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권서아 기자] 정부가 29일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고 호남권에 총 800조원을 투입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광주에 400조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팹) 2기를 건설하고, SK하이닉스도 서남권에 400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 2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포함해 삼성은 총 2655조원, SK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를 합쳐 총 2100조원 규모의 장기 투자 청사진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는 투자 규모보다 사람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반도체 공장만 들어선다고 산업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주거 등 정주여건, 전력·용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함께 모이는 산업 생태계가 동시에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에서 광주 지역 산업정책을 담당했던 주대영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 업계는 공장보다 먼저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고민한다"며 "고급 인력이 지방으로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과 정주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는 결국 사람을 따라가는 산업"이라며 "공장만 짓는다고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갖춰져야 기업도 따라오고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 발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6.29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https://image.inews24.com/v1/20fb6c60a9e49b.jpg)
이 같은 문제의식은 이날 국민보고회에서도 기업들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정주여건도 획기적으로 지원해주기 바란다"며 "민관이 함께 속도를 낸다면 대한민국이 더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도 "지방으로 내려가면 가장 큰 우려는 교육 문제"라며 "협력사와 젊은 인재들이 가족과 함께 정착하려면 좋은 초·중·고교 등 교육환경이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균형발전을 이루는 것"이라며 "정주여건 개선에도 대대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삼성과 SK의 서남권 투자 전략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삼성은 광주를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제시하며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와 첨단3지구 내 약 15만평 규모 부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미 광주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기존 생산기반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이날 발표에서 '광주'라는 지명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력과 용수, 인력 등 제반 요건을 충족하는 곳에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고, 회사도 서남권을 차세대 생산거점으로 제시하는 데 그쳤다.
업계에서는 SK가 특정 지역을 확정하기보다 전력과 용수, 부지 확보 등 여러 조건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 발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6.29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https://image.inews24.com/v1/a86be74afde5ba.jpg)
익명을 요구한 한 반도체학과 교수도 "반도체 클러스터는 공장 하나가 아니라 소부장 기업과 인력, 연구 기반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며 "지금까지 소부장 기업들이 해당 지역에 적극 투자하지 않았던 것도 인력 확보와 기업 간 연계 여건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클러스터 성공을 위해서는 투자 유치보다 산업 생태계를 먼저 만드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서도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과정에서는 인프라 문제가 반복됐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조성 과정에서 송전선로를 둘러싼 주민 갈등으로 사업이 수년간 지연됐고,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토지 보상과 인허가 절차가 길어지며 착공 일정이 여러 차례 미뤄졌다.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기영 서울대 공과대학 명예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는 "1000조원 규모 투자라면 전력과 용수, 인재 문제는 5~10년 안에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연구개발(R&D) 인력은 수도권에 두고 생산 인력은 지역에 배치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주여건 개선과 학교·병원 등 기반시설 확충이 함께 이뤄진다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 발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6.29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https://image.inews24.com/v1/dc187787c00b5e.jpg)
반도체산업협회도 이날 투자 계획에 대해 "AI 시대 급증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고 메모리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의미 있는 투자"라고 평가했다.
특히 수도권 밖에서 대규모 전공정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국내 반도체 생산 거점이 다변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협회는 투자가 차질 없이 이행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신속한 인프라 구축과 행정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공동=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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