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엔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을 보다 쉽게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 기관투자자가 부족한 우리나라 벤처투자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올 해에도 한국IT펀드(KIF)의 출자를 이어간다.
특히 정부 모태펀드가 올 1차 출자사업을 시작했으며 국민연금관리공단도 벤처투자시장 추이 및 기존 출자금 운용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로 자금을 풀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금 정부·기관의 3대 벤처캐피털 출자자금이 함께 움직일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
23일 정보통신부와 통신사업자연합회는 KIF의 추가 출자를 놓고 시기 및 자금규모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해까지 3차례에 걸쳐 3천억원의 자금을 벤처캐피털 투자조합에 배정한 KIF가 출자업무를 종료함으로써, 새로운 투자금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정통부와 통신사업자연합회는 지난 2003년부터 자금을 배정한 각 벤처캐피털 투자조합의 수익금을 모아 재출자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통신사업자연합회가 배정받은 수익은 100억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난해부터 벤처경기 및 코스닥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올 들어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통부 IT중소·벤처종합대책추진반의 손승현 반장은 "아직까지 IT 벤처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난해 말과 올 초에 통신사업자들에 추가 자금 출자를 요청한 상태"라며 "남중수 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을 비롯해 각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통신사업자연합회도 자금규모를 최대한 빨리 결정해 이르면 상반기부터 출자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기존 출자를 통해 확보된 자금만을 활용할 것인지, 캐피털 콜(투자조합 업무집행조합원이 자금을 요구할 때마다 출자예정 금액의 일부를 내주는 방식)을 활용해 예정 수익까지 포함해 자금규모를 확대할 지를 놓고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천500억원을 투입해 최대 벤처캐피털 기관출자자로 면모를 보인 국민연금은 아직까지 추가 출자 여부를 결정짓지 않은 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8월 6개 벤처캐피털에 자금을 출자한 이후 현재 25% 정도 자금이 소진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일단 기존 출자금이 전액 소진돼야 추가로 자금을 배정할 수 있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단 "자금이 모두 투자된 이후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금이 여전히 부족하다면, 우리 쪽에서도 기회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추가로 자금을 집행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이밖에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올 1차로 1천100억~1천300억원을 투입하는 출자사업을 공고해 27개 벤처캐피털로부터 신청을 받은 상태.
한국벤처투자는 다음달 말 최종 출자대상 업체 및 투자조합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어 올 하반기 2차 사업에서는 올 출자 예정금액 1천950억원에서 1차 때 배정한 자금을 뺀 규모를 추가로 투입하게 된다.
한편 창업투자 업계는 한국벤처캐피털협회를 중심으로 벤처투자시장의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정부·기관투자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통신사업자연합회와 국민연금의 추가 출자 및 정통부, 산업자원부, 농림수산부 등 정부기관의 출자 확대를 건의하고 있는 것.
또 거대 벤처투자기관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벤처 투·융자 예산의 일부를 벤처캐피털 투자조합에 출자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한편 벤처투자에 대해 제한이 따르는 상호저축은행, 우정사업본부 등의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데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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