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가 왜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자 마자 소송을 제기했을까? 그것도 양측이 상표권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소송이란 초강수를 뒀을까?
이 질문에 대해 그 동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뒤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번 소송의 핵심은 돈이 아닌 것 같다.
◆시스코 측 '호환 요구'에 애플 난색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현지 시간) 시스코가 애플 아이폰(iPhone)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기술에 대한 두 가지 근본적인 접근방식 차이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공개 표준과 독점 디자인에 대한 생각 차이 때문에 소송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시스코 역시 애플 측에 아이폰이란 상표명을 넘겨주는 대가로 시스코 제품이 애플과 호환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마크 챈들러 시스코 법률 고문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애플과의 협상이 깨진 것은 돈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챈들러는 "기본적으로 우리는 '공개'를 원했다. 우리는 향후에 양사 제품이 서로 호환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라고 밝혔다. 공개 표준은 시스코의 기본 정책기조이기도 하다.
반면 애플은 자체 개발한 기술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매킨토시를 필두로 최근의 히트 상품인 아이팟까지 전부 다른 회사 제품들과 호환되는 것을 철저히 차단했다.
이번에 야심적으로 선보인 아이폰 역시 아이팟과 기능 면에서 흡사한 점이 많다. 따라서 애플 입장에선 시스코의 요구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양사 협상은 특정 제품이 아니라 전반적인 기술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인 더글라스 마스터스는 "시스코의 협상 전략은 단순히 애플로부터 더 많은 로열티를 받겠다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애플과) 호환되도록 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경우에 따라선 분쟁 장기화될수도
양사 분쟁의 핵심이 돈 문제가 아니라면 상황은 좀 더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많다. 지금까지 전례로 볼 때 애플이 특유의 폐쇄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엔 법정에서 판가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미국의 법률 전문가들은 양사가 법정 공방을 벌일 경우 누가 더 유리할 지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인 로버트 앤드리스는 애플 쪽이 불리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시스코가 지난 2000년 '아이폰'이란 상표권을 취득한 뒤 오랜 기간 동안 방치해 뒀기 때문이다. 지난 해말에서야 아이폰이란 휴대폰을 내놨지만 상표권을 방어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그의 분석이다.
애플 입장에선 '아이(i)'란 단어가 인터넷을 상징하는 말로 쓰이면서 보통명사화 되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킬 수도 있다.
또 다른 지재권 전문 변호사인 네이트 가하트는 애플 '아이폰'이 시스케 제품과 혼동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시스코가 판사에게 아이폰 상표권 사용금지 명령을 요구할 경우엔 애플 측이 상당히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그는 예상했다.
특히 오는 6월부터 '아이폰'을 공식 출시할 예정인 애플로선 어떻게든 상표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