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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감독 우지희가 만드는 애니의 세계


 

대여섯 살 아이를 둔 엄마의 마음은 대개 비슷하다. 아이가 봐도 될 것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가려주는 일도 엄마의 고민거리다. 눈길 끄는 영상매체가 급속도로 많아지는 요즘 세상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프랑스 등 세계 각지의 유아와 그 부모에게 적잖은 인기를 끌었던 3D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EBS를 통해 첫방영을 시작한 3D 애니 메이션 '선물공룡 디보'를 제작한 우지희 감독(사진.36)도 여섯 살 준성이의 엄마다. '뽀로로'와 '디보'는 준성이 엄마가 준성이 교육을 위해 준성이를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철저하게 '교육적'이다. '뽀로로'나 '디보' 모두 대여섯 살 유아를 타깃으로 한다. 지식과 지혜가 가득하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게 우 감독이 준성이와 그 또래들한테 전하고자하는 메시지이다.

이 점에서 우 감독의 작품은 일본 애니와 첨예하게 대립한다.

"애니메이션 시장의 절대 강자인 일본의 작품에는 교육적 요소가 그리 많지 않다고 봅니다. 오로지 흥미와 재미 위주이지요."

그의 지적에 공감하는 엄마가 적잖을 것이다. 단선적인 권선징악을 주제로 폭력이 난무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수동적으로 푹 빠져 있는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들이라면 더. 아마 같이 볼 애니를 찾기가 쉽잖을 것이다.

사실 제작자로서는 교육적인 애니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우선 교육적이면서도 재미있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흥행을 담보하기도 만만치 않다. 당연히 투자하는 곳도 드물다. '디보'만 해도 제작 기간이 3년이나 걸렸고, 자금도 70억원이나 들어갔다. 흥행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교육에 대한 사명감만으로 제작을 감행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사명감 이외에 어떤 확신이 필요한 것이다.

이 점에서 우 감독과 소속사 오콘(대표 김일호)의 경쟁력이 돋보인다. 오랜 수주제작기간을 거쳤고, 2~3번의 자체 제작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 투자 위험(리스크)을 피해갈 수 있는 노하우를 충분히 확보한 것이다.

이들은 먼저 섣부른 모험을 하지않는다. 돌다리도 두드려 건넌다.

일반적으로 창작활동의 경우 작가의 실험 정신이 중요하게 취급되나, 오콘과 우 감독의 경우 이와 약간 다르다. 감독이나 작가의 창의성을 무시하지 않되, "될 수 있다"는 근거에 대한 철저한 확인과 검증을 중히 여긴다.

우 감독과 이 회사가 아직 유아용 TV 애니에 집중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확인하고 검증하는 노하우가 있다. 유아용 TV 애니메이션에 관한 한 '성공으로 가는 길'을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애니의 완성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유아용 애니는 애니 그 자체보다 캐릭터 사업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흥행의 성패를 보완할 수 있는 최선의 대비책이다. 애니메이션이 흥행에 성공하면 두말할 나위 없이 좋지만, 설사 실패해도 캐릭터로 버텨내야 만 한다.

우 감독과 오콘의 첫 번째 강점이 여기에 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난상토론을 벌입니다. 모두를 이해시킬 수 없는 한 캐릭터는 태어나지 않습니다. 험난한 난상토론을 거쳐, 아주 짧게 설명하더라도 누구든지 순식간에 이해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캐릭터만이 비로소 살아남아 작품으로서의 생명을 부여받게 되는 거지요."

올해 대한미국 캐릭터 대상(대통령상)을 받은 '뽀로로'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2005년 스타프로젝트 1위작으로 선정된 '디보'나 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다. 재밌는 캐릭터지만 산고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없다.

당연히 우 감독과 소속사 오콘은 다양한 캐릭터 사업도 병행한다. 완구는 기본이고, 삼성출판사와 함께 52권짜리 책도 낸다. 또 아동복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자회사를 통해 '디보' 브랜드 아동복을 출시할 예정.

캐릭터에 확신이 서면 제작에 전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어설픈 실험이 아니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오콘과 우 감독은 특히 국내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기본으로 한다. 유아용 애니메이션의 경우 기본적으로 글로벌 속성을 갖는 분야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은 주요 시청자가 누구냐에 따라 컨셉이 달라집니다. 유아용이라면 정서 함양이나 감성적인 사고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요소가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더 글로벌적인 속성이 있지요. 각국 문화에 따라 재미를 주는 요소는 많이 달라지지만 교육적 요소는 어느 정도 비슷하더군요."

그런 만큼 제작 과정 자체가 글로벌로 진행된다.

"'디보' 작가는 '아기 곰 푸우'로 에미상을 받은 스티브입니다. 음악도 2006년에 에미상을 받은 '리치 & 지지 스튜디오'가 맡았지요. 오콘이 기획한 캐릭터에 미국 최고의 제작진이 합류해 만든 작품이 '디보'인 셈이죠."

이처럼 우 감독이 예술가적 감수성은 물론이고 사업적인 기획력과 사업 마인드까지 겸비할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노력 때문이다.

또 첫 직장인 대우전자에서 가상현실 등 IT 분야 기획업무를 주로 했다. 기획과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애초부터 남달랐던 것.

무엇보다 남편이 창업주로 있는 오콘에서의 경험이 주효했다. 2000년 초까지만 해도 오콘은 자체 작품 제작보다 상업 광고용 애니메이션 등을 대기업으로부터 수주, 제작하는 일을 중심으로 했다. 하청업무가 주였다.

"우리는 발주처가 시키는 일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발주처가 그것을 왜 만들려고 하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했죠. 특히 발주처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겁니다. 발주처의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일까, 하구요. 그 답을 찾을 때 비로소 작품이 달라지더군요. 결국 유아용 애니메이션도 그런 관점에서 만드는 거구요."

이런 남모르는 노력 덕택에, 그의 애니는 교육적이되, 교육적인 작품이 흔히 그렇듯, 구호로만 끝나지 않는다.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다. 프랑스 유아들을 TV 앞에 붙들어놓을 수 있었던 힘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유아용인데, 성인이 봐도 재미있으면서 유치하지 않고 교육적이기까지 한 '핑구'와 같은 애니. 우감독이 만들고 싶은 작품이 아닐까?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이에게 유익하게 하려고 노력했고, 독특한 재미도 부여했다고 믿어요. 엄마들이 아이 손을 잡고 같이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애니메이션이 되길 바랍니다."

그에겐 준성이와 그 또래를 위한 또 하나의 구상이 있다. 게임이다.

"아이들이 푹 빠져도 별로 걱정할 필요 없는 유익한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엄마들 생각은 누구나 다 그럴 겁니다."

◆'선물공룡 디보'는 어떤 작품?

'선물공룡 디보'는 유아용 TV 애니메이션이다.

11분짜리 52부작이다. 제작비는 70억원, 제작기간은 3년 걸렸다. 목·금요일 오전 9시 EBS를 통해 방영된다. 토요일 오전 9시20분 재방송된다.

'디보'는 천으로 만들어진 세상(코지랜드)에 사는 선물배달 공룡이다. '선물주문'을 들으면 어디서든 달려와 아이들에게 필요한 선물을 꺼내 준다. 아이의 꿈을 현실로 불러내는 환상적인 존재이자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현명하고 듬직한 친구이기도 하다.

또 불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덜렁이 코끼리 '엘로'와 핑크색을 좋아하는 귀여운 토끼 '버니', 독서와 실험을 즐기는 똑똑이 까마귀 '크로', 요리를 잘하는 상냥한 '애니', 잠꾸러기 아기양 '올리버' 등이 등장한다. 캐릭터들이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대여섯 살 아이의 특징을 지녀 친근해 보인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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