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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 크로프트의 인기 비결


 

라라 크로프트가 돌아왔다.

그녀는 여전히 섹시하다. 에이도스사가 신작 '툼레이더 : 레전드'에서 인디애나 존스와 빅토리아 시크릿 스타일을 합쳐 탄생시킨 히로인을 만나보자.

라라 크로프트가 지하 묘지 사이를 달릴 때면 모양 좋은 가슴과 엉덩이가 매혹적으로 흔들린다. 액션 장면 사이 조용한 순간이 찾아오면 그녀는 까치발로 서서 가슴을 활짝 펴고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준다. 에헴.

그녀는 한 조각 치즈케익과도 같다. 왜 젊은이들이 1996년 첫 선을 보인 툼레이더에 그토록 열광했는지 문화 전문가들 사이에서 말하는 이유는 한결같다.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을 느끼는 나이가 10대 소년들이다. 섹시한 여자를 보면 눈을 떼지 못하는 게 10대 소년들이다. 툼 레이더를 하면 몇 시간 동안 계속 라라 크로프트를 보며 마음 놓고 침을 흘릴 수 있다.

이 이론대로라면 Bloodrayne 부터 테크모사의 Dead or Alive의 풍만한 악녀까지 섹시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들이 왜 줄줄이 연속적으로 나왔는지도 설명된다. 다시 정리하자면, 즉 젊은이들의 원초적 본능이 사회를 천박하게 만든 것이다. 과연 그런가?

내 의견은 다르다. 젊은이들이 라라 크로프트에 열광하는 데는 사뭇 색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추파를 던지는 게 아니다. 그녀와 동일시 하고 있는 것이다.

사방이 폭력으로 둘러싸인, 위기에 처한 섹시하고 멋진 여자 역할을 한다는 건 젊은이들에게는 뜻하지 않은, 완전히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내가 괜히 자다 남의 다리 긁는 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는 유명한 영화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바로 슬래시 무비의 '파이널 걸(Final Girl : 끝까지 살아 남는 여자)' 개념이다.

이 이론은 1985년 중세학자이자 페미니스트 영화 평론가인 캐롤 클로버가 한 친구를 통해 보게 된 영화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에서 나왔다.

당시 대부분의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은 슬래시 영화에 대해 역겹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남성들의 여성 혐오증을 드러내는 전형적인 예로 보았다. 그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극장 안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가면을 쓴 사이코가 비명을 지르는 젊은 여성을 난도질하는 영화 장면을 보며 환호성을 질러댔기 때문이다. 분명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보던 클로버는 뭔가 신기한 점을 눈치챘다. 물론 젊은이들이 영화 속 악한이 여성 희생자를 덮치는 장면에서 웃고 떠들어 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희생자들이 줄을 잇던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공포에 질린 최후의 여성 한명만 영화 막바지까지 남게 된다. 클로버는 이런 여성 캐릭터를 '파이널 걸(Final Girl), 끝까지 살아 남는 여자'라고 칭했다.

그러면 갑자기 젊은 남성 관객들은 지금까지 환호를 보내던 대상을 바꿔서, 여자가 사이코를 공격하고 죽일 때, 악한이 아닌 그 여자 캐릭터를 향해 격려의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클로버는 이를 단순한 흔히 볼 수 있는 성차별주의가 아니라고 보았다. 오히려 반대로 젊은 세대는 끔찍한 위기에 직면했지만 결국 승리하게 되는 한 여자의 상황에 자신들을 강하게 동일시하고 있었다.

슬래시 영화의 원동력은 영화 역사상 그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적보다 힘은 훨씬 약해도 머리는 더 똑똑한 여자라는 아이디어는 그 누구도 상상 못했던 일"이라고 클로버는 평했다.

새로운 슬래시 영화에서 젊은이 관객들은 본질적으로 파이널 걸이 되었다. 탈진하고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공포에 질렸으나 궁극적으로 승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단순히 성적 폭력에 혹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르는 것이었다.

젊은이들의 섹슈얼리티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심오하게 특이한 것이라고 클로버는 결론을 내렸다.

내 생각에는 클로버의 생각이 맞는 것 같다. 게다가 그녀가 내린 평가는 툼레이더의 성공에 완벽하게 들어 맞는다.

슬래시 영화에는 파이널 걸이라는 원동력이 있다. 끊임없이 위협당하면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사방에서 공격해 오는 적들을 물리치는 여성 말이다. 그리고 이 점에 사로잡힌 젊은이들도 존재한다.

크로프트 역할은 감정적으로 카타르시스적 경험을 느끼게 해준다. 이미 예전부터 남자들은 닌텐도의 마리오부터 둠에 나오는 익명의 해병까지 남성 역할은 실컷 해봤다. 하지만 라라 크로프트가 되는 건 달랐다. 그전의 게임들과는 다르게 젊은 남성들의 심리를 완전히 사로잡았던 것이다.

"뭐랄까, 그녀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결국 나를 보호하는 거라고도 할 수 있다. 동시에 두 사람인 셈이다. 이건 아주 특이한 경험이다"고 그때 어떤 게이머는 나한테 말해줬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거의 어떤 게임에서든 주인공이 되면 감정이 거기에 동화된다. 그러나 크로프트 역할을 할 때는 그런 감정 이입의 수준이 훨씬 더 강력하다. 게임 속 장애물에 나도 모르게 실제로 몸을 구부리고 피하면서 가쁘게 숨을 몰아 쉬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같은 게임 환경에서 젊은 남자가 위기에 처한 가상의 매력적 여성이 되고싶어 한다는 생각은 1998년이라면 모를까 그다지 특이한 얘기로 들리진 않는다. 결국 온라인 세계의 여성 캐릭터들 중 절반은 남자들이 적극적으로 가상의 性을 선택해 플레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크로프트라는 캐릭터에 성적인 매력이 전혀 없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쭉쭉빵빵한 몸매보다 더 섹시한 건 그녀의 목소리이다. 헤드폰을 끼면 알 수 있겠지만 크로프트가 벽 같은데 매달려 움직이면서 내는 나즈막한 음성은 폰섹스 저리가라이다.)

또한 라라 뿐만 아니라 불가능에 가까운 곡선미를 자랑하는 여성 캐릭터가 된다는 건 여성 게이머들에게 있어서도 역시 의심할 바 없이 전혀 색다른 경험이라는 점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음에 혹시 월마트에서 새로 나온 툼레이더 레전드 게임을 하는 사춘기 소년들을 보게 되면, 게임에 열중해서 멍한 그 표정들을 한번 더 주의 깊게 살펴보기 바란다. 거기에는 보이는 것 이상의 숨겨진 어떤 것이 있다.

[와이어드 = Clive Thomp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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