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정부가 서남권에 이어 충청권에서도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본 구마모토현의 TSMC 공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광주에서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연 데 이어 2일에는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81조원 규모의 충청권 반도체 패키징 투자 계획이 발표된다.

기존 반도체 팹은 부지 검토부터 완공까지 짧게 5년, 길게 9년 이상 걸렸다. 하지만 정부는 2년 만에 완공됐던 일본 구마모토현의 TSMC 팹처럼 속도전을 펼쳐 남은 임기 내에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日정부, 물심양면 TSMC 지원
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TSMC와 소니, 덴소의 합작법인 JASM 구마모토 제1공장에 최대 4760억엔, 제2공장에 최대 7320억엔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두 공장에 대한 일본 중앙정부 지원 규모만 총 1조2080억엔(약 11조4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구마모토현은 향후 10년간 약 1140억엔(약 1조700억원)을 투입해 공항 접근 철도와 도로, 공업용수, 하수처리시설 등을 확충할 계획이다.
공항 접근 철도 건설과 개선에는 410억엔, 공장 주변 도로 확장에는 300억엔, 하수처리시설 확충에는 280억엔, 공업용수 확보와 송수관 정비에는 150억엔이 각각 투입된다.
사실상 용수, 물류, 도로 등 주변 인프라를 정부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TSMC 공장내에서 반도체 공정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TSMC]](https://image.inews24.com/v1/3ee24f88f7dc0e.jpg)
日 전자, 자동차 공급망·인프라는 최대한 활용
구마모토의 강점은 인프라를 새로 만드는 데만 있지 않다. 공장이 들어선 곳은 과거 '실리콘 아일랜드'로 불린 규슈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다.
소니의 CMOS 이미지센서 공장과 덴소를 비롯한 자동차 공급망이 이미 구축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TSMC는 기존 산업단지를 활용하면서 부족한 교통과 용수 인프라를 정부와 함께 보완했다.
대만 반도체 전문기자 린훙원도 저서 'TSMC 세계 1위의 비밀'에서 구마모토 프로젝트를 산업 생태계 구축 사례로 소개했다.
그는 인구 4만명의 작은 도시였던 기쿠요마치가 TSMC 착공 이후 24시간 공사가 이어졌고, 산업단지와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린훙원은 TSMC의 일본 투자 배경으로 고객 중심 전략을 꼽았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이 "고객이 있는 곳으로 간다"고 밝혔듯, 규슈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것은 소니와 자동차 산업 공급망을 지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공장 건설 방식도 달랐다. TSMC 제1공장은 최첨단 2나노미터(㎚) 공정이 아니라 12·16㎚와 22·28㎚ 성숙공정을 생산하는 팹으로 설계했다.
특히 대만에서 검증한 생산라인을 그대로 적용하는 '카피 이그잭틀리(Copy Exactly)' 방식을 적용해 설계와 장비 구축 기간을 줄였다고 한다. TSMC는 성숙공정을 시작으로 올초에 3나노 공정까지 일본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TSMC는 생산시설만 투자하지 않았다. 요코하마와 오사카에는 반도체 설계 거점을, 이바라키에는 3차원 적층(3D IC)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거점을 구축했다.
설계와 제조, 첨단 패키징을 잇는 반도체 생태계를 일본 안에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전략이다.

충청권에 81조원 투입…구마모토처럼 지원해야
이번 충청권 투자도 기존 산업 기반을 활용하는 성격이 강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천안·아산·온양·청주에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지역에 총 81조원을 투입해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과 첨단 패키징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구마모토 사례와 더 가까운 곳은 서남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충청권은 기존 생산거점과 협력업체, 인력이 갖춰져 있지만, 광주·전남은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지와 산업 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들도 인프라 지원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국민보고회에서 "전력과 용수 등 반도체 필수 인프라와 인력 확보, 정주여건 등 많은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며 "국가산단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의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공급 등 핵심 인프라를 준비해주겠다는 정부 발표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많은 이들이 용수와 전력, 부지, 전문인력이 있는지 묻는다"며 "이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 내 반도체혁신지원단과 대통령실 전담 조직을 통해 인프라 구축과 투자 이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열리는 충청권 첨단산업 투자 국민보고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참석한다. 삼성전자에서는 전영현 부회장, SK하이닉스는 곽노정 사장이 서남권 보고회에 이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참석하지 않는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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