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미르의 전설' 시리즈로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을 개척한 1세대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이 게임산업에서 퇴장한다. 그의 손을 떠난 미르의 전설 IP는 향후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한층 도약할 것이란 기대감과 사실상 중국 시장에 팔렸다는 우려를 한 몸에 받을 전망이다.
지난 30일 위메이드는 최대주주인 박관호 이사회 의장이 중국 알리바바 및 중국 주요 게임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보유한 투자 플랫폼 '네오펄스'와 9200억원 규모의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네오펄스는 홍콩 소재 투자운용사인 솅송 인베스트먼트(Shengsong Investment Co., Limited)가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 플랫폼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위메이드 구주 일부(0.92%)를 인수하며 관계를 맺은 바 있으며, 이번 거래가 최종 성사될 경우 보유 지분은 40.25%로 위메이드 최대 주주 반열에 오르게 된다. 위메이드의 경영권이 창립 26년 만에 중국 자본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알리바바를 위시한 중국 자본이 네오펄스를 앞세워 위메이드를 우회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이 게임산업에서의 퇴장을 앞두고 있다. [사진=위메이드]](https://image.inews24.com/v1/902af16ae5b67f.jpg)
위메이드는 박관호 대표가 2000년 설립한 게임사로 PC MMORPG '미르의 전설' 시리즈로 한국과 중국에서 족적을 남겼다. 특히 '미르의 전설2'는 2000년대초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을 장악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으며 현재까지도 다양한 PC·모바일 게임으로 파생되며 인기를 지속하고 있다.
설립 이후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경영을 맡기고 자신은 개발에 전념했던 박 의장은 2024년부터 직접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올해 초에는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은 반등을 준비하는 해가 아니라, 위메이드 창업 이래 가장 냉혹한 생존의 분기점"이라면서 '시장 다각화'와 '글로벌 확장'을 강조하며 사업 의지를 다지기도 했지만 이후 5개월 여 만에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박관호 의장은 30일 임직원에 보낸 서신에서 "지금 우리가 선 자리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 게임산업은 더 이상 한 나라 안에서 완결되지 않는다. 한국 시장만으로 회사의 미래를 그리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더 큰 시장으로의 확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위메이드가 더 큰 무대에서 제대로 도약하기 위해, 지금이 그 발판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의 가장 큰 기회는 분명하다. 미르 IP는 중국에서 여전히 거대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고, 동시에 북미와 유럽이라는 또 하나의 큰 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 두 축을 온전히 우리의 성장으로 전환하려면, 그에 걸맞은 파트너와 자원이 필요했다. 이번 결정은 위메이드가 그 시장들 속으로 본격적으로 나아갈 길을 여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중국 자본이 경영하는 위메이드…미르 IP 행보는
위메이드의 경영권이 매각된 가운데 게임업계는 핵심 IP인 미르의 전설과 위메이드의 향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르의 전설2는 중국 퍼블리셔였던 샨다게임즈(현 셩취게임즈)와 한국 자회사인 액토즈소프트와 장기간 분쟁을 겪어왔으나 최근 이러한 분쟁을 종식하고 화해 국면에 접어든 바 있다.
실제 위메이드가 보유한 MMORPG 개발 역량과 대표 IP인 미르의 중국 내 강력한 경쟁력이 주요 투자 이유로 꼽히기도 했다. 이번에 책정된 9200억원의 기업가치 역시 미르 IP의 중국 내 지속적인 수익 창출력과 가치 반영 및 AI 접목과 글로벌 유통 시너지에 따른 미래 성장 잠재력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위메이드는 "이번 거래는 'AI 기반 미래 게임으로의 진화'와 '중국 시장 확장의 가속화'라는 공동 비전을 중심으로 추진됐다"며 "양사는 AI가 게임 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확신 아래, 게임 개발, 차세대 그래픽, 디지털 휴먼, 라이브 서비스 전반에 첨단 AI 기술을 적극 도입해 콘텐츠 품질과 이용자 경험을 동시에 향상시킬 방침"이라고 했다.
네오펄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알리바바는 현지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필두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 종합 IT 그룹으로, 2017년 인수한 모바일 게임사 이조이를 모태로 한 '링시게임즈'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모바일 게임 '삼국지 전략판'이 알리바바가 선보인 게임 중 하나다.
다만 최근 중국 게임업계에서는 링시게임즈 매각설이 대두되기도 했다. 링시게임즈를 팔고 위메이드를 사들이는 양상이다. 이를 두고 알리바바가 흥행 여부가 들쭉날쭉한 대규모 스튜디오보다는 미르 IP를 바탕으로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위메이드를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미르 IP가 알리바바가 기구축한 콘텐츠 플랫폼 등을 바탕으로 중국 내 지배력을 확대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도 적극 진출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다만 한국 게임산업이 낳은 1세대 주요 IP인 미르가 이처럼 중국 자본에 넘어갔다는 비판 역시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르 IP의 공동 소유권자인 액토즈소프트는 앞서 지난 2004년 샨다게임즈(현 셩취게임즈)에 인수됐고, 독자적으로 IP 제휴 사업을 추진하던 위메이드 경영권까지 알리바바 측에 넘어가면 미르 IP는 온전히 중국 자본 산하에 놓이게 된다.
한편 위메이드의 또 다른 핵심 사업축인 '위믹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민간 가상자산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정책을 펼치는 국가로, 네오펄스 측이 향후 위믹스 생태계를 유지할지, 혹은 분리 매각하며 미르 IP를 위시한 게임 개발에만 초점을 맞출지 여부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바탕으로 웹3 게임 사업을 적극 펼쳐왔으나 위믹스의 국내 거래지원이 종료되는 등 난항을 겪은 바 있다.
/문영수 기자(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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