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 일가가 사법·규제 리스크 국면에서 또다시 가족 명의 특수목적회사(SPC)를 동원해 지주회사 HDC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세 아들과 부인이 지배하는 유한회사들이 매수 주체로 나선 구조다. 2022년 광주 붕괴사고 책임론이 거셀 때 나타났던 매집 패턴이 4년 만에 같은 방식으로 되풀이됐다.
11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유한회사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지난 5월부터 이달 10일까지 HDC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 1월 두 차례 장내매수 이후 11영업일 연속해서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11월말 6.34%였던 지분율은 6.59%로 상승했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만이 아니다. 장남 정준선이 최대주주인 제이앤씨인베스트먼트와 차남 정원선과 삼남 정운선의 더블유앤씨인베스트먼트와 에스비디인베스트먼트도 3~5월에 걸쳐 HDC 주식을 사들였다. 제이앤씨인베스트먼트와 더블유앤씨인베스트먼트, 에스비디인베스트먼트의 HDC 지분율은 지난해 11월24일 0.49%, 0.28%, 0.22%에서 각각 0.61%, 0.37%, 0.27%로 늘었다.
정몽규 회장과 특별관계자 합산 지분율은 지난해 42.18%에서 42.72%로 늘어났다.
이 기간 정 회장 본인 지분은 2012만129주(33.68%)로 한 주도 변동이 없었다. 지분율 상승분은 전부 특별관계자, 그중에서도 가족이 100% 지배하는 유한회사 4곳의 장내매수에서 나왔다.
지분 매입 시기는 5월에 집중됐다. HDC 주가가 2만2000원대로 떨어진 5월 들어 4개 회사가 모두 주식 매입에 나섰다. 4개 SPC 모두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만큼 담보유지비율(LTV) 방어 성격도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SPC 우회 매집은 처음이 아니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2022년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 직후인 같은 달 13~17일 HDC 보통주 32만9008주를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매수를 이어갔다. 그 결과 2월 중순 보유 지분을 4.91%까지 끌어올렸다. 정 회장이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난 시점과 맞물린 매집이었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정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부인 줄리앤 김(한국명 김나영) 대표가 이끄는 가족회사다. 당시 정 회장은 이 회사에 각각 46억원, 42억원의 단기자금을 직접 빌려줘 매수 실탄을 댔다.
당시에는 엠엔큐투자파트너스 외에 자녀들의 SPC가 동원되지 않았다. 장남 정준선 교수는 2021년 12월 13일 제이앤씨인베스트먼트를, 차남 정원선씨는 2022년 1월 28일 더블유앤씨인베스트먼트를, 삼남 정운선씨는 2023년 2월 14일 에스비디인베스트먼트를 각각 설립했다. 이후 본인 명의로 갖고 있던 HDC 주식을 전량 자신의 개인 유한회사에 출자하면서, 세 아들의 이름은 HDC 최대주주(특별관계자) 명단에서 차례로 빠졌다. 정 회장을 향한 책임론이 정점이던 시기에 오너 일가 개인의 이름은 명단에서 지우되, 지분 자체는 가족 지배 법인망 안에 그대로 둔 셈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HDC 매집이 집중된 3~5월은 정 회장을 둘러싼 규제·사법 리스크가 동시다발로 불거진 시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월17일 정 회장이 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여동생 정유경씨 일가와 외삼촌 박세종 SJG세종 명예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친족회사 20곳을 누락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정 회장에게 벌금 1억50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고, 정 회장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이어 공정위는 4월 8일 HDC가 계열사 아이파크몰을 17년에 걸쳐 부당지원했다며 과징금 171억3300만원을 부과하고 HDC 법인까지 검찰에 고발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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