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해설]재결합 '화촉' 밝힌 썬과 인텔의 '러브스토리'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인텔이 23일 다시금 뜨거운 포옹을 했다. 서로 차갑게 등을 돌린지 햇수로 4년여만의 일이다.

양사는 23일 썬파이어 제품군에 인텔 제온 프로세서를 탑재키로 하고 새로운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합의했다. 썬은 현재 AMD 옵테론 프로세서만을 탑재한 서버를 내놓고 있는 상태다.

◆썬-인텔 결합, 첫번째 시도는 실패

세계 3대 유닉스 서버 업체 중 하나였던 썬이 x86 서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서버를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0년, '산업 표준(Industrial Standard)'이라는 새로운 개념은 꼭 썬 서버나 HP 서버, IBM 서버만 사용해야 한다는 기존 유닉스 시장의 개념을 크게 흔들었다. 썬이나 HP, IBM, 델 등 어느 서버 업체가 됐건, 산업 표준을 따르는 프로세서와 운영체제를 사용함으로써 기업들은 보다 편리하고 쉽게 서버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는 개념이 기업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기업들은 이메일이나 홈페이지 등 사내외 업무의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했으며, 여기서 손쉽게 확장할 수 있고 구입도 비교적 편리한 x86 서버가 큰 인기를 끌었다.

썬도 이같은 기류에 올라타고자 인텔 제온 프로세서를 탑재한 서버 '썬파이어 v' 시리즈를 출시했다. 하지만 썬은 시장에서 호된 냉풍을 맞았다.

자사의 PA-RISC 칩을 포기하면서까지 인텔에 '올인'키로 한 HP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강력한 마케팅 전략을 쏟아 붇는 IBM,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유통 시장을 파고들던 델에 비해 썬의 인텔 기반 x86 서버 정책은 나약해 보이기만 했다.

이는 로엔드 유닉스 서버에 대한 썬의 '미련'에서 기인했다. HP와 IBM의 x86 서버는 자사 유닉스 서버와 나름대로의 차별화에 성공했지만 로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던 썬은 자사 스팍 프로세서 기반의 로엔드 유닉스 서버와 인텔 기반의 x86 서버에 대한 명확한 차별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인텔 프로세서의 성능 향상으로 로엔드 유닉스 서버의 성능을 능가하는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됐지만 썬은 이 시장에 대한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았고, 양쪽 제품군에 대한 불분명한 마케팅 전략은 기업 고객들에게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한 채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AMD와의 삼각관계, 오해는 깊어가고...

결국 썬은 "인텔 기반 제품은 시장성이 없어 단종한다"고 발표하고 지난 2003년 초 제품 출시를 중단했다. 양사의 협력 관계도 파경을 맞았다.

물론 썬은 x86 시장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이 회사는 당시 인텔보다 1년여 이상 빠르게 64비트 컴퓨팅 환경을 주창하고 이어서 듀얼코어 프로세서까지 선보이는 등 두각을 나타냈던 또 다른 x86 프로세서 업체 AMD를 새로운 파트너로 선택했다.

이후 썬과 AMD는 2004년 '갤럭시'라는 코드명으로 AMD 옵테론 프로세서 기반 제품을 출시하면서 x86 서버에 대한 공동 개발에 상호 협력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다.

인텔 입장에서는 아직 덩치로는 싸움이 되지 않지만, 번번히 '기술 선구자'라는 자부심에 상처를 입힌 AMD를 가장 껄끄럽게 여기고 있던 터라 썬과 AMD의 결합이 더욱 탐탁치 않았던 셈이다.

이후 인텔은 썬을 두고 "시장의 대세인 인텔을 애써 외면하는 유일한 업체"라는 직설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았으며 썬 역시 새로운 AMD 기반 제품군이 출시될 때마다 공공연히 인텔 서버와의 벤치마크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양사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는 듯 했다.

◆솔라리스&자바 그리고 시장 점유율…'그래도 당신이 필요해'

악화일로를 치닫던 양사의 관계는 서로의 강점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차츰 그리움으로 변해갔다.

오픈소스화 되면서 더욱 저변이 넓어진 썬의 유닉스 운영체제 솔라리스와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자바는 홈네트워크나 디지털 헬스케어 등 컴퓨팅 이상의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인텔에게 있어서 외면하기 힘든 요소였다.

그리고 '시장의 대세가 아니다'며 버렸던 인텔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시간이 지나도 떨어질 줄 모르고 항상 85% 이상을 유지했으며 전체 시장 규모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썬 입장에서는 x86 서버 시장의 성장률을 위해 인텔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같은 필요가 맞아떨어진 양사는 재결합에 동의하게 된다. 썬은 인텔 제온 듀얼코어인 우드크레스트와 쿼드코어인 클로버타운을 탑재한 서버 신제품을 오는 상반기 안에 출시하기로 했다.

인텔은 썬의 솔라리스 운영체제를 OEM으로 판매한다. 즉 제온 프로세서를 탑재해 판매하는 인텔의 주요 채널들이 리눅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뿐만 아니라 썬의 솔라리스도 탑재한 서버를 판매하게 된다. 썬은 이를 위해 기술 지원 및 운영체제 최적화 작업 등을 수행키로 했다.

이와함께 양사는 에너지 절약형 시스템에 대한 공동 개발도 진행해 '저전력, 고성능, 고 집적형' 제품도 새롭게 출시키로 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존 파울러 수석 부사장은 "썬은 쿨 쓰레드 기술 등으로 공간을 절약하면서도 낮은 전력 소비량을 보이는 신개념 서버를 이미 출시한바 있다. 인텔의 저전력 기술과 썬의 이같은 기술이 결합되면 서버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에 가장 낮은 수준의 전력 소모량을 보이는 서버가 출시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텔 서버그룹 총괄인 커크 스카우전 부사장 역시 "인텔 제온 프로세서를 탑재한 서버를 썬이 출시하면서 더 높은 성능의 제품을 기존 제품과 같은 가격으로 기업들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기업들은 썬의 인텔 서버를 선택함으로써 IT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썬과 인텔의 재결합이 현재 HP와 IBM, 그리고 델이 형성한 '3강' x86 서버 시장에 새로운 기류를 몰고 올 수 있을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해설]재결합 '화촉' 밝힌 썬과 인텔의 '러브스토리'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