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쿠팡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 규제 리스크가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동일인 지정 취소소송에 이어 개보위와도 법적 공방을 예고하면서 정부 규제당국과의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쿠팡은 입장문을 통해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와 명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한 설명이 개보위의 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공식 의결서를 수령한 뒤 법적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행정소송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개보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쿠팡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과징금 6246억8100만원과 과태료 1680만원을 부과했다. 개보위는 쿠팡이 인증 서명키 관리와 접근통제 등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했단 점을 제재 사유로 들었다. 또 이용자 온라인 활동 정보를 적법한 근거 없이 수집·저장하고 파트너사에 대한 관리·감독도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의결서 내용을 검토한 뒤 이른 시일 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과징금은 개인정보위 출범 이후 최대 규모로 실제 소송이 진행될 경우 과징금 산정 기준과 플랫폼 사업자의 개인정보 보호 책임 범위를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넘어 쿠팡이 주요 규제당국과 잇따라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영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쿠팡은 공정위를 상대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일인 지정 취소소송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김 의장을 쿠팡 그룹의 실질적 지배자로 판단하고 동일인으로 지정했지만 쿠팡 측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정착된 상황에서 동일인 지정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개보위 과징금까지 더해지면서 쿠팡은 공정위와 개보위를 상대로 동시에 법적 대응에 나서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쿠팡 내부에서도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제재가 아닌 규제 이슈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 규제를 받는 글로벌 상장사인 만큼 국내 대기업집단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이번 과징금 규모에 부담감이 커지면서 내부적으로도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쿠팡은 동일인 지정 취소소송 과정에서 100% 지배구조를 갖춘 미국 기업으로 사익편취 우려가 없고, 미국 규제를 이미 받는 상황에서 국내 규제까지 추가 적용하는 것은 이중 규제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펴왔다.
이번 과징금 처분에 대해서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직전 3개년 평균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는 구조다. 반면 미국과 일본, 대만 등 주요 국가들은 정액 과징금이나 민사소송 중심의 제재 체계를 운영하고 있어 규제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쿠팡 안팎에서는 법리적 타당성과 별개로 정부 규제당국과의 갈등이 연이어 불거지는 상황 자체가 쿠팡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개보위와의 소송전은 물론 공정위 동일인 소송까지 장기화할 경우 규제 리스크가 확대되고 대관·법무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스스로를 미국 기업이라고 규정하고 실제 지배구조도 미국 회사에 가깝다는 점에서 쿠팡측 주장도 근거가 있다"면서도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이상 정부 당국과의 갈등이 반복되면 투자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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