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지난 25일 저녁 서울 마포구 'CU 스마트 그로서리 2호점(신촌피어점)'. 멀리서 보면 익숙한 초록색 간판이지만 매장 가까이 다가서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입구에는 선홍빛 냉장육와 싱싱한 과일을 전면에 내세운 대형 현수막이 걸렸고 유리창 전면에는 '이달의 할인상품' 전단지가 빼곡히 붙어있었다. 담배와 음료를 주로 파는 기존 편의점보다는 동네마트에 가까운 첫인상이었다.
![25일 서울 마포구 CU 스마트 그로서리 2호점에 과일 등 식품이 놓여있다.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79a74dc26d3ac.jpg)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트화(化)'된 편의점 정체성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일반 매장이라면 삼각김밥과 도시락 등 간편식이 차지하고 있을 목 좋은 중심부 매대에는 통수박과 복숭아, 참외 등 제철과일이 가득 쌓여있고 흙 묻은 고구마도 박스째 진열돼 있었다.
매대 옆에 비치된 바퀴 달린 간이카트는 이곳이 단순 편의점이 아님을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간단히 음료수나 캔커피를 집어 계산대로 향하던 기존 편의점 동선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대신 카트를 끌고 대형마트처럼 매장 구석구석을 돌며 식재료를 골라 담는 '근거리 장보기'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출됐다.
과일매대를 지나 벽면을 따라 길게 늘어선 냉장고 안에는 오늘 저녁상에 바로 올릴 수 있는 신선한 삼겹살과 목살이 팩 형태로 진열돼 있었다.
냉동고에는 쟁여두고 먹기 좋은 양념갈비와 고추장불고기가 자리를 잡았고 기존 편의점에서는 구경하기 힘들었던 손질된 고등어와 가자미살 등 수산물까지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신선식품매대 인근에는 대기업 브랜드의 각종 소스류와 조미료가 종류별로 구비됐다. 고물가 기조속에서 도시락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던 편이점이 퇴근길 집 냉장고를 채울 식재료를 조달하는 핵심 장보기 공간으로 변신한 현장이었다.
![25일 서울 마포구 CU 스마트 그로서리 2호점에 과일 등 식품이 놓여있다.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4b588384356704.jpg)
CU가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경계를 허무는 '스마트 그로서리'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내놨다. 단순히 목적상품을 빠르게 구매해 나가는 '근거리 소매점' 공식을 깨고 제대로 장을 보는 '근거리 생활밀착형 쇼핑매장'으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스마트 그로서리는 기존 장보기 특화매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다. 소포장 과일과 채소 등 1차 신선식품에 머물렀던 과거와 달리 냉동육부터 수산물까지 취급품목을 확대해 사실상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축소판' 역할을 하도록 구성한 게 특징이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자체브랜드(PB) 상품를 다수 구성해 "편의점 식재료는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을 정조준하며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했다.
![25일 서울 마포구 CU 스마트 그로서리 2호점에 과일 등 식품이 놓여있다.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77db50f82e91c.jpg)
그렇다고 편의점 고유의 정체성이 완전히 퇴색된 것은 아니다. 도시락, 샌드위치 등 간편식을 빠르게 구매해 나가는 '전통적 편의점 공간'과 여유있게 식재료를 둘러보는 '장보기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리해 동선의 혼선을 줄였다.
이 매장의 또 다른 특이점은 오프라인 장보기를 넘어 온라인 수요까지 흡수하는 '도심형 물류거점' 역할이다.
실제 매장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딩동'하는 모바일앱을 통한 배달주문 알림음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직원이 출력된 전표를 들고 과일과 냉장코너를 바삐 오가며 상품을 골라 담자 라이더가 이를 받아 곧바로 오토바이에 실었다.
계산대 옆에 마련된 배달·픽업 전용 대기석은 이 매장이 오프라인 점포를 넘어 근거리 퀵커머스 전초기지로 진화했음을 보여줬다.
![25일 서울 마포구 CU 스마트 그로서리 2호점에 과일 등 식품이 놓여있다.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b7450d3bdc78c.jpg)
BGF리테일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스마트 그로서리 매장 확대를 검토중이다. 지난달 경기 수원에 1호점을 론칭한데 이어 서울 마포구에 2호점을 안착시켰고 내달에는 인천에 3호점 출점을 앞두고 있다.
테스트베드를 넘어 수도권 전역으로 전선을 넓히며 마트·슈퍼의 영역인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끌어오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파격적인 실험 배경에는 인구구조 및 소비트렌드의 거시적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된 데다 1~2인가구 비중이 급증하면서 대량 구매 대신 집 앞 매장에서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초근거리·소량 장보기'가 대세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CU의 식재료 카테고리 매출 신장률은 2023년 14.2%에서 2024년 18.3%, 2025년 18.7%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번 시도가 단순 매장 리뉴얼을 넘어 편의점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CU 스마트 그로서리는 점포 포화상태에 빠진 업계가 성장한계를 느낀 고민이 들어간 모델"이라며 "대형마트와 다소 거리가 먼 주택 밀집지역에 접근성을 무기로 가벼운 장보기 수요를 공략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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