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제10대 대구시의회 전반기 의장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지역 정치권에서는 또다시 익숙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이미 정리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말이 시의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대구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번 의장 선거는 당초 3선인 임인환, 이태손, 이영애 의원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그러나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하중환 의원이 전격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판세는 급격히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지역 정가는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을 적극 지원했던 일부 국민의힘 지역 국회의원들이 원 구성 과정에 의견을 전달하거나 조율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특히 지역 정가에서는 김기웅, 김상훈, 김승수 의원 등 일부 지역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다만 이런 얘기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관측일 뿐이며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실제로 아이뉴스24가 관련 의원 측 입장을 확인한 결과, "의장 선거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모두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구 정치에서는 지방의회 원 구성이나 의장 선거를 둘러싸고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이 큰 현실에서 상당수 지방의원들이 독립적인 판단을 하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 역시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제의 핵심은 특정 국회의원이 실제로 개입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원이 정했을 것'이라는 말이 시민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정치문화 자체가 더 심각한 문제다.
지방의회 의장은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사와 양심에 따라 선출되는 것이 지방자치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교통정리가 끝났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면 시민들은 과연 시의회의 독립성을 신뢰할 수 있을까.
더욱이 중앙 정치무대에서는 대구의 현안을 놓고 존재감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정작 지역 정치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이는 지역 정치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없다.
국회의원의 역할은 지방의회를 움직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지역 예산을 확보하고 대구의 미래를 위한 국가사업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내년부터 시작될 차기 총선 국면에서 시민들이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질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공천했는지가 아니라 4년 동안 대구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큰 목소리를 냈는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는 독립기관이다.
의장 선거 역시 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결정될 때 비로소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실제 존재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드러날 수도, 끝내 확인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앞으로의 대구 정치에서는 "국회의원이 정했다"는 말보다 "시의원들이 스스로 선택했다"는 평가가 더 자연스럽게 들리는 정치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의 독립성을 지키는 길이며, 제10대 대구시의회가 시민에게 보여줘야 할 첫 번째 정치개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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