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관람 행태, WBC와 월드컵이 불렀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국내 스포츠 역사에도 '프로페셔널 바람'이 본격적으로 몰아 닥쳤다. 골목마다 각 구단 점퍼에 야구 글러브를 낀 어린이들로 넘쳐 났고 관람석은 평일인지 휴일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찼다.
저마다 프로선수들의 활약을 직접 눈을 통해 보고 열광했다. 1983년에는 '슈퍼리그'라는 이름을 단 프로축구가 가세하면서 스포츠 관람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프로가 첫선을 보인지 4분의 1세기가 흐른 2006년 3월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또 하나의 변화를 불렀다. 박찬호 등 해외파까지 가세한 드림팀은 세계야구월드컵이라고도 불리는 'WBC'에서 숙적 일본을 누른 데 이어 본선에서는 세계 최강을 자처하던 미국마저 격침시켜 4강 위업을 달성했다.
야구팬들은 일본에서 치러진 WBC 지역예선은 공중파 중계를 시청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열린 본선은 달랐다. 시차가 있고 평일에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공간적 장벽 역시 '인터넷 마인드'로 무장한 네티즌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WBC로 달아오른 인터넷 중계 시청 붐은 지난 여름을 장식한 월드컵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런 장기적인 온라인 시청의 시간폭을 통해 야구팬들은 단순한 시청 차원에서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인프라의 장점을 확실히 인지했다.
◆ 내 방이 최고의 관람석
'회사원 A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직접 야구장을 찾는 열혈 야구팬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온라인으로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WBC와 월드컵을 온라인으로 시청하면서부터다.
경기를 보며 다른 일도 할 수 있고 언제든 원하는 선수들의 기록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시간 댓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의견까지 나누는 재미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WBC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던 포털사이트 '야후코리아'는 "예선 라운드부터 연일 총 접속자 및 동시 접속자수 등 주요 트래픽 지표에서 인터넷 생중계 사상 신기록을 경신했다"며 "8강 첫 경기였던 멕시코전은 총접속자가 165만 명이었고 두 번째 경기는 326만 명에 달했다"고 당시 이용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전했다.
'다음' 역시 "2월 699만8천831만명의 이용자가 찾던 스포츠(+월드컵) 콘텐츠는 WBC가 열린 3월 815만672명으로 상승했고 6월에는 1천628만4천668명에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렇게 늘어난 이용자수는 지난 8월까지도 여전히 1천만명을 넘어섰다.
WBC의 온라인 시청은 네티즌들에게 온라인 동영상 시청이 단순한 화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원하는 정보를 그 때 그 때 전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문자중계 뿐 아니라 관련기사, 실시간 사진, 선수소개, 기록 등 다양한 정보를 시청 중에 찾아보는 것이 이제 습관이 됐다.
이를 반영하듯 '네이버'는 "동영상 중계가 있는 날 스포츠 섹션의 스포츠중계 동영상 이용자 추이는 점차 증가 추세"라고 밝히고 있다. 7월 7천349명이던 동시접속자는 8월에는 1만1천170명으로 올랐고 9월에는 1만2천36명으로 또 다시 뛰었다.
6월 열린 월드컵은 WBC의 온라인 동영상 열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3월까지 80만명 방문에 그치던 야후코리아의 스포츠섹션은 4월들어 순식간에 300만명으로 증가했고 6월에는 370만명까지 증가했다. 야후코리아는 8월에도 340만명이 스포츠섹션을 방문했다고 밝히고 있어 WBC와 월드컵을 통해 이용자들의 온라인 이용행태가 정착됐다.
'네이버'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서 중계가 있는 날의 경우 지난달 스포츠섹션 동영상에 접속한 수는 10만7천635명에 달한다. 7월 평균 6만569명, 8월 평균 8만666명이던 것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 인터넷이면 어떤 스포츠 OK!
인터넷이 '정보와 지식의 보고'라고 하지만 스포츠팬들에게는 언제든 원하면 볼 수 있는 '맞춤 TV'가 된지 오래다. 차범근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차붐'을 일으킬 당시 신문을 읽고 나서야 겨우 활약 소식을 알던 시대는 이제는 아련한 옛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네티즌들은 박지성, 이영표, 차두리 등 해외파 축구선수들의 활약상을 케이블 TV뿐 아니라 '아프리카', '피피 라이브', '판도라 TV' 등의 사이트을 통해서도 시청하고 있다.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등 한국인 메이저리거 경기와 일본 프로야구의 이승엽 경기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주)미디어코프(대표 최영재)의 'MAJOR2.0' 사이트가 문을 열어 메이저리그 경기를 24시간 동안 무료로 즐길 수도 있게 됐다. 이밖에 최홍만, 이태현 등이 활약하고 있는 K-1과 프라이드 중계는 온라인 시청도 보편화됐다.
이렇듯 다양한 스포츠 시청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들이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런 네티즌들의 온라인 관람행태는 프로스포츠의 관중 동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로야구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00만 관중시대를 열었지만 시즌 초반 WBC의 열기에 비하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관중을 부풀렸다는 언론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1만여명이던 프로축구도 올해 평균 8천명대로 급감했다. 특히 프로축구의 경우 월드컵이 벌어진 1998년과 2002년 관중이 급격하게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다.
프로스포츠의 양축을 이루고 있는 야구, 축구가 이 지경이니 다른 종목은 언급하지 않아도 그 실태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낙후한 관람시설, 스타와 박진감이 사라진 경기, 기업의 홍보창구 역할에 불과한 프로구단들의 태생적 비운 등이 맞물려 프로스포츠 관중의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스포츠에 대한 관심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가 네티즌들에게 새로운 스포츠 관람 문화를 제공하게 됐고 그 반복적인 행태가 결국 스포츠 관중 감소라는 결과를 낳게 한 하나의 이유이다.
/강필주기자 letmeout@joynews24.com 사진=조이뉴스24 포토DB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