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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 뒤] 주소창 전국(戰國)시대 이야기


 

퀴즈 하나 낼까요?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도 반드시 있는 것은?

광고?

그렇지요. 아마 광고도 대부분의 사이트에 있을 겁니다. 유료 광고도 있을 거고, 제휴 광고도 있을 거고….

검색창?

그렇습니다. 네이버나 구글 같은 검색 전문 사이트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이트에도 아마 검색창이 있을 겁니다.

이밖에도 많이 있겠지요.

그런데, 어느 사이트에 가든 절대 변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게 있습니다. 기자가 찾는 진짜 답이죠.

주소창입니다.

좀 엉뚱하죠? 주소창은 엄밀히 말해 인터넷 사이트에 있는 게 아니고 웹브라우저에 있는 것이니까, 정답이라고 할 순 없죠. 하지만, 네티즌은 그것의 물리적 분리를 느낄 수 없고, 어떤 사이트에 가든 전혀 변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게 주소창이라고 보면, 꼭 오답이랄 수도 없습니다.

여기서 기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건 '전혀 변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평소엔 무심코 지켜보고, 무심코 넘어가는데,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것. 그게 진짜로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면 인터넷에서는 아마 주소창일 겁니다. 주소창이 없다면 인터넷이란 게 성립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렇게 중요하기 때문일까요.

주소창은 사업자간 혈전(血戰)의 장(場)이기도 합니다. 전국(戰國)시대에 각 제후들이 노리는 중원(中原)에 비유해야 할까요. 그 때와 마찬가지로 주소창을 둔 혈전에는 오로지 '힘의 논리'만 작용하는 듯합니다.

지금부터 전형적인 기사 형태로 쓰지 못한, 주소창을 놓고 벌이는 사업자간 혈전의 뒷모습 일부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지난 19일입니다. MS 한국법인의 홍보 대행 업무를 맡은 회사의 한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새로 맡게 돼서 인사를 하러 오겠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만났지요. 그런데 이분 회사가 홍보 대행키로 한 아이템이 뭔 줄 아십니까. 바로 주소창입니다. MS 한국법인이 주소창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반영하는 겁니다.

MS 한국법인이 이렇듯 주소창에 신경을 쓰는 것은 연말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 7.0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기능이 바뀔텐데 그중 주소창의 기능도 일부 바뀔 예정입니다.

단순히 후속 제품의 기능이 일부 바뀐다면 아마도 이렇게까지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기능이 일부 바뀜으로 해서 새로운 혈전(血戰)이 벌어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혈전에 마케팅, 법률 등 여러 가지로 대응하겠지만 여론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이죠.

그런데 우연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음날인 20일, 한 제보자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이 제보자는, 주소창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넷피아의 대표가 넷피아 주주들한테 보낸 보고서를 입수해 기자에게 보낸 거지요. 이 보고서에는 6가지 주요 현안에 대한 대표의 의견이 적혀 있었는데 그 중 1번이 주소창이었습니다. 당연히 MS와 관련된 것이었고, 상당히 민감한 내용이었죠.

혹시 조작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넷피아에 확인을 했습니다.

넷피아에서는 맞다고 확인해주더군요.

주소창을 놓고, MS와 넷피아라는 두 패권(覇權)이 정면으로 충돌하기 직전인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MS는 SW 분야의 세계 패권자입니다. 넷피아도 한글 키워드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거의 독보적인 업체이고, 이 여세를 몰아, 세계에도 넷피아식 사업을 확산하기 위해 글로벌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결국, 생각이 다르다면, 언젠가는 충돌이 불가피한 경쟁자들인 거지요.

그리고 그 시기가 임박하고 있는 겁니다.

먼저 앞 보고서에 나온 넷피아 대표의 주장을 들어볼까요. 기자가 전하는 과정에 곡해가 있을 수도 있으니, 우선 그대로 옮깁니다.

"해당건(주: MS건)은 주소창 임에도 이것을 검색창화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회사의 법무팀과 마케팅 팀에서 주소창과 검색창은 다름을 분명히 할 예정입니다. 즉 주소창은 도메인처럼 일반대중의 누리집으로 바로 이동하는 창이지 특정 브랜드를 입력하여도 사용자 의지에 관계없이 114 안내 같은 특정검색결과가 나오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주주님이 친구분의 이름을 전화기에서 한글로 찾아 통화를 누르면 친구분이 나와야 합니다. 이때 주주님의 허락 없이 갑자기 114가 나와 돈을 내면 안내를 해준다고 한다면...인터넷주소창에서 친구분의 이름이나 회사명을 입력하고 이동을 누르면 그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msn이나 특정검색사가 나와서 강제로 광고를 보게 하고 114전화번호부같은 리스트를 보여주고 그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넷피아는 이부분을 문제 삼는 것입니다."

기자가 좀 정리를 해볼까요.

주소창은 주소창으로 쓰여야지 검색창으로 쓰여서는 안된다, 만약 누군가 주소창을 검색창으로 쓰려한다면, 먼저 그 안되는 이유를 충분히 설득하고(마케팅팀), 그래도 안된다면 법적 수단도 강구할 수밖에 없다(법무팀)…,

아마도 이런 취지가 아닐까합니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요.

여기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넷피아가 한글 키워드 방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인터넷 주소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www.inews24.com'와 같은 영문 도메인도 인터넷 주소이지만, '아이뉴스24'처럼 한글을 입력해도 해당 사이트로 바로 연결시켜주면 그건 주소라는 이야기지요. 이미 그렇게 연결되도록 한 수십만 개의 한글 단어 또한 분명하게 인터넷 주소라는 뜻입니다.

그것이 인터넷 주소창에 입력될 경우 주소로서 의미를 가져야지, 검색을 위한 키워드로서 인식되게 하면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이 대목이 MS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겁니다. MS가 홍보 대행사를 아웃소싱하고 급히 기자를 찾은 것도 이 때문이지요. MS가 왜 넷피아와 다른 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 지를 설득하기 위한 목적인 것입니다.

MS는 IE7.0에서 세계적으로 대부분 인정하는 정식 도메인만 주소로 인정하도록 설계했습니다. MS가 말하는 '세계적으로 대부분 인정하는 정식 도메인'은 두 종류입니다. 영문 도메인과 다국어 도메인. www.microsoft.co.kr과 같이 영문으로 된 게 영문 도메인이고, 마이크로소프트.kr처럼 영문 이외에 각국의 언어로 된 도메인이 다국어 도메인입니다. 이들을 주소창에 입력할 경우 당연히 해당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문제는 '마이크로소프트.kr'에서 '.kr'이 빠진 한글 단어입니다.

넷피아는 한글 단어 가운데 자사에 등록해 해당 사이트로 옮겨지도록 이미 돼 있는 수십만 개의 단어도 주소라고 말하는 것이고, MS는 주소가 아니라고 보는 겁니다. 따라서 MS는 주소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특정 사이트로 보내는 것은 옳지 않고, 오히려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지요.

MS는 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거래 시비를 피하기 위해 검색 사이트는 네티즌이 선택하도록 했고, 세계 각국의 언어를 존중하기 위해 다국어 도메인을 입력하기 편리하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자랑합니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kr'을 다 입력할 필요없이 '마이크로소프트'만 입력하고 'ctrl+enter'키를 누르면 자동으로 해당 사이트에 연결되도록 한 것이죠.

그런데 이 때 연결되는 사이트는 넷피아에 등록된 사이트가 아니라 .kr 도메인을 부여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등록한 사이트입니다.

어찌됐건 MS는 홍보 대행사를 통해 들고온 자료에서 "넷피아로 대표되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설 한글 키워드 서비스는 정식 주소체계가 아니다. 즉 인터넷 표준과는 무관한 서비스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두 패권자가 화합할 길은 없는 셈인 거지요.

주소창이란 '인터넷 중원'을 놓고 벌이는 두 패권(覇權)의 전투는 사실 둘 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지금은 주소창과 검색창의 용도가 혼선을 빚는 상태고, 검색이야말로 현존하는 닷컴의 최대 수익모델인 만큼 이해 관계자가 많습니다. 두 패권자 말고도 중원을 노리는 제후가 수두룩하다는 이야깁니다. 한글 키워드 사업을 하는 또 다른 사업자, 검색과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포털 사업자, 자회사로 포털을 끼고 있는 통신사업자(ISP), 넷피아와 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의 사업자들….

사실 이들의 대결은 이미 5~6년 동안 계속된 것이지만, 어쩌면 지금이 어느 쪽이든 대세를 결정할 중대 국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 결과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그런데 지켜보는 기자로서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인터넷 중원'인 주소창은 그들의 전쟁터이기도 하지만 네티즌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전국시대의 살벌한 전쟁 과정에서 진정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힘없는 백성이었듯, 이 싸움에서도 괜한 네티즌만 멍들지 않을까, 걱정되는 거지요.

화합키 어려운 그들에게, 상생을 주문한다면, 그건 부질없는 일이겠지요?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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