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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슈 '활활'→ 환경오염 '증가'


KAIST 연구팀, ‘제도적 혼잡(Institutional Crowding)' 실증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정치권에서 이민이나 난민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 때 우리 주변 공장에서는 독성물질이 더 많이 배출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없어 보이는 두 현상이 사실은 정부의 한정된 행정력과 예산을 통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국제 연구팀이 파악했다.

KAIST(총장 배충식) 기술경영학부 이나래 교수와 싱가포르경영대(SMU) 헬리 왕(Heli Wang) 교수 공동 연구팀이 미국 전역의 이민 관련 입법과 환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정치적으로 이민 이슈가 핵심 의제로 부상할수록 정부의 환경감독이 약화되고 기업의 독성물질 배출이 증가하는 현상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제도적 혼잡(Institutional Crowding)'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행정력과 예산은 무한하지 않다. 새로운 정치적 현안이 등장하면 정부의 관심과 자원이 그 분야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환경감독처럼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정책 분야의 집행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KAIST 연구팀이 ‘제도적 혼잡' 이론을 실증했다. [사진=KAIST]
KAIST 연구팀이 ‘제도적 혼잡' 이론을 실증했다. [사진=KAIST]

연구팀은 이민 이슈를 사례로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이슈에 국한되지 않고 정부의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정치적 의제 경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독성물질배출목록(Toxics Release Inventory, TRI)과 미국 각 주의 이민 관련 입법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전역 1만4390개 제조시설에서 수집된 총 8만2377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민 관련 법안이 한 건 증가할 때마다 제조시설 한 곳의 독성물질 배출량은 평균 약 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장당 약 25kg(56파운드)의 독성물질이 추가 배출되는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증가가 환경 규제 기준이 완화됐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환경감독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지면서 기업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오염 저감과 독성 폐기물 처리 노력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정부의 재정이 어려울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부채가 많거나 재정 부담이 큰 주에서는 정치적 관심이 새로운 이슈로 쏠릴수록 환경감독이 더욱 약화됐다. 정부 예산이 부족할수록 정치적으로 시급한 현안에 자원이 먼저 투입되고 환경감시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나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민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제의 변화가 환경감독을 약화시켜 기업의 오염을 늘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정부의 한정된 자원이 특정 이슈에 집중되더라도 환경감독은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논문명: There's More Than Meets the Eye: Assessing the Impact of Immigrants on Firm Environmental Performance)는 이나래 교수가 제 1저자로 경영학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매니지먼트(Journal of Management)' 5월 29일자 온라인으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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