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사장님이라면 어려운 존재였는데, 먼저 다가와 말도 건네시고 식사도 제안하십니다. 딱딱하게 느껴졌던 소통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LG생활건강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첫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이선주 대표가 조직의 오랜 관행을 깨고 소통 중심의 조직문화 정착에 나서면서다. 조직 내부 분위기는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지며 반등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X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5766억원, 영업이익은 1078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7.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27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률 역시 마이너스(-) 4.9%에서 6.8%로 개선됐다. 중국 경기 둔화와 면세 시장 침체로 실적 부진이 이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변화라는 평가다.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이선주 대표가 추진한 체질 개선이 자리 잡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오랫동안 중국 시장과 면세 채널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더후'를 앞세워 중국 소비자 수요를 흡수하며 고성장을 이어갔지만,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기 둔화와 면세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며 기존 성장 공식이 흔들렸다.
이에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말 처음으로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인 이선주 대표를 수장으로 선임하며 변화를 선택했다. 이 대표는 한국화장품과 로레알코리아, 로레알USA, 엘앤피코스메틱, 유니레버, 카버코리아 등을 거친 뷰티 전문가다. 글로벌시장 경험이 풍부한 만큼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곧바로 조직 개편에 나섰다. 기존 뷰티사업부와 HDB사업부 중심의 체제를 럭셔리뷰티, 더마·컨템포러리뷰티, 크로스카테고리뷰티, 네오뷰티, HDB 등 5개 조직 체제로 재편했다. 특히 네오뷰티사업부를 신설해 닥터그루트와 유시몰을 차세대 성장 브랜드로 육성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힘을 쏟았다.
사업 전략도 달라졌다. 중국과 면세 중심에서 벗어나 북미·유럽·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는 더후, CNP, 빌리프, 더페이스샵, 닥터그루트, 유시몰 등 글로벌 브랜드와 VDL, 피지오겔, 도미나스, 프라엘 등 지역 대표 브랜드를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색조 사업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인수한 힌스는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VDL 역시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스킨케어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색조와 더마, 기능성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변화하는 글로벌 K뷰티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새로운 사업 전략이 빠르게 추진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직문화 혁신도 자리하고 있다. LG그룹 특유의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문화가 강했던 것과 달리 이 대표 취임 이후에는 보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 대표는 임직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제안하는 등 현장 중심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대표가 먼저 다가와 이야기를 건넨다", "조직 분위기가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조직 안팎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분위기 쇄신에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조직 간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의사결정 속도와 실행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뷰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 변화 역시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은 단순한 실적 개선이 아니라 조직문화 혁신과 사업 구조 재편이 맞물린 결과"라며 "실적 반등이 이어진다면 이선주 대표의 체질 개선 작업도 본격적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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