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센터 관련 일을 하는 강용일(가명)씨는 3주 전 019에서 010으로 식별번호를 바꾸려다 자신의 010 번호를 다른 사람이 쓰고 있는 것을 알았다.
019-424-8xxx를 사용하고 있는 강 씨가 010으로 전환할 경우 부여받게 될 번호는 010-2424-8xxx.
'2424' 국번이 자신의 영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 식별번호를 바꾸려던 강 씨는 "이미 다른 사람이 쓰고 있다"는 대리점 직원의 말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LG텔레콤 가입자인 강 씨는 "'2424-8xxx'에 맞춰 명함과 전단지를 만들어 놓고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었는데 이동통신사가 내 번호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탓에 영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011, 016, 019 같은 식별번호를 010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면서 이통사의 소홀한 번호관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2003년 말 발표한 '010 전환용 국번 부여방안'에 따르면 기존 식별번호를 010으로 바꿀 경우 끝에 네 자리 번호는 그대로 두고 가운데 국번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바뀌게 된다.
세 자리 국번은 앞에 고유번호 한 자리가 추가되고 네 자리 국번은 앞 번호가 바뀌는 식이다. 010으로 식별번호를 바꿀 경우 자신이 쓰게 될 번호가 미리 정해져 있는 것.
강 씨의 경우 이통사가 고객이 010으로 전환할 때 쓰게 될 번호를 주의있게 관리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부여해 문제가 불거졌다.

강 씨는 "고객센터 쪽에서 실수임을 인정했지만 내 번호를 돌려주기 어렵다고 했다"며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보상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LG텔레콤은 "이런 실수는 아주 드문 경우"라며 "내부회의를 열어 비슷한 번호를 강 씨에게 주는 등 적절한 보상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강 씨의 010번호를 쓰고 있는 사람이 LG텔레콤에서 다른 이통사로 번호이동 해버려 강 씨가 번호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 씨는 LG텔레콤이 골드번호인 자신의 010번호를 고의로 넘겼을 가능성도 주장했다.
그는 "식별번호가 통합되면 010을 누르지 않고도 통화를 할 수 있는데 '2424-8xxx'는 누가 봐도 욕심을 낼 만한 번호라 LG텔레콤이 고의로 넘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텔레콤은 "우연한 실수이며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녹색소비자연대 김진희 실장은 "휴대폰이 영업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추세를 볼 때 이번 경우는 단순한 보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이통사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말까지 기존 번호에서 010 식별번호로 전환한 사람은 1천485만6천여 명으로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38%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는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80~90%가 010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모든 이동전화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현재 추세로 볼 때 2~3년 안에 010 식별번호 통합이 완료될 전망이다.
/김연주기자 tot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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