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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청자보다 먼저 온 황금빛…천안서 만나는 ‘비색 이전의 시간’


국내 유일 황청자 명장 이형우 특별전, 10~14일 천안 삼거리갤러리서 개최

[아이뉴스24 박준표 기자] 고려청자의 시작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푸른 비색(翡色)이 아니었다. 황금빛을 머금은 누런 색채, 그 오래된 청자의 원형을 현대에 되살린 국내 유일의 황청자 명장 이형우 도예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특별전이 충남 천안에서 열린다.

‘비색 이전의 기억, 황색의 시간-황청자와 인문학의 만남展’이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천안 삼거리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수십 년간 잊힌 색의 복원에 몰두해 온 이형우 도예명장의 작품과 삶, 청자가 품고 있는 역사·인문학적 의미를 함께 들여다보는 자리다.

이형우 명장은 고려시대 이후 맥이 끊겨 전설처럼 전해지던 황금빛 청자를 재현해낸 국내 유일의 장인으로 평가받는다. 청자 하면 먼저 떠오르는 비색의 아름다움에 앞서 존재했던 황색 계열 청자에 주목한 그는 잃어버린 색의 흔적을 찾기 위해 전국의 옛 가마터를 답사하며 20여 년 넘게 연구를 이어왔다.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끝에 독자적인 소성 기법을 완성했고, 황금빛을 머금은 황청자를 다시 세상에 내놓았다.

이형우 명장 [사진=천안삼거리 갤러리]

전시 제목인 ‘비색 이전의 기억’은 청자의 기원을 되짚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 청자는 오늘날 널리 알려진 푸른빛이 아니라 누런빛을 띠는 색채에서 시작됐다. 3~4세기 중국 월주가마에서 제작된 초기 청자는 철 성분의 산화 상태에 따라 색이 달라졌다. 산화제2철 상태에서 구워지면 황색을 띠고, 산소 공급을 줄인 환원 소성 과정에서는 산화제1철로 변하면서 청록색의 비색이 나타난다. 우리가 청자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비색 역시 이러한 환원 소성의 결과물이다.

국내에서 확인되는 가장 오래된 황색 계열 청자는 국보인 ‘순화4년명 청자 항아리’다. 고려 성종 12년인 993년에 제작된 이 유물은 태조 왕건의 신위를 모신 태묘 제례에 사용된 향기로 알려져 있다. 단순한 생활용기를 넘어 청자가 지닌 제의적·정신적 의미를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된다. 청자의 역사는 황색에서 시작해 오랜 시간에 걸쳐 맑고 깊은 비색으로 발전해 온 시간의 축적인 셈이다.

이 명장은 이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누런빛을 단순한 과도기의 색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안에 담긴 미학적 가치와 가능성에 주목하며 ‘황청자’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그는 여주를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오며 전통의 복원에 머물지 않고 용우도예만의 독창적인 기법과 조형미를 더해 또 하나의 청자 언어를 만들어냈다.

주매병 [사진=천안삼거리 갤러리]

이 명장은 “황청자는 과거로 돌아가는 작업이 아니라 시간 속에 잊힌 색을 현재로 다시 불러내는 작업”이라며 “다양한 형태와 문양으로 확장되는 황청자가 청자의 역사와 미학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작은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최성근 큐레이터는 “황청자의 외길을 걸어온 이형우 도예명장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며 “많은 시민이 전시장을 찾아 황청자가 품고 있는 신비로운 아름다움과 장인이 평생 지켜온 삶의 철학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금빛으로 되살아난 잊힌 청자의 시간. ‘비색 이전의 기억, 황색의 시간’ 전시는 단순한 도자 작품 전시를 넘어 우리 전통문화의 기원과 장인의 집념, 예술이 지닌 인문학적 가치를 함께 성찰하는 자리다. 오래된 색이 들려주는 시간의 이야기가 천안 삼거리갤러리에서 다시 시작된다.

/천안=박준표 기자(asjunpy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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