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홈플러스 회생 절차의 성패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과의 ‘담보가치 평가’에 사실상 달린 양상이다. 양측이 부동산 담보 가치를 두고 큰 시각차를 보이면서 긴급운영자금(DIP) 대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고, 그 여파로 회생 가능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 측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일부와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홈플러스 점포 담보 가치가 현재 1조5000억~1조6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24년 대출 당시 감정가 4조8000억원 대비 60% 이상 급락한 수치다.
반면 회생절차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동일 자산의 청산가치를 2조8174억원으로 평가했다. 단순 수치로도 1조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으로, 이 격차가 추가 대출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메리츠는 해당 담보 위에 선순위(약 1조2400억원)와 중순위 채권이 이미 얹혀 있는 구조를 감안할 때, 추가 담보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홈플러스 측은 매각과 정상화를 전제로 한 가치 평가가 필요하다며 DIP 대출을 통해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겨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인식 차이는 곧바로 자금 조달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 사업부 매각 대금이 유입되기 전까지 버틸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 약 1000억원을 요청했지만, 메리츠는 지급보증 없이는 추가 대출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홈플러스는 회생관리인인 김광일 MBK 부회장의 연대 보증 등을 제시했지만, 메리츠는 “대주주 책임이 빠진 불완전한 구조”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차원의 추가 책임을 요구한 셈이다.
문제는 협상이 지연되는 사이 현장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이미 임직원 급여 일부를 지급하지 못했고, 전국 37개 점포의 영업을 중단하는 등 운영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가 더 길어질 경우 정상 영업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회생 일정도 촉박하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오는 7월 3일로, 이미 두 차례 연장된 상태다. 추가 자금 수혈 없이 시간이 흐를 경우 회생안 통과 자체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결국 ‘시간 싸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담보가치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면 DIP 대출은 성사되기 어렵고, 이는 곧 회생 절차 전체의 좌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자산가치 논쟁보다 기업을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더 시급한 단계”라며 “채권단과 대주주가 책임 분담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파산 가능성까지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정상화를 통한 채권 회수가 파산보다 유리한 만큼 채권단의 전향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메리츠는 담보 가치와 리스크 관리 원칙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홈플러스 회생의 분수령은 담보가치 평가와 대주주 책임, 그리고 단기 유동성 확보라는 세 가지 축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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