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경환 기자] 2030년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신설과 함께 추진되는 대학병원 건립 사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정부 기준상 국립의대의 주교육병원은 500병상 이상의 규모를 갖춰야 하지만, 병원 건립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완공 이후 병원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있다.
국립대학병원 대부분은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운영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의료인력 양성과 중증·응급환자 진료, 필수의료 제공이라는 공공성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천에 들어설 주교육병원 역시 단순히 병상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을 함께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순천이 전국 어느 지역보다 이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우선 여수국가산업단지와 광양국가산업단지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중화학·석유화학 산업벨트가 인접해 있다는 점이다. 이 지역에는 수만 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산업재해, 직업성 질환, 화학물질 노출 등 전문적인 산업의료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순천 주교육병원은 일반 대학병원을 넘어 '산업의학 특화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기업 건강검진과 산업보건관리, 직업병 진단 및 치료, 근로자 재활, 기업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가산단 의료안전망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전남 동부권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다.
노인성 질환과 심뇌혈관질환, 암 치료, 재활의료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권역 심뇌혈관센터, 암센터, 재활의료센터 등을 단계적으로 구축하면 수도권 환자 유출을 줄이고 지역 의료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순천은 여수·광양은 물론 보성, 고흥, 구례, 곡성, 경남 하동과 남해까지 포함하는 광역 의료권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현재 상당수 중증환자가 광주나 부산,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지역 내 상급진료 기능 강화는 의료서비스 향상과 함께 병원의 환자 기반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료 정책과 연구사업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대안이다.
국립대학병원은 필수의료와 감염병 대응, 지역의료 연구개발(R&D), 임상시험 등 다양한 국책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연구중심병원 지정과 국가 연구과제 유치, 바이오기업과의 공동 연구 등을 확대하면 진료수익 외에도 안정적인 연구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역시 대학병원 건립 이후 일정 기간 운영 안정화를 위한 특별기금을 조성하거나 정책적 지원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초기 운영 적자를 지방정부와 국가가 분담하고, 이후 병원의 경쟁력을 높여 자립 기반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병원을 한 번에 완성하려는 접근보다 단계적으로 성장시키는 전략이다.
우선 정부 기준에 맞는 500병상 규모의 주교육병원을 조기에 구축해 의학교육 기반을 마련하고, 이후 의료 수요 증가에 맞춰 전문센터와 연구시설을 확충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막대한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순천시가 추진하는 국립의대와 대학병원은 단순한 의료기관 하나를 짓는 사업이 아니다. 전남 동부권의 의료 수준을 끌어올리고, 지역 인재를 양성하며, 국가산단과 연계한 산업의료를 육성하는 지역 성장 전략이다.
성공의 기준은 병원의 규모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이다. 공공성과 수익성을 균형 있게 확보하는 운영 모델을 구축할 때 비로소 순천의 주교육병원은 전남 동부권 의료혁신의 중심이자 국가 공공의료의 새로운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광주=이경환 기자(kh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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