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 차를 맞아 국내 주요 건설현장은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 CCTV가 작업자를 실시간 감지하고, 근로자 위치 추적 태그와 웨어러블 카메라, 스마트 에어백 등 첨단 안전장비 도입도 확대되는 추세다.
10대 건설사들이 최근 발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상당수 대형사는 최근 2~3년간 스마트 안전 관련 투자 규모와 적용 현장 수를 지속 확대했다.
![롯데건설이 도입한 넥밴드형 웨어러블 카메라를 착용한 모습(왼쪽)과 현장의 고위험작업 진행상황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모습. [사진=롯데건설]](https://image.inews24.com/v1/34e349f8cb1243.jpg)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AI 기반 위험 감지 시스템과 스마트 안전 플랫폼 구축을 핵심 안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 역시 스마트 안전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스마트건설 활성화 정책을 통해 BIM(건설정보모델링), 디지털트윈, AI 기반 안전관리 기술 도입 확대를 추진 중이며, 고용노동부도 위험성평가 중심 감독과 스마트 안전장비 활용 확대를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안팎에서는 첨단 기술 투자 확대에도 실제 체감 안전 수준은 여전히 엇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GTX-A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사태와 서소문 붕괴 사고는 스마트 플랫폼과 실제 품질 관리 체계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GTX-A 삼성역 구간에서는 지하 승강장 구조물 기둥 80본 가운데 50본에서 설계상 2열로 배치돼야 할 주철근이 1열만 시공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누락 철근만 약 2500개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구간은 설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은 특별 현장점검과 안전성 검증에 착수했고, 경찰도 부실 시공 및 은폐 의혹에 대한 내사에 들어갔다.
비슷한 문제는 최근 발생한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에서도 드러났다.
![롯데건설이 도입한 넥밴드형 웨어러블 카메라를 착용한 모습(왼쪽)과 현장의 고위험작업 진행상황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모습. [사진=롯데건설]](https://image.inews24.com/v1/277463799b8b6c.jpg)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슬라브 절단 작업 과정에서 약 2.9㎝ 수준의 단차와 침하 등 이상 징후가 확인돼 공사가 중단됐고, 이후 안전진단이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점검 시작 약 30분 만에 상판 일부와 가설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감리단장과 현장관리소장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첨단 안전장비 부족보다 기본적 현장 관리 실패 가능성과 더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사고 전 구조물 침하와 단차 등 이상 징후가 확인됐음에도 작업 구간 통제와 인력 접근 관리가 충분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AI CCTV와 스마트 플랫폼이 확대되고 있지만, 철거 공사의 경우 어떤 순서로 구조물을 해체할지, 하중을 어떻게 분산할지, 위험 구역에 인력을 투입해도 되는지 등의 판단은 여전히 현장 관리 체계와 작업 통제에 크게 좌우된다는 설명이다.
'안전모 AI'는 잡았지만…철근 검측은 여전히 사람 의존
현재 대형 건설사들이 도입 중인 스마트 안전 기술은 대부분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을 감지·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 영상 분석 시스템은 안전모·안전고리 미착용 여부와 중장비 접근 위험 등을 실시간 감지하고, 스마트 태그와 IoT 센서는 밀폐 공간 내 작업자 위치와 이동 동선을 추적한다.
삼성물산은 드론과 AI 기반 위험 알림 시스템을 활용해 현장 위험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롯데건설과 대우건설 역시 웨어러블 카메라와 AI CCTV, IoT 기반 통합 안전 플랫폼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구조적 안전을 좌우하는 품질 검측 영역은 여전히 상당 부분 사람의 육안과 현장 경험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건설정보모델링(BIM)·디지털트윈 기반 스마트건설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 품질 검측 단계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철근 배근 상태와 도면 누락 여부, 콘크리트 타설 전후 품질 점검 등 핵심 공정은 여전히 감리자와 품질관리자의 현장 확인 및 기록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서다.
특히 중소·하도급 현장에서는 디지털 검측 시스템보다 수기 점검과 육안 확인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 안전 기술은 추락 방지나 위험 행동 감지 분야에는 빠르게 적용되고 있지만, 구조 안전과 직결되는 품질 검측·시공 관리 영역까지는 충분히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현장 운영 체계와 검증 프로세스가 실제로 작동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이 도입한 넥밴드형 웨어러블 카메라를 착용한 모습(왼쪽)과 현장의 고위험작업 진행상황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모습. [사진=롯데건설]](https://image.inews24.com/v1/966ef15824f359.jpg)
평균 연령 52세…고령화·하도급 구조에 흔들리는 스마트 현장
스마트 안전 기술과 현장 체감 사이의 간극 배경에는 건설업 인력 구조 변화도 자리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올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설 기능인력 평균 연령은 52세까지 상승, 60대 이상 비중도 약 28% 수준으로 확대됐다. 청년층 유입 감소와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 심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본사가 구축한 스마트 플랫폼이 실제 현장 하부 조직까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령 근로자 비중 확대와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첨단 장비 활용도와 현장 적응도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웨어러블 카메라 △스마트 조끼 △위치 추적 장비 등에 대한 피로감과 거부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 무게와 착용 불편, 작업 효율 저하 문제는 물론, 상시 촬영에 대한 거부감도 존재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는 스마트 플랫폼을 구축해도 실제 하도급 현장 말단까지 동일한 수준의 운영 체계가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며 "현장 인력 구조 자체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과 현장 간 간극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기본"…현장 통제력 부재 여전
전문가들은 현재 스마트 안전 기술이 사고 예방의 보조 수단을 넘어 현장 관리의 중심처럼 운영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최명기 건설안전 전문가는 "대형 건설사들이 AI CCTV와 웨어러블 장비 등 스마트 안전 기술 도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 사고 감소 효과를 정량적으로 입증한 연구나 데이터는 아직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술은 사고 위험을 일부 줄이는 보조적 역할 수준에 가까운데, 현장에서는 오히려 스마트 기술 자체가 안전관리의 중심처럼 인식되는 측면도 있다"며 "품질관리와 기본 작업 통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첨단 장비만으로는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특히 GTX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AI 기술과 스마트 플랫폼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구조 안전의 핵심인 품질 검측은 여전히 현장 경험과 인력 의존도가 높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현장 운영 체계와 책임 구조를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하느냐"라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AI·IoT 기반 스마트 안전 투자가 빠르게 확대됐지만,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고령화된 인력 체계, 품질 검측의 인력 의존 구조는 여전히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의 스마트 안전 투자가 ESG 경영과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차원의 관리 강화 성격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현장 안전 체질 개선보다는 모니터링과 관리 기능 중심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건설경기 회복과 공급 확대 국면에서 현재의 스마트 안전 시스템이 실제 현장 사고와 품질 리스크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국내 건설산업의 구조적 체질 개선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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