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키워드, 왜 구글만 성인인증 안하나?

'포르노' 등 성인 키워드에 대해 국내 포털은 성인 인증을 거친 다음 노출하는데 구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런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구글이 한국에 R&D 법인을 설립키로 하고 본격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다시 불거졌다. 구글도 한국에 본격 진출하는 만큼 다른 포털과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인터넷 업계 및 관련 기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는 모두 '성인' '야설' '포르노' 등 많게는 7천여개에 이르는 단어를 성인 키워드로 지정하고, 성인인증을 거친 뒤에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 포털의 성인인증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규정과 청소년유해매체물 기준에 따라 청소년 유해정보로 구분되는 '성인 정보'들을 19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경우 접근할 수 없도록 방지하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유해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거의 유일한 장치인 셈이다.

네이버의 경우 성인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검색 키워드가 7천여개에 달한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다음 등 다른 포털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하지만 구글 한국어(www.google.co.kr) 서비스는 이런 인증 절차가 아예 없다. 성인물이 청소년에도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뛰어난 검색엔진을 자랑하는 구글의 경우 인증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페이지랭크(PageRank)라는 구글의 검색 시스템은 검색어에 대한 최적의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인 키워드 인증이 강제사항이 아니고 권고사항이어서 구글 측을 규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구글의 경우 그동안 국내 이용자가 엄청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법인이 없는데다 서버 등 주요 장비도 모두 해외에 있기 때문에 어떠한 조치도 내리기 힘든 상황이었다.

법적인 문제(불법 콘텐츠가 중개 등)가 발생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하 정통윤)는 구글 한국어 서비스와 국내 포털 사이에 성인물 규제에 관한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시인했다.

정통윤 박행석 심의실장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포털업계와 정부가 합의한 절차에 따라 성인인증을 거치고 있다"며 "국내 포털은 모두 적용하는데 구글만 적용되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실장은 구글이 협조하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성인 키워드 인증 절차도 생각하기에 따라 기업으로서는 일종의 규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다른 포털은 규제를 받고 있는데 구글만 그렇지 않다면 불공평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정통윤은 그동안 이러한 국내 인터넷 환경을 구글측에 설명하기 위해 구글측과 수차례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에 사무소 형태로 있을 뿐 전화연락도 되지 않아 고심만 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한국진출을 본격화 한 구글을 두고 박 실장은 "그동안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며 "한국법인이 만들어지면 이와 관련된 협의를 하는데 많은 부분 여건이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