 사업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기념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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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ef="http://www.inews24.com/news/gisadown.asp?gd_serial=190">
src="https://image.inews24.com/image/btn_down.gif" border="0">시큐어소프트 회사자료
◆ 환상의 경영진
시큐어소프트는 99년 12월이후 직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70명이
상 늘어 금새 100명을 넘어섰다.김 사장이 심혈을 기울인 것은 임원진.
김 사장은 사업 및 마케팅쪽의 전문가인 안교웅 부사장과 보안기술쪽을 책
임지고 있는 안혜연이사 2명을 극적으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안 부사장
은 IBM,인포믹스를 거친 마케팅전문가.시장전체를 보는 탁월한 감각과 파워
풀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미 매사추세츠주립대학 박사출신인 안 이사는 이 바닥에서 보기드문 여성이
지만 삼성SDS에서 7년간 삼성 전계열사의 정보보안을 담당했던 국내 손꼽히
는 보안전문가였다.
'우교웅,좌혜연'으로 불릴만큼 둘에 대한 김 사장의 애정은 각별하다.이어
LG 대우 등 그룹 계열사 정보보안을 담당했던 전문가들이 속속 합류,탄탄
한 보안기술 인맥 및 마케팅조직을 갖추게 된다.
그가 주주들을 설득,스톡옵션을 14%나 주기로 한 것도 파워풀한 인력영입
의 원동력이었다. “회사는 사람입니다.좋은 사람들이 많이 와야 회사가 성
장하죠”회사엔 학연도,혈연도 없다.그는 비전에 동감하고,훌륭한 팀웍을
갖춘 일꾼들이 무더기로 들어온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웃어 보인다.
◆ 최고수 등극,그리고 질풍노도
질풍노도였다.2000년 새해가 밝으면서 시큐어소프트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
가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방화벽에 이어 침입탐지시스템(IDS),공개키기반
구조(PKI) 등 3개 핵심 제품군을 중심으로 보안관련 토탈솔루션 제공업체
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그해 2월 컨설팅사업부를 발족,토탈솔루션 비즈니스를 위한 '전위부대'도
만들었다.신한은행,SK텔레콤,대법원 등 분야별 최고수준의 업체들을 하나
둘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김 사장은 자신감으로 넘쳐났다.개별 보안제품에 이어 컨설팅 및 토털솔루
션까지 소화하면서 시큐어소프트의 기술력은 '최고수'의 경지에 오르며 타
의추종을 불허하는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토털서비스는 다양한 고객의 입맛에 맞는 변형된 기술을 만들어낼 수있어
야 가능합니다.저희들은 핵심 기술 세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죠.핵심 보안제
품 세가지를 모두 갖고있는 기업은 미국에서도 없습니다”
그의 '그물작전'은 멋들어지게 맞아 떨어졌다.기업의 정보보안수요는 개별
제품위주에서 보안분야를 총괄관리하는 서비스중심으로 급변하기 시작했다.
철저히 로열티가 높은 고객중심으로 마케팅했고,e비즈에 뛰어든 대기업들
이 너도나도 시큐어소프트를 찾았다.시큐어소프트의 돌풍은 시장점유율에
서 잘 나타난다.
보안서비스 참여업체가 100여개에 달하지만 시큐어소프트는 PKI및 암호인증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매출은 단숨에 200억원대를 넘어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쾌속항진속에서도 해외시장진출을 위한 대규모 실
탄확보에 심혈을 기울인 대목이다.2000년 3월 남들보다 서둘러 외자유치에
나선 것은 IMF직전 투자유치에 실패했던 통한의 실수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사를 강하게 밀어부쳐 280억원을 유치,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그
로부터 4개월후인 지난해 7월부터 투자는 급속도로 냉각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미국,일본,중국 중심의 해외사업도 올해 본격 시
동을 건다.“대규모 투자를 받은 것은 해외사업을 펼치기 위한 것입니다.이
제 시작입니다”.
◆ 김홍선의 경영론
김 사장은 요즘 주위로부터 참 많이 변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이는 그가
천당과 지옥을 몇 차례나 오가는 벤처창업의 치열함을 훌륭하게 견뎠기 때
문에 나온 평가일 것이다.
실제 김홍선은 이미 벤처CEO '고수'의 반열에 올라있다.그가 지금도 “기업
의 생명은 돈이며 핵심은 영업”이라고 말할 만큼 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큰 변화중 하나다.
또 "고객이 알아주지 않는 기술은 쓰레기"라고 단언할만큼 그는 팔 수 있
는 물건만을 개발해야한다는 확고한 개발철학을 갖고있다.모두 쓰라린 경험
의 부산물들이다.
국내외를 넘나들며 벤처캐피탈리스트를 만난 끝에 터득한 회사의 가치와 투
자자금을 이해하는 눈은 시큐어소프트의 기업가치를 몇 십배나 높여놓은 노
하우로 변해있다.
합병경험으로 조직론에도 그는 노련한 경험치를 갖고있다.기술과 시장의 패
러다임을 읽어내는 능력은 이제 봄날의 꽃망울마냥 잔뜩 물이 올라있다.
김 사장은 요즘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지난해부터 팀웍이 척척 맞
고 매출이 쑥쑥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그는 능력보다 팀웍을 중요시한
다."튀면 안됩니다.이제는 혼자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보편타당한 인간
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CEO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단다."규모가 커지면서 전략이 정말 중요해졌습니
다.이제는 실수하면 안되죠.그저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풍랑을 헤쳐가
는 느낌이죠.늘 새로운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같습니다”
이 회사의 제품소개 카탈로그에는 'e-세상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
고 적혀있다.김 사장은 이렇듯 글로벌 e비즈 시장의 천하통일을 조용하게
준비하고 있다.
탁월한 사업감각과 숨막히는 벤처창업기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한 김홍
선 사장.그는 이제 정보보안시장의 기린아라는 별칭에 걸맞는 거목이 돼있
었다.
[김홍선이 추천하는 책]
그는 케즘이론을 제시했던 경영서적 전문저자인 ‘제프리 무어’ 마니
아.'부는 지식이 결정한다(Building Wealth)'를 비롯해 패러다임변화속에
회사가 변신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상실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는 'Living on
the Fault Line'이란 책은 지금도 탐독한다.요즘엔 제프리 j. 폭스가 저술
한 'How to become to CEO'란 책을 읽고있다.그는 틈만나면 아마존에서 책
을 구입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사장은 회사사정이 지금은 IMF때와 비교해 극과 극이라고 말했습니다.하
지만 이제는 조직이 관료화하는 것을 걱정하고,글로벌시장을 향해 비전을
만들어야하는 더욱 힘든 일들이 산재해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김광일기자goldpa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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