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기고] 북중미월드컵과 모래시계


■유정우의 스포츠산업(Sport Industry) 칼럼

2002년 영광의 유산… 월드컵 특수의 명과 암
현대가(家) 장기 집권과 반복된 리더십 논란
자립(自立)에 초점 둔 축구 산업 전략 절실

유정우 명지대 객원교수. [사진=본인 제공]

[아이뉴스24 이상완 기자] "결국 살아 남는 건,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 아니겠습니까."

대한축구협회 한 임원이 전한 협회 안팎의 현실이다. 사흘여 앞으로 다가온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은 조직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운명의 시기를 결정짓는 '모래시계'나 다름없다.

스스로 앞날을 결정하지 못해 '좌불안석'인 협회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30여 년간 한국 축구 산업을 이끌었던 '현대가(家)'를 받들어 장단에 맞춰 맞대응하느라 전전긍긍해 왔다.

전 국민의 응원이 필요한 개막전을 코앞에 두고 초치는 얘기가 웬 말인가 싶겠지만, 대회가 시작되고 선수들의 피땀 노력의 결실이 혹여나 무임승차를 일삼아 온 어떤 이들에게 면죄부가 될까 싶은 노파심이 앞선다.

대한축구협회 문제의 발단은 불투명한 조직 관리의 연속에서 비롯됐다. 2004년과 2024년 각각 국회 국정감사에서 재정 투명성 확보와 국가대표팀 감독 불공정 선임 논란 등을 이유로 지적받은 게 대표적이다.

현대가는 재벌기업의 막대한 자본과 민간 외교력으로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해 온 측면이 크다. 하지만 오랜 장기 집권으로 저항은 금기, 조직 자립 등엔 실패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흥미로운 건 조직 전반에 미묘하게 흐르는 '무책임' 풍토다. 정몽규 회장이 북중미월드컵 이후 전격 사퇴를 발표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부 변화의 조짐이니 자성의 목소리 등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협회 내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로 또 다른 '범 현대가' 인물 찾기에 혈안이 됐다는 소문이 돈다"고 털어놨다. '모래시계'가 시간 끌기용으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진위는 차치하더라도 모레시계는 뒤집혔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국가 브랜드를 움직이고,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바꾸며, 축구 문화를 대표하는 산업 플랫폼이다.

한국 축구도 여러 논란과 잡음에도 불구하고 이 열기에 올라탔다. 대표팀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11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고, 기업들도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마케팅에 분주하다.

스포츠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신뢰다. 대표팀도, 리그도, 후원사도 결국 팬들의 신뢰 위에서 존재한다. 그러나 신뢰가 흔들리면 스폰서십 가치도 떨어지고, 콘텐츠의 경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월드컵은 늘 꿈을 이야기한다. 2002년의 감동도 그랬다. 하지만 산업은 꿈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투명한 지배구조와 합리적 의사결정 시스템, 그리고 팬 중심의 콘텐츠 전략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 축구가 남겨야 할 성적표는 16강, 8강 진출 여부만이 아니다. 진짜 성적표는 따로 있다. 자립(自立). 누군가에게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서 있음을 의미한다.

월드컵 후에도 팬과 기업 투자가 늘고, 시장이 성장해 나가는 것. 그건 결국 자립의 문제다. 한국 축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경기장 안의 전술만큼이나 경기장 밖의 산업 전략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이며,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소개

유정우 명지대학교 객원교수(스포츠산업경영학과)는 경제지와 연예지, IT지 등을 거치며 25년 이상을 콘텐츠산업과 문화스포츠, 생활문화 등 분야의 취재 기자로 활동했으며, 현재 한국인터넷신문협회와 대한스포츠경영관리사협회, 케이컬쳐진흥원, 한국관광서비스평가원, 더헤븐문화재단 등 자문을 맡고 있다.

/김포=이상완 기자(fin00kl@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고] 북중미월드컵과 모래시계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