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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R&D 예산 심의회의 '거수기'에서 벗어난다


과기혁신본부, 심의회의 전에 사전 설명회 개최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심의가 더 내실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내년도 국가 R&D 예산 조정안에 대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이전에 심의위원들을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를 열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동안 심의회의는 단 하루 만에 수십조원에 이르는 내년도 국가 R&D 예산안을 두고 회의를 열고 심의, 의결하는 ‘거수기’에 머물러 있었다. 사전 설명회 등은 없었다.

심의회의는 과학기술 분야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이다. 과학기술 중장기 정책과 기술 확보 전략, 국가연구개발 제도 개선과 예산 배분 등의 안건을 심의한다. 국가 R&D 예산안은 반드시 심의회의를 거쳐야 한다. 법정 기구이다.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

국가 R&D 예산안은 매년 과기혁신본부가 대형 R&D 사업을 검토하고 신규사업 사전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시작한다. 이어 매년 5월 초 R&D 사업 설명회를 연다. 이어 6월까지 각 분야 전문위원(약 166명)이 조정과 합의 등을 통해 내년도 예산 배분 조정안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조정안을 대상으로 자문회의 심의회의를 통해 심의 확정, 기획예산처로 보낸다.

올해 우리나라 국가 R&D 예산은 35조5000억원이다. 내년에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십조 예산을 결정하면서 심의회의를 단 하루 만에 끝냈다는 것은 ‘거수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상징한다.

과기혁신본부가 올해는 이를 바꾸기로 방침을 정했다. 과기혁신본부 한 관계자는 “국가 R&D 예산은 국가의 미래와 국가전략기술, 저변 확대 등 매우 중요한 것을 다루고 있다”며 “올해는 심의회의가 열리기 전에 법정기구인 자문회의 심의위원들을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나 간담회 형식으로 전체 예산안에 대한 설명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방침에 대해 자문회의 한 관계자는 “규모만 수십조원에 관련 예산 항목도 수천건에 이르는 예산안을 하루 만에 심의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았고 기계적이었고 형식적이었다”며 “사전 설명회 등이 있다면 더 알찬 심의와 교차 검증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예산 조정 기간에 심의위원들이 조정 과정을 중간중간 체크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국가 R&D 예산심의 특화 AI 서비스를 도입했다. 전문위원들이 AI 서비스에 접속해 자신이 하는 일을 실시간으로 다른 전문위원과 소통하면서 예산안을 검토한다.

어떤 부분이 중복되는지, 어떤 항목이 비슷한지, 추가와 조정은 있었는지 등을 AI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한 모습이다. 다만 R&D 예산 심의 특화 AI 서비스에 올해 심의위원들은 접속할 수 없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올해 처음 도입한 서비스여서 아직 보완해야 할 게 많다”며 “(관련 서비스의)고도화 작업 이후 내년부터 심의위원들도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
이경수 자문회의 부의장이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자문회의]

한편 이경수 자문회의 부의장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문회의가 ‘거수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며 “국가 주요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참여적 비판보다는 기계적 순응을 반복해왔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 당시 과학기술 예산이 일괄 삭감된 것도 이런 자문회의 자세와 무관치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부의장은 이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부의장은 R&D 예산 복원과 함께 PBS(연구과제중심제도)가 폐지되는 등 윤석열정부 당시의 충격은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앞으로 자문회의는 국가가 R&D를 통해 무엇을 달성할 것인지, 지금의 시스템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고 있는 지 등을 파악하고 더 나은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1주년(6월 4일)을 맞고 있다. 국무회의 생중계, 타운홀미팅 등 가능한 이재명정부는 투명성과 소통, 객관성을 담보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모든 국민이 만족하는 정책과 예산안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정책과 예산안을 만드는 데 있어 최고가 아니라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시스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권한만큼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과기혁신본부가 국가 R&D 예산안의 심의위원 대상 사전 설명회도 이런 연속선상에 놓여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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