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인간 뇌의 정보처리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차세대 반도체 설계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성과가 공개됐다.
최종현학술원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함돈희 하버드대 공학·응용과학부 석좌교수를 초청해 특별강연을 개최했다고 1일 밝혔다.
![함돈희 하버드대 공학·응용과학부 석좌교수가 5월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특별강연에서 뇌 신경망 분석과 뉴로모픽 컴퓨팅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최종현학술원]](https://image.inews24.com/v1/dc3d8088c8836d.jpg)
함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연구팀이 개발한 반도체 기반 신경 신호 측정 플랫폼 'iMEA(Intracellular Microelectrode Array)'를 소개했다. 해당 기술은 살아있는 신경세포 내부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대규모로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신경과학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정밀도와 규모의 딜레마'가 난제로 꼽혀왔다. 세포 내부 전기 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패치 클램프(Patch Clamp)는 소수 뉴런만 관찰할 수 있고, 수천 개 뉴런을 동시에 분석하는 마이크로 전극 어레이(MEA)는 세포 외부 신호만 측정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함 교수 연구팀은 반도체 칩 위에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홀(hole) 구조 전극을 구현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세포가 전극 위에 안착하면 세포 내부 전기 신호를 직접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iMEA를 활용해 약 4000개의 전극이 집적된 칩에서 평균 3600개 이상의 뉴런 내부 신호를 동시에 측정했다. 최대 3900개 수준까지 신호 확보에 성공했으며, 이를 토대로 약 7만 개 규모의 기능적 시냅스 연결망을 재구성했다.
특히 뉴런 간 정보 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신호인 시냅스후전위(PSP)를 대규모로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PSP는 기억과 학습, 의사결정 등 뇌의 정보처리 과정과 직결되는 신호로 꼽힌다.
함 교수는 "기존에는 정밀하게 보거나 많이 보거나 둘 중 하나만 가능했다면 우리의 목표는 정밀하게 보면서 동시에 많이 보는 것"이라며 "개별 세포 수준의 정보를 유지한 채 대규모 신경망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뇌과학 연구뿐 아니라 차세대 컴퓨팅 기술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현재 인공지능(AI) 시스템은 대규모 연산을 위해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지만 인간의 뇌는 약 20W 수준의 에너지로 학습과 추론, 기억 기능을 수행한다.
함 교수는 "현재 컴퓨터는 메모리와 연산장치가 분리돼 있지만 뇌는 기억과 연산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동시에 이뤄진다"며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미래 컴퓨팅 패러다임을 설계하는 과정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냅스 연결 지도를 더욱 정밀하게 구축할 수 있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한 차세대 뉴로모픽 칩 설계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신경과학과 반도체 공학의 융합을 통해 인간 뇌의 정보처리 원리를 미래 컴퓨팅 기술로 연결하는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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