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한국 화장품 수출액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글로벌시장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정작 국내 내수시장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요동치고 있다. 전통적 프리미엄 브랜딩의 상징이자 K뷰티 양대축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잇따라 '다이소 전용 브랜드' 라인업을 확대하며 초저가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어서다.
해외에서는 초고가 고급화 전략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내수시장에서는 철저한 실리주의 기반 '가성비 소비층'을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다이소 명동본점 뷰티 코너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뷰티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DB]](https://image.inews24.com/v1/2b4b4422573487.jpg)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9.0% 급증한 31억달러(약 4조2800억원)를 기록, 역대 분기 기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시장을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의 고부가가치화가 정착된 결과다.
그러나 국내시장 사정은 딴판이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국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생활용품전문점 다이소 매대 장악을 위한 독자적 '세컨드 브랜드(부캐)'를 전면에 내세우는 우회전략을 펴고 있다.
대기업 '부캐'들은 단숨에 시장을 잠식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9월 다이소 전용으로 선보인 스킨케어 브랜드 '미모 바이 마몽드'늘 잘파(Zalpha) 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입점 4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특히 '로지-히알론 리퀴드 마스크'와 '피어니-티놀 트러블 밤' 등 핵심제품은 다이소몰에 풀리기가 무섭게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LG생활건강 역시 더마코스메틱 강자 CNP의 기술력을 담은 다이소 전용 브랜드 '바이 오디-티디(Bye od-td)'를 선보이며 출시 9개월만에 누적 100만개 판매고를 넘겼다.
대표제품인 '스팟 카밍 젤'은 SNS를 통해 "5000원짜리 치고 성분이 독보적"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명동 등 주요거점 매장에서는 제품을 구하기 조차 힘든 실정이다.
![서울 다이소 명동본점 뷰티 코너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뷰티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DB]](https://image.inews24.com/v1/07b8616d656ca1.jpg)
K뷰티 공룡들이 다이소에 둥지를 튼 배경에는 다이소 뷰티 카테고리의 가파른 성장세가 자리잡고 있다. 다이소 뷰티부문 매출 성장률은 2022년 50%, 2023년 85%에 이어 2024년에는 무려 144%라는 폭발적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약 70% 가까이 덩치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화장품이 과거 생활용품 옆에 놓인 '미끼상품'에서 벗어나 매장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격상된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다이소 위상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중소·인디브랜드들이 대기업 틈바구니를 피해 입점하던 유통망이 이제는 아모레·LG생건은 물론 클리오·토니모리·VT코스메틱 등 전통 강자들이 계급장을 떼고 붙는 '전시장'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특히 1030 젊은 소비자들이 올리브영 대신 다이소에서 신제품을 테스트하고 틱톡(TikTok)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후기를 재생산하는 흐름이 고착화되면서 다이소는 대기업들이 신규고객을 '락인(Lock-in)'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됐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장기적으로 '제 살 깎아먹기(카니발라이제이션)'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단기적인 매출방어와 젊은층 유입에는 효과적일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스스로가 심리적 가격 마지노선을 낮추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대기업 제조사가 보증하는 '3000~5000원대' 균일가 제품에 과도하게 길들여질 경우 기존 2만~3만원대 중가화장품 라인업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다이소는 더 이상 저가 생활용품 매장이 아니라 젊은 소비자가 가장 먼저 신제품을 경험하는 채널이 됐다"며 "대형 화장품사들도 브랜드 이미지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려운 만큼 소비자가 실제로 움직이는 채널을 외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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