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준표 기자] 단국대학교 연구팀이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소자로 꼽히는 저항변화메모리(RRAM)의 안정성을 높이는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금속 전극을 쌓는 증착 속도만 조절해 반복 구동 과정에서 흔들리던 메모리 성능을 안정화한 것이다.
복잡한 추가 공정 없이 기존 공정 조건을 정밀하게 제어한 성과여서 저전력 AI 반도체와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 소자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국대는 홍웅기 융합반도체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황화몰리브덴(MoS₂) 기반 저항변화메모리의 신뢰성과 동작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저항변화메모리는 전기적 자극에 따라 저항값이 달라지는 특성을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정보를 유지할 수 있고 소형화가 쉽다. 동작 속도가 빠르고 소비전력이 낮아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와 사물인터넷(IoT),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데이터 처리량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기존 플래시 메모리는 저장 장치와 연산 장치 사이에서 데이터 이동이 잦아지면 처리 지연과 전력 소모가 커지는 한계를 갖는다. 이른바 ‘메모리 병목(Memory Bottleneck)’ 문제다. 저항변화메모리는 이런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후보 기술로 꼽힌다.
특히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능과 연산하는 기능을 얼마나 가깝게 구현하느냐가 중요하다. 저항변화메모리는 구조가 단순하고 전력 효율이 높아 인간의 뇌 신경망을 모사하는 뉴로모픽 컴퓨팅에도 적합한 기술로 평가된다.
하지만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저항변화메모리는 데이터를 저장할 때 소자 내부에 전류가 흐르는 미세한 통로가 만들어진다. 이를 전도성 필라멘트(Conductive Filament)라고 한다. 문제는 이 통로가 반복 구동 과정에서 불규칙하게 형성된다는 점이다. 매번 다른 위치나 형태로 통로가 만들어지면 저항값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데이터 저장과 읽기 과정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이황화몰리브덴에 주목했다. 이황화몰리브덴은 얇은 층상 구조를 갖는 소재로 높은 집적도와 낮은 소비전력 구현에 유리하다. 다만 내부 결함과 금속 원자의 움직임에 따라 전도성 필라멘트가 불안정하게 형성될 수 있어 정밀한 제어 기술이 필요했다.
연구팀이 선택한 방법은 전자빔 증착(e-beam evaporation) 공정에서 상부 전극의 증착 속도를 낮추는 것이었다. 금속 전극을 빠르게 쌓는 대신 천천히 형성하면 금속 원자가 이황화몰리브덴 내부 결함으로 침투하는 과정이 보다 안정적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전류가 흐르는 통로의 형성 위치와 성장 과정을 일정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실험 결과, 초당 0.1옹스트롬(Å)의 낮은 증착 속도에서 제작한 소자는 약 1만 배에 이르는 저항 차이를 보였다. 저항 차이가 크다는 것은 메모리 소자가 데이터의 ‘0’과 ‘1’을 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메모리 성능과 안정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다.
내구성도 확인됐다. 해당 소자는 1만 회 이상 반복 구동한 뒤에도 안정적인 동작 특성을 유지했다. 2000초 이상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저장하는 성능도 보였다. 특히 소자 구동에 필요한 전압 편차가 크게 줄었다. 같은 조건에서 소자를 반복 작동해도 결과가 일정하게 나타난다는 의미다. 기존 저항변화메모리의 핵심 과제였던 신뢰성과 동작 안정성을 개선한 대목이다.
홍웅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별도의 복잡한 공정 추가 없이 증착 속도라는 공정 변수만으로 이황화몰리브덴 기반 저항변화메모리의 전도성 필라멘트 형성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라며 “향후 저전력 AI 반도체와 뉴로모픽 컴퓨팅 소자 개발을 위한 핵심 기반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물리학협회(AIP)가 발행하는 응용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Applied Physics Letters'에 게재됐으며 'Editor’s Pick'으로 선정됐다. 제1저자로는 허윤정 대학원 파운드리공학과 석사과정생이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정보통신방송혁신인재양성사업,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산업혁신인재성장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천안=박준표 기자(asjunpy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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