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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물류비 폭탄에 한계인데"…식품사, 정부 '물가 옥죄기'에 한숨


오뚜기·롯데칠성 최근 가격인상…원재료·포장재·물류비 부담 지속
대통령, 유통구조 개혁·담합관리 주문…식품업계 가격조정에 신중
"비용 절감도 한계"…할당관세·원료 수급·물류비 지원 필요성 제기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중동전쟁 여파로 수입 원재료와 에너지·물류비 부담이 임계점에 달한 식품업계가 제품가격 인상을 조율하던 중 정부의 강력한 물가안정 압박에 결국 발목을 잡혔다. 당국이 전방위 압박에 나서며 완강한 기조를 재천명하자 가격조정을 검토하던 기업들은 일제히 계획을 보류하고 줄줄이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유통구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꽤 있는 것 같다"며 유통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이나 독과점 폐해를 압박해 이 정도 유지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았다면 물가 상승률은 훨씬 높았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각 부처에 적극적인 물가관리를 당부했다.

이번 발언은 농산물 유통개선에 초점을 맞췄지만 업계는 사실상 가격인상 자제를 요구하는 강력한 경고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과자 무한 골라담기'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과자 무한 골라담기'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압박이 기업 가격정책을 뒤흔든 전례는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예요"라고 언급하며 물가안정 대책을 주문했다.

이후 정부는 식품업체들을 잇달아 소집해 원가와 가격동향을 점검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당·제분업계 담합조사로 설탕과 밀가루 가격이 인하되자 정부는 가공식품업체에도 원가 하락분을 즉각 가격에 반영하라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올해 초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라면·식용유업체를 불러들여 압박을 강화했다. 이에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는 지난 4월부터 총 41개 라면제품 출고가를 평균 4.6~14.6% 내렸고 CJ제일제당과 대상, 오뚜기 등 6개 업체도 일부 식용유 제품가격을 평균 3~6% 인하했다.

하지만 식품업계에서는 일부 원재료 가격이 내렸어도 환율과 인건비, 가스·전기요금, 포장재·물류비가 동시에 올라 전체 비용부담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오뚜기는 오는 16일부터 카레와 당면, 케첩, 후추 등 29개 품목 출고가를 제품군별로 평균 6.1~17% 올린다. 롯데칠성음료도 지난달 26일부터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밀키스, 칸타타 등 12개 브랜드 44개 품목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두 회사 모두 원재료와 부자재, 포장재 가격 및 환율 상승 등을 가격조정 배경으로 꼽았다.

중동정세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하반기 가격조정에 나설 업체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식품기업은 원재료 상당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데다 유가상승이 포장재와 물류비, 공장 운영비까지 연쇄적으로 끌어올리는 구조인 탓이다.

음료업계는 페트병과 알루미늄 캔 가격을, 라면업계는 팜유·대두유 등 유지류와 포장재 비용을 주요 부담으로 지목하고 있다. 내부 비용 절감이나 판촉 축소만으로 원가 상승분을 모두 흡수하기 어려운 데다 소비위축까지 겹쳐 가격 동결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대통령 발언으로 추가 가격인상 움직임은 위축될 전망이다. 이미 시행 시기와 품목을 확정 지은 인상안은 예정대로 반영되겠지만 아직 내부검토 단계인 업체들은 발표 시기나 인상 폭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있지만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물가 안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외국계 기업이나 규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업종이 아니라면 가격 조정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가격 결정만 억누를 것이 아니라 원가 부담을 낮춰줄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원부재료 수급 안정과 할당관세 확대, 세제·물류비 지원 등 기업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가격 인상 움직임도 가라앉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서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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