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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하이닉스 10배 커져야" 언급 반년만에 코스피 1위


'10배 더 커져야 한다'던 최태원 발언 재조명
100원대 동전주서 시총 1위로…AI 시대 상징 기업 부상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엔비디아와 비교하면 SK하이닉스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커져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 초 저서 '슈퍼 모멘텀'에서 남긴 이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에는 다소 파격적으로 들렸지만, 반년 만에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오르면서 시장의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2012년 3월 이천 본사 인근 호프집에서 최태원 회장이 직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2012년 3월 이천 본사 인근 호프집에서 최태원 회장이 직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지난 7일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최태원 SK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러브샷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5만5000원(5.61%) 오른 291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294만5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08조3782억원으로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 206조6595억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가 보통주 기준 시총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2000년 11월 이후 약 25년 7개월 만이다.

이번 순위 변화는 단순한 시총 역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SK하이닉스는 한때 파산 위기까지 겪었던 기업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은 1983년 설립된 현대전자다. 1999년 LG반도체를 흡수합병하며 몸집을 키웠지만 반도체 업황 악화와 그룹 유동성 위기가 겹치며 2001년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같은 해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꿨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구조조정과 매각설이 이어졌고, 2003년 21대 1 감자 과정에서는 주가가 135원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대표적인 '동전주'로 불렸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초청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정책 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전환점은 2012년 SK그룹 인수였다.

당시 SK그룹은 3조4267억원을 투입해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인수 첫해에도 22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경영 환경은 어려웠다. 그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최 회장은 "기술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며 인수를 밀어붙였고, 이후 반도체를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했다.

특히 현재의 SK하이닉스를 만든 결정적 승부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였다.

HBM은 개발 초기만 해도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고 수익성도 불확실했다. 복잡한 공정과 낮은 수율 탓에 투자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는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를 이어갔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승부는 뒤집혔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가속기에 필요한 HBM 확보 경쟁에 나섰고, SK하이닉스는 시장 선두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대감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나스닥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공사 현장. [사진=권서아 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 10일 공개한 '메몰이 소녀' 영상의 한 장면. '월드 베스트' 반도체 기업을 뜻하는 깃발을 양이 물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거론한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배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대비 여전히 낮다"며 "HBM 중심의 수익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실적 변동성도 과거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의 시총 1위 등극은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산업의 변화도 보여준다.

국내 증시 시총 1위 기업은 1988년 포항제철, 1989~1998년 한국전력, 1999년 한국통신, 2000년 이후 삼성전자로 이어져 왔다. 철강과 전력, 통신, 정보기술(IT)에 이어 이제는 AI 반도체가 한국 증시의 중심 산업으로 올라선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완전히 밀려난 것은 아니다. 이날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관련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우선주를 포함한 전체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 모처에서 따로 만나 회동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실제로 삼성전자 우선주 시가총액까지 합산하면 삼성전자 전체 시가총액은 약 224조원으로 SK하이닉스를 10조원 이상 앞선다.

그럼에도 대부분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보통주와 우선주를 별도 종목으로 분류해 시가총액 순위를 제공하는 만큼, 시장에서는 이번 역전을 AI 시대를 상징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 사이에서도 시총 순위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와 AI 합성 사진이 공유되며 화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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