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여제'서지수 성대결 완패

'여제' 서지수의 당찬 도전을 막아선 '벽'은 높았다.

'탈(脫)여성 게이머'를 선언한 서지수(STX 소울)는 지난 1일 열린 슈퍼파이트 오프닝 이벤트로 열린 경기에서 변은종(삼성전자 칸)에게 0대2로 완패하며 아직 넘기 어려운 '간극'을 실감해야 했다.

타우 크로스 맵에서 열린 1경기에서 서지수가 러커 변태용으로 숨겨둔 변은종의 히드라 2기를 잡아낼 때만 해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변은종이 서지수의 본진과 멀티에 동시 드랍을 성공시킨 후 하이브 체제를 갖춘후 디파일러를 활용하며 승부는 맥없이 갈려버렸다.

2경기에서도 서지수는 필살기로 준비한 벙커링을 선보이며 '1승'을 눈앞에두는 듯 했으나 변은종이 다수의 드론과 저글링을 통해 간발의 차로 막아내며 '꿈'은 또 다시 무산되고 말았다.

이날 열린 경기를 지켜본 한 팬은 "분명 일정한 실력차가 존재하나 서지수가 제 실력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느낌"이라고 평했다.

연습경기를 통해 보여주는 기량과 실제 '무대'에서 보여주는 역량은 틀리다는 것이 선수들 사이의 중론이다. 순간적인 판단, 초당 수 차례씩 마우스와 키보드 클릭을 통한 미세한 조절이 필요한 경기의 특성상 선수들은 무대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영하기 때문.

2005년 이후 여성 프로리그가 사실상 유명무실화 하면서 게임에만 전념하는 여성 '전업게이머'들은 자취를 감췄다.

초창기 챔피언이었던 김가을은 은퇴후 현재 삼성전자 칸의 감독으로 일하고 있고 그 외 유력 여성 선수들은 직장에 다니면서 이벤트성 리그에 참여하는 수준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성 선수들로 구성된 팀에서 같이 활동하는 서지수는 사실상 '최후의 여성 프로게이머'인 셈. 각종 남성리그의 예선에서 번번히 탈락하고 프로리그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있기에 '현장 경기 경험'이 절대적으로 결핍한 상태.

'타임머신(대회 결승이나 대형 이벤트에 쓰이는 방음장치가 된 경기석)'에서 경기를 벌인 경험이 전무한 서지수가 큰 무대에서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하긴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서지수가 앞서 지명한 4명의 남성 선수가 성대결에 대한 부담으로 출전을 고사함에 따라 대결이 무산될 상황에서 "팀 후배였던 지수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고 싶다"며 '당당히' 응한 변은종도 막상 경기를 앞두고 상당히 긴장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변은종은 "대화를 앞두고 갈수록 큰 부담을 느꼈다"고 밝혔다. 여성 선수에게 '혹시나' 패할 경우 순식간에 인터넷을 통해 '대세'가 될 것이 뻔했기 때문.

1경기에서 병력이 타고 있던 오버로드를 컨슘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벌인변은종은 "무척 긴장한데다 마우스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엉뚱하게 오버로드를 컨슘했다"고 밝혔다.

또, "후배인 지수는 여성 유저 중 가장 탁월한 기량을 갖췄으나 경기 경험이 적어 실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패배한 서지수는 "연습할 때 비교적 좋은 승률을 거뒀으나 실전에서 연결시키지 못해 아쉽다"며 "좋은 경험을 얻었으며 다음에 또 기회를 얻게 된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