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업체(VC)들이 5년 만에 '사상 최대 규모 투자'를 집행하면서 확실한 부활의 노래를 불렀다.
특히 VC들은 소프트웨어, 바이오테크 등에 골고루 투자하면서 인터넷 분야에 과도하게 집중됐던 2000년 초의 닷컴 거품 당시와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레드헤링이 22일(현지 시간) 언스트&영과 다운존스 벤처원의 '분기 VC 리포트(Quarterly Venture Capital Report)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VC들은 지난 해 미국에서만 257억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전년인 2005년에 비해 8% 증가한 것으로, 닷컴 열풍의 열기가 진하게 남아 있던 2001년 이후 최대 규모다. 또 거래 성사 건수는 2천454건으로 전년에 비해 1% 늘어났다.
또 다른 조사 기관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미국 벤처캐피털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VC 투자 규모는 255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1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 성사 건수 역시 3천416건으로 10%가 늘었다.
◆SW-바이오테크 등 인기 분야로 부상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묻지마 투자'란 말을 유행시켰던 VC들은 닷컴 붐이 꺼진 이후 신중한 행보를 거듭해 왔다. 확실한 분야가 아니면 거액을 선뜻 투자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다시 투자 액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01년 투자 수준을 웃돈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그 때와 지금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인터넷 분야에 집중됐던 '묻지마 투자'가 아니라 나름대로 포트폴리오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PwC의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인 트레이시 레프터로프는 "새로운 거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소프트웨어 분야가 49억 달러를 유치하면서 VC들의 주요한 투자처로 자리잡았다.
VC들은 또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에 45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이 분야는 전년도에 비해 투자 규모가 17%나 증가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기대되고 있다.
의학 장비 분야에도 26억 달러가 몰리면서 전년인 2005년에 비해 24%가 증가했다.이 외에도 대체 에너지 같은 신규 분야도 유력한 투자처로 부상했다.
전자, 장비 분야도 6억9천100만 달러를 유치하면서 지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성장률 역시 76%에 달했다.
◆"아픈만큼 성숙해진 VC들, 어떤 결실 맺을까?"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 이 분야는 지난 해 16억 달러 가량의 VC 자금을 유치하면서 2001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PeC의 '머니트리' 자료에서는 인터넷 분야에 대한 투자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이 분야의 투자된 VC 자금이 39억 달러로 집계된 것. 또 전체 투자 거래 성사 건수 역시 644건으로 31%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스트&영의 미국 지역 리서치 책임자인 조셉 무스캣은 "VC들은 후기 투자와 초기 투자 사이에서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라면서 "특히 초기 투자의 성과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후기 투자 쪽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평가했다.
지난 2000년대 초의 쓰라린 경험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VC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투자 규모를 늘려가면서 또 다른 대박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 VC들의 투자가 지속되면서 지금 실리콘밸리에선 또 다른 활황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가고 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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