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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 모바일콘텐츠 제작현장을 가다 - Part 2. '바로 그 현장'을 습격하다 (2)벨소리, 통화연결음 녹음현장


 

왠지 끈적할 것 같았던 섹시화보 촬영현장은 유쾌하고 발랄한 웃음이 넘쳤다. 아이를 다그칠 줄 알았던 벨소리 녹음현장은 놀이터였다. DMB방송은 '짜고치는 고스톱'이 아닌 '리얼' 그 자체였다.

휴대폰 속 또다른 세상, 모바일콘텐츠 제작현장을 소개한다.

찾았다, '베베퀸' 소연이!

옹알이하듯 귀여운, 때로는 능청스러운 아기 목소리는 지난 2003년 처음 등장한 이후 음원서비스계의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았다.

할머니, 아줌마 등 수많은 멘트들이 유행에 따라 피고 졌지만 아기멘트 만큼은 신기하게도 3년 동안 인기 서비스로 자리를 굳힌 것.

"정말 아기 맞아?"

유행어는 물론이고 가요까지 완벽하게 따라 부르는 앙증맞은 목소리를 듣다보면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주변의 아기들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 천연덕스럽기 때문이다.

아기 목소리 잘 내는 어른의 짓이 아닐까 생각했다. 적어도 소연이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언니라고 생각해" 남자들만 없으면 만사 오케이

개그프로그램을 흉내낸 "호이짜∼ 호이짜∼" 멘트로 지난해 음원서비스계를 평정하다시피 한 '베베퀸(아기들의 여왕)' 김소연(10)양을 지난 8월 7일 오후 2시 역삼동에 있는 사운드폴리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오늘 촬영한다고 이렇게 예쁘게 입고 나왔구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홍색 공주풍으로 차려 입은 소연이에게 첫 인사를 했지만 '쌩∼' 찬바람이 분다.

김지혜 과장이 "소연이는 원래 예쁘게 입고 다녀요"라고 말하고 나서야 씨익 한 번 웃어줄 뿐이다. 과연 얼음공주 소연이와 친해질 수 있을까?

녹음실에 들어가려던 소연이가 자꾸 얼굴을 찡그린다. 김 과장이 조심스레 원인을 짚어낸다. "저기… 소연이는 남자 있으면 녹음 못해요."

같이 간 사진기자가 문제였다. 녹음할 곡을 만드는 김희중 실장도 제작자로서 소연이와 소통하고 싶지만 '아저씨'라는 이유로 매주 월요일 오후마다 사무실을 비워야 한단다.

혹시나 현장을 보려고 문이라도 살짝 열라치면 소연이가 '파업'에 들어가기 때문.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사진기자 여장이라도 시키는 건데. 할 수 없이 나온 대안이 '소연이 세뇌시키기'다.

사진기자를 앞에 두고 소연이에게 "아저씨 아니야, 언니야 언니. 언니라고 생각해"를 반복했다. 마음이 통했는지 사진기자의 가녀린(?) 외모가 마음에 들었는지 소연이는 노래를 시작했다.

개그프로 흉내 팔도사투리는 기본, 팝송에 랩까지

"있을 때 잘혀∼ 암마안(암만)."

마이크를 잡자 180도 돌변, '완전명랑소녀'로 거듭난 소연이는 '있을 때 잘해' 트로트 한 곡과 유행어를 패러디한 멘트 세개를 녹음했다.

보통 아기멘트의 주인공들은 7살에서 9살 사이다. 다섯 살짜리도 있지만 '여보세요', '엄마', '아빠' 같은 단어만 녹음할 수 있을 뿐이다.

2년 전 사운드폴리스에서 '베베퀸 3기' 활동을 시작한 소연이는 자기통제를 잘한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음악 감수성도 뛰어나다.

매주 토요일 사운드폴리스가 녹음할 곡들을 웹하드에 올려 놓으면 소연이가 직접 내려받아 연습한다. 가요는 거의 다 알기 때문에 두 세 번 듣는 걸로 충분하고 팝송은 주말 동안 열심히 불러 익힌다.

"됐어, 이건 오케이!"

열 번 정도 불렀을까 녹음을 끝낸 소연이가 외친다. 감은 정확했다. 소연이의 프로정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설사 '오케이' 사인이 나도 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해야 한다.

"자아 따라해 봐. 코봉아, 코봉아, 코봉아∼"

이번에는 개그 유행어 멘트를 녹음할 차례. 개그프로의 경우 소연이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장에서 긴급지도가 이뤄진다.

강사는 이지윤 대리. 개그프로를 섭렵하며 아이디어를 짜는 한편, 소연이를 위해 '100%에 가까운' 재현에 힘쓰는 인물이다.

믹싱 작업을 하는 김 과장도 동참한다. 놀라운 것은 소연이 지도에 한창인 이들의 목소리가 더 아기 같다는 점이었다.

"혹시 소연이가 잘 못하는 부분은 두 분이서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바로 티나요. 진짜 아이들 목소리는 호소력이 다르거든요"

두 사람이 있기에 소연이는 개그 유행어에 팔도 사투리, 팝송에 랩까지 신나게 부를 수 있다.

"노래 한곡 듣고 가겠습니다. 싸이가 부릅니다. 미니홈피."

마지막 멘트를 끝으로 녹음이 끝났다. 오후 4시 30분. 평소보다 빨리 끝난 편이다. 녹음된 곡들은 믹싱 작업을 거쳐 원곡, 1분, 40초, 30초 짜리로 다듬어진다.

녹음이 끝나고도 소연이는 '언니'들과 더 놀고 싶어했다. 어머니 박경옥(50)씨는 "감기가 걸렸는데도 언니들 보겠다고 온 적도 있어요. 목 상태가 안좋아서 녹음은 못했지만 애가 놀러 온다고 생각하니까 여태껏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소연이를 배웅하고 돌아오니 사무실이 텅 빈 것 같다. "소연이랑 노는 월요일이 가장 빨리 가요" 김 과장과 이 대리 모두 아쉬운 표정이다.

아기들도 '잘해야' 한다.

요즘에는 멘트만 하는 것보다 노래와 멘트를 섞어 넣는 것이 추세라 같은 곡을 여러 번 녹음해야 한다. 처음 노래를 하고, 그 다음 코러스를 하고, 마지막에 멘트를 넣는 식이다.

벨소리나 통화연결음은 음질 자체 보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사운드폴리스는 '베베퀸'이란 이름으로 이동통신사에 매주 3-4곡씩 서비스한다. 소연이가 녹음을 하고 한 달에 받는 돈은 대략 200만원 대.

"어떤 것이 뜰 지는 아무도 몰라요. 녹음분위기가 좋아서 이건 대박이다 점쳤던 것도 묻힐 때가 많고, 대충 했는데 확 떠버려서 놀라는 경우도 많아요. 열 곡 중에 한 두개만 떠도 성공이죠"

2001년 처음 멘트서비스를 할 때만해도 '여름=공포멘트' 식으로 예측이 가능했다. 그러나 2년 전부터는 그 어떤 등식도 성립하지 않는다. 그 때 그 때 특이한 것만이 살아 남는다.

초기 아기멘트에는 실수가 용납됐다. 아기니까 어설픈 것이 더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기들에게도 완벽함이 요구된다. 고음처리, 꺾기, 영어발음 등을 어른처럼 해야만 한다고. 실제로 어른보다 잘하는 아이들도 많다.

아기멘트 주인공들은 '생명'이 있다. 목소리가 굵어지면 떠나야 한다. '업계 나이'로 치면 열 살 소연이는 원로격이지만 아직까지는 아기 목소리를 잘 내는 편이다.

1폴리부터 라이브벨까지 벨소리의 세계는 넓고 넓어라

멘트 외의 벨소리나 통화연결음을 콘텐츠 제작업체가 직접 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예전에는 벨소리 작곡가가 따로 있어 휴대폰이 지원하는 화음에 맞게 멜로디를 바꾸는 작업을 했지만 MP3폰이 나온 요즘에는 모두 '옛날 이야기'가 됐다.

이동통신사들이 음원을 사서 서버에 올려놓으면 콘텐츠 제작업체들은 그 곡을 내려받아 각 휴대폰 사양에 맞게 변환하는 작업을 한다. 대표 업체 다날의 벨소리 변환현장을 찾았다.

"하나의 곡을 1폴리(Poly)부터 4,15,40,64 폴리까지 미디파일로 5개, 그 중 40폴리와 64폴리는 원음벨로도 만들어요. 고음질과 일반음질의 엠펙(Mpec)파일도 만들고 미리듣기까지 각각 만들어야 해요. 제조사별 특징을 고려해서 변환하기도 하고."

콘텐츠 사업팀 서형진 대리의 설명이다. 고사양폰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폴리벨만 지원하는 휴대폰을 쓰는 고객도 고려해야 한다.

'사운드포지' 프로그램으로 원곡을 다듬는다. 저음에서 고음으로 변화가 많은 발라드는 음질을 고르게 맞춰야해 힘들고 힙합이나 랩이 제일 쉽다. 락 음악은 자칫하면 교환기에서 소음으로 처리해 아예 안 들릴 수가 있어 특히 조심스럽다.

최신곡 위주로 제공하지만 신청곡 게시판에 올라오는 옛날 곡들도 종종 작업을 한다. 신청자들이 '몇 초부터 몇 초까지 작업해달라'고 구간을 정해준다. 동방신기 팬클럽 회원만이 받을 수 있는 벨소리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차별화된 음원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에 이통사가 제공하는 리스트 외에 콘텐츠 업체가 기획사와 독점계약을 맺는 경우도 많다. 다날은 현재 SG워너비, 씨야의 노래를 벨소리로 독점 공급하고 있다. 벨소리와 함께 뮤직비디오가 함께 뜨는 서비스가 인기다.

/글 김연주기자 toto@inews24.com 사진 류기영기자 ryu@inews24.com 김연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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