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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그리다"…박인주 초대전, 기억과 그리움의 결을 화폭에 새기다


'바라보다-印象 TIME' 초대전…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대구 돌담갤러리
자연을 통해 삶과 시간, 부모와 유년의 기억을 그린 10번째 개인전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좋은 그림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오래 머문다. 박인주 작가의 그림이 그렇다. 그의 풍경은 산을 그리고 들을 그린 작품이 아니다. 시간을 그렸고, 기억을 그렸으며,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을 그리고 있다.

오는 8월 31일까지 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돌담갤러리카페(관장 하종국)에서 열리는 '박인주 초대전-바라보다(印象 TIME)'는 자연 풍경을 소재로 한 전시이면서도 본질적으로는 한 인간의 삶과 기억을 담아낸 서정적 기록이다.

박인주 초대전 포스터 [사진=돌담갤러리 ]

이번 전시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푸른 산자락과 저녁빛이 번지는 풍경이다. 그러나 오래 바라볼수록 작품 속 주인공은 산도, 노을도 아니다. 시간이다.

박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나는 자연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린다. 다시 바라본다"고 말한다.

짧은 문장이지만 그의 작품세계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고백이다.

그에게 '바라본다'는 것은 단순히 대상을 보는 행위가 아니다.

대상과 자신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기억을 불러내며, 감정을 응축시키는 긴 사유의 시간이다.

박인주 작가 작품 [사진=돌담갤러리]

그래서 그의 풍경은 실제 자연을 닮았지만 사진처럼 사실적이지 않다. 오히려 현실보다 흐릿하고, 번지고, 겹쳐진다.

그 흐림은 기억의 깊이다.

그 번짐은 시간의 흔적이다.

그 겹침은 삶의 층위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바라보다-그 해 여름' 역시 풍경보다 기억을 이야기한다.

늦겨울 부모를 만나고 돌아오던 저녁길.

어릴 적 수도 없이 바라봤던 산이 어느 날 문득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순간.

부모의 뒷모습과 손짓, 돌아서는 발걸음, 말하지 못한 그리움까지 모든 감정이 산과 노을 속으로 스며든다.

박 작가는 그 순간을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결로 남아 우리 안에서 계속 흐른다"고 표현한다.

박인주 작가 작품 [사진=돌담갤러리]

이 문장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의 화면에는 선명한 윤곽보다 흐릿한 여백이 많다.

그 여백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다.

관람자가 자신의 기억을 꺼내 놓을 수 있도록 남겨둔 자리다.

그래서 누구에게는 고향이 되고, 누구에게는 부모가 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저녁 풍경이 된다.

평론가들이 박인주 작품을 두고 '감정을 그리는 풍경화'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자연을 그리지만 결국 인간을 이야기한다.

풍경을 그리지만 결국 삶을 이야기한다.

박인주 작가 작품 [사진=돌담갤러리]

색채 역시 화려함보다 절제를 택한다.

푸른 기운이 화면 전체를 감싸고, 저녁 노을의 붉은빛은 조용히 번져간다.

빛은 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따뜻하게 스며든다.

마치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기억처럼.

이번 전시는 박인주 작가가 걸어온 예술 여정의 또 다른 전환점이기도 하다.

대구대학교 회화과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이번 전시로 열 번째 개인전을 맞았다.

2017년 갤러리봄 초대전을 시작으로 대백갤러리, 갤러리 복, 대백프라자 VIP라운지, 갤러리 향, 이명재커피갤러리 등에서 꾸준히 개인전을 이어오며 자신만의 회화세계를 구축했다.

대구아트페스티벌 개인부스전과 남부워터칼라페스티벌 등 수십 차례의 단체전에 참여했고, 2025년 한국미술협회장상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현재는 한국미술협회 대구지회 이사와 대구사생회 사무국장, 전업미술가협회 대구지부 사무국장, 대구수채화협회 이사 등을 맡아 지역 미술계 발전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박인주 작가 [사진=돌담갤러리]

무엇보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화려한 기교를 보여주기보다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잊고 지냈던 부모의 얼굴, 고향의 산, 저녁노을, 어린 시절 골목길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박인주 작가는 "'바라보다-印象 TIME'은 특정 장소를 기록한 풍경화가 아니라 삶 속을 스쳐 지나간 시간의 인상과 감정의 흔적을 담은 이야기"라며 "관람객 모두 자신의 기억 속 풍경 하나쯤은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인주의 그림 앞에서는 누구나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곳에는 풍경보다 시간이 있고, 시간보다 사람이 있으며, 사람보다 깊은 그리움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초대전은 자연을 그린 전시가 아니라 '시간을 바라보는 전시', 그리고 우리 마음속 오래된 풍경을 다시 만나는 전시다.

/대구=이창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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