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3개월여 만에 오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착공하겠다는 9·7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다. 공급 실적을 인허가가 아닌 착공 기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상당수 공급 방안이 공공청사·유휴부지 활용, 정비사업 활성화 등 과거 정부에서도 추진됐던 방식인 만큼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 주민 수용성 확보·사업성 개선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9·7 대책을 통해 2026~2030년에 수도권에서 연평균 27만가구, 총 135만가구를 착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서울 공급 목표는 연평균 6만7000가구, 5년간 33만4000가구다. 이는 직전 3년(2022~2024년) 수도권 연평균 착공 실적인 15만8000가구보다 연간 약 11만가구 많은 수준이다.
특이점은 정부가 이 대책을 기점으로 주택 공급 관리 지표를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전환한 것이다.
인허가를 받아도 착공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체감할 수 있는 공급을 하겠다는 취지다. 착공 후 통상 3~6개월 내 분양이 이뤄지니 정부는 실착공 기준으로 공급 신뢰도를 높인다는 판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2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7295d899323e82.jpg)
이런 목표와 현실 사이에는 적잖은 격차가 존재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주거용 건축착공 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30.6% 감소했고 수도권 역시 29.1% 줄었다. 최근 공사비 상승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위축으로 민간 공급 여건이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늘어나는 공급 물량의 약 48%인 연평균 5만4000가구를 '수도권 공공택지 공급 확대 및 조기화'를 통해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시행 비중도 확대하기로 했다.
유휴부지 활용 속도전…주민 수용성은 변수
문제는 정부가 주택 공급지로 제시한 노후 시설과 유휴부지 등 상당수 공급지가 문재인 정부 당시 '8·4 대책'과 '2·4 대책'에서 이미 공급 후보지로 검토됐던 곳들이라는 점이다.
9·7 대책에 포함된 주요 부지는 △노원구 태릉CC(약 1만가구) △마포구 상암동 자동차검사소·DMC 미매각 부지(약 2400가구) △서부면허시험장(약 3500가구) △용산구 캠프킴(약 3100가구)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부지(약 1000가구) 등이다.
정부는 이미 개발 가능성이 검토된 국공유지를 활용해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당 부지들은 과거에도 지역사회와의 이해관계 조율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번에도 그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태릉CC는 교통난과 녹지 훼손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고, 상암동 일대 역시 개발 밀도와 기반시설 확충 문제를 놓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2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4a6a856314f9a4.jpg)
또한 정부가 수서·가양·노원 등 노후 영구임대단지를 재건축해 향후 5년간 약 2만3000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여 기존 임대주택을 유지하면서 공급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 역시 수천 가구 규모의 기존 입주민 이주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대체 주택 확보와 순환 재건축 계획이 사업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지선 이후 서울시 민간 정비사업 유지…정부와 조율 관심
6·3 지방선거 이후에도 서울시는 기존의 민간 중심 정비사업 정책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에 공공 주도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나눌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2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de4e18fab8fe99.jpg)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지난 5년간 추진해온 정비사업 정책의 연속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중앙정부는 LH 직접 시행 확대 등 공공 역할 강화를 강조하고 있어 공급 정책 추진 과정에서 양측의 조율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노후 공공임대 재건축과 관련해 "기존 거주자 이주와 대체 주택 확보가 핵심 과제"라며 "주민 수용성과 사업 추진 여건에 따라 사업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공 주도 공급 확대…민간 참여 유인 확보 관건
정부는 공공택지 공급 확대를 위해 LH 직접 시행과 함께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LH가 택지를 보유한 채 사업을 총괄하고 민간 건설사가 자금 조달과 설계·시공을 맡는 방식이다.
정부는 민간 택지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공공이 환수하고 경기 변동에 따른 공급 불안정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간 참여를 확대할 유인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해외 유사 사업의 경우 인허가 지원과 보조금, 장기 지급 약정 등을 통해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급자재 사용 의무·분리발주 여부·사업 수익성 확보 방안 등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민간 사업자가 체감할 수 있는 참여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 같은 공급 계획이 단기간에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행정 절차와 이주, 정비사업 기간을 고려하면 실제 착공은 2028~2029년, 입주는 2030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은 2028년까지 입주 물량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중장기 공급 계획만으로 현재의 시장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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