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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식 살리려 남 자식 때리나"...정통부 홍창선 의원 '맹공'에 불만


 

'제 자식(나노팹) 살리기 위해 남의 자식(USN팹) 때리는 게 아닌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홍창선(열린우리당) 의원이 최근 정보통신부, 한국정보사회진흥원(옛 한국전산원) 국정감사에서 "u-IT 집적단지(클러스터) 조성 사업 중 USN팹(Fab) 구축 건은 엄연히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등이 추진하는 나노팹 사업과 중복 투자"라며 거듭 '맹공'을 퍼붓자, 이 같은 불만이 뒤따르고 있다.

오랜동안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로 몸담으면서 총장까지 지낸 홍 의원이 총장 재직 시절 직접 유치한 나노팹 사업이 막대한 투자비에 비해 사실상 별다른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자, 나노팹을 살리기 위해 USN팹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 의원 "정통부 사기론"

홍 의원은 지난 20일 정보사회진흥원 국감에서 "정통부가 의도적으로 USN팹과 나노팹 간의 중복 문제를 관계 부처 회의에 보고하지 않은 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기"라는 격한 표현까지 써면서 u-IT클러스터 주관부처인 정보통신부와 전담기관인 정보사회진흥원을 쏘아 붙였다.

여기서 팹은 반도체 생산라인을 뜻한다. 홍 의원 주장의 요지는 이렇다.

과기부, 산자부 등이 미래 유망 기술인 '나노' 육성에 앞다퉈 나서면서 나노팹을 5개나 구축해 공급 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데도 정통부가 인천시와 송도에 u-IT클러스터를 조성하면서 USN팹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허투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홍 의원실의 부연 설명은 더욱 구체적이다.

김영훈 보좌관은 "지난 2월 17일 열린 과기 장관 회의에 정통부 장관도 참석했다"며 "골자는 나노팹 공급 시설과 관련, 부처간 조정을 하자는 내용이었는 데도, USN팹 구축을 추진중인 정통부 장관은 전혀 모른 척 했다"고 밝혔다. '정통부 사기론'의 배경은 이렇다는 주장이다.

◆정통부·정보사회진흥원 "홍의원 주장은 나노팹 살리기 위한 미봉책"

정통부와 정보사회진흥원은 피감기관인데다 현재 국정감사가 진행중이어서 대놓고 홍 의원 주장을 반박하지는 못하고 있는 처지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속내는 "홍 의원이 총장 재직 시설 유치한 나노팹을 살리기 위해 USN팹을 때리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들 기관 관계자는 "USN팹과 나노팹을 차에 비교하면 USN팹은 소형차에, 나노팹은 고급차에 빗댈 수 있다"며 "홍 의원 주장은 소형차 쓸 곳에 고급차를 쓰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런데도 홍 의원이 나노팹이 수요 예측 실패로 공급 과잉 상태에 처하자, USN팹 대신 나노팹을 쓰자는 미봉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영필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최근 한 컬럼에서 "나노가 머리카락 직경의, 10만분의 1 수준을 다루는 대단한 미세공정 기술임에도, 나노팹 사업 현황을 보면 나노기술 정책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며 "국가 전반의 기술 수준과 수요에 상관없이 수천억원씩을 투입해 묻지마 투자한 결과, 국민의 세부담만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당초 첨단 나노 기술을 육성하겠다는 뜻의 나노팹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당장의 성과를 채우기 위해 연구목적의 나노팹을 생산 목적의 USN팹으로 쓰자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요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u-IT 클러스터 사업은 무선인식(RFID),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등 u-IT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집적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곳에 입주할 국내외 기업들을 묶어 주는 것은 연구와 시험, 생산 등을 위한 공유기반 시설인데도, 이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예 사업을 하지 말라는 뜻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실은 이에 대해 "의원께서 나노팹 유치 당사자라는 것은 맞다"면서도 "뒤집어 보면 그만큼 이 분야를 잘 아는 전문가라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또 "수요가 없고 공급이 넘쳐 고민하는 나노팹을 썩이지 말고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USN팹 대신 나노팹을 쓰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엇갈린 주장

홍 의원실은 이어 "USN팹을 아예 구축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나노팹과 동일한 8인치 라인까지는 (2008년 5월 공유기반 시설 완공 전후로) 나노팹을 활용하고, 대신 2011년 대량 생산 단계에 접어 들면 12인치 라인을 구축하자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나노팹에 설치된 장비 중 70억원 어치에 해당하는 20%는 USN팹과 동일한 장비이며, 257억원만 추가 투입하면 나노팹을 USN팹으로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u-IT클러스터 추진센터가 장비투자에 총 720억원의 예산을 잡아 놓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절반 이상 투자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u-IT 클러스터 추진센터는 나노팹 활용시, 투자 절감 효과는 10%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전혀 구축 용도가 다른 나노팹 활용을 강행하면, 집적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은 나노팹이 위치한 대전 등을 오가면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큰 불편을 감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오는 30일 정통부 종합감사에서 또 한번 나노팹과 USN팹 중복 투자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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