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ESG NOW] '법정 공시' ESG, 책임의 시간이 시작된다


선언에서 증거로, 구호에서 작동하는 체계로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난 8일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회를 열고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 최종안을 발표했다. 2021년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에서 단계적 의무화가 처음 예고된 뒤 5년 반 가까이 이어진 논의가 마침내 제도의 형태를 갖춘 것이다.

최종안은 공시 여건이 성숙하기를 기다리기보다 시장의 신뢰를 먼저 이끌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2028년(2027 사업연도)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시작해 2029년 5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2028~2029년 이행 상황을 평가해 2030년 2조원 이상까지 넓히는 방안을 검토한다.

더 중요한 변화는 방식이다. 거래소 공시를 거치지 않고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공시, 즉 법정 공시로 곧장 출발한다. 도입 초기 3년 동안 포괄 면책을 두고 2030년부터는 제 3자 인증도 의무화된다.

신승국 법무법인 화우 ESG센터장. [사진=법무법인 화우]
신승국 법무법인 화우 ESG센터장. [사진=법무법인 화우]

기업이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은 바로 ‘법정공시’라는 형식이다. 사업보고서에 담긴다는 것은 지속가능성 정보가 더 이상 홍보자료나 별도 보고서의 좋은 문장에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전환계획, 기후 시나리오 분석처럼 추정과 판단이 개입하는 정보도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과 제재가 문제 되는 공적 언어가 된다.

이제 ESG 공시는 숫자를 맞추는 작업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사회 감독, 내부통제, 데이터 검증, 공급망 계약,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이 함께 맞물리는 법적 거버넌스의 문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라는 이름의 ‘자율 보고’와는 차원이 다른 국면이 열린다.

그렇다면 3년의 포괄 면책은 안심해도 된다는 신호일까. 오히려 반대다. 최종안은 도입 초기 3년 동안 공시정보 전체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행정제재, 형사처벌을 폭넓게 면제하되 고의적 그린워싱에 대해서는 손해배상과 행정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결국 분쟁의 초점은 공시 당시 회사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어떤 자료와 절차를 근거로 기재했는지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면책 기간이 끝난 뒤에도 미래 예측, 배출량 추정, 협력업체 등 제3자로부터 받은 정보처럼 불확실성이 큰 항목에는 세이프 하버가 적용된다.

그 전제는 ‘합리적 근거와 판단을 갖춘 충실한 공시’다. 배출량 산정 방법, 시나리오의 가정, 데이터 출처, 검증 절차를 처음부터 추적 가능한 기록으로 남긴 기업만이 책임의 파고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3년의 면책은 제재의 공백이 아니라, 훗날 회사를 지켜 줄 증거를 쌓으라는 준비 기간이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듯하다. 첫 공시는 2028년에 제출되는데 공시 대상은 2027 사업연도이므로, 데이터 수집과 내부통제 체계는 늦어도 2027년 초에는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 사실상 남은 시간은 올해 하반기뿐이다.

2030년 인증 의무화까지 생각하면 공시 체계는 처음부터 외부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데이터 품질을 전제로 설계해야 이중 투자를 피할 수 있다. Scope 3 공시는 공시 대상별로 3년 유예되는데 공급망 데이터 준비 자체가 늦춰지는 것은 아니다.

협력사 배출량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는 하도급법상 경영정보 요구 제한, 영업비밀 보호, 계약상 책임 배분 같은 법적 쟁점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아직 의무화 대상이 아닌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공시 품질은 기관투자자의 주주 활동, 전환금융 심사, 자금조달 조건과 연결되는 새로운 신뢰의 기준이 되고 있다.

돌아보면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ESG는 규제의 도입과 후퇴, 정치적 논쟁과 피로감 속에서 부침을 겪었다. 방향은 한 번도 달라지지 않았다. 선언에서 증거로, 구호에서 작동하는 체계로, 평판 관리에서 법적 책임과 시장 신뢰로 이동해 왔다.

이번 최종안은 그 흐름에 제도라는 이름의 마침표를 찍었고, 동시에 새로운 출발선을 그었다. 이제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보고서의 문장이 아니라 근거와 기록, 검증 가능한 데이터로 증명된다.

앞으로의 ESG 자문도 멋진 보고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기업이 책임 있게 말하고 오래 신뢰받을 수 있는 구조를 세우는 일이 돼야 한다. 이 전환을 부담이 아닌 신뢰의 자산으로 바꾸는 기업이 다음 5년의 경쟁력을 차지할 것이다.

신승국 법무법인 화우 ESG센터장 [email protected]

/정종오 기자([email protected])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ESG NOW] '법정 공시' ESG, 책임의 시간이 시작된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