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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4년①] "사망자 주는데"⋯잇따른 사고가 드러낸 건설현장 안전 민낯


대형 현장 사망 68.8% 감소에도 철근누락·서소문붕괴
착공 줄자 사고도 감소?⋯전문가 '통계적 착시' 지적
안전예산 늘었지만 기본 공정 통제는 여전한 '사각지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사태는 국내 건설현장의 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대형 건설현장에서는 부실 시공과 형식적 안전관리, 책임 떠넘기기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법 시행 4년차를 맞아 본지는 GTX-A 사례를 계기로 국내 건설현장의 실제 안전 수준을 점검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안전 강화라는 입법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여전히 바뀌지 않았는지 살펴본다.[편집자]
서소문 고가 붕괴 당시 영상 [사진=연합뉴스TV]
서소문 고가 붕괴 당시 영상 [사진=연합뉴스TV]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논란에 이어 서울 도심 철거 현장 붕괴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차를 맞은 국내 건설현장의 구조적 안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재해 사망자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실 시공과 형식적 안전관리 논란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과 공사비 급등, 착공 감소 등으로 인한 통계적 착시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재해 사망 역대 최저…착공 감소·PF 침체로 통계적 착시?

지난 4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잠정 결과에 따르면 사고 사망자는 113명으로 전년 동기(137명) 대비 24명(17.5%) 감소했다. 이 가운데 건설업 사망자는 3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1명보다 45.1% 급감했다. 2022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1분기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올해 1분기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현장 사망자가 29명으로 전년 대비 25.6% 감소했고, 50억원 이상 대형 현장은 68.8% 줄었다. 5억원 미만 초소형 현장에서도 감소 흐름이 나타났다.

서소문 고가 붕괴 당시 영상 [사진=연합뉴스TV]
21일 서울 강남구 GTX-A 삼성역 공사현장에 불이 켜져 있다. 2026.5.21 [사진=연합뉴스]

건설업은 전체 산업 재해 사망자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대표적 고위험 업종이라는 점에서 감소 폭 자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안전관리 체계 변화가 본격화된 점을 주요 배경으로 꼽는다. 대표이사 직속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조직 신설, 위험성 평가 강화, 현장 작업중지권 확대와 함께 AI 기반 안전관리 플랫폼과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도 빠르게 늘고 있다.

주요 건설사들의 안전 투자 규모도 증가세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안전보건 투자액은 3000억원을 넘어섰고, 삼성물산 역시 최근 수년간 안전 예산을 연평균 20% 이상 확대했다. 대우건설도 연간 안전보건 예산을 1200억~1400억원 수준까지 늘리며 2년 연속 증액에 나섰다.

정부의 감독 기조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 감독 기조 변화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산업안전 감독 인력을 기존 895명에서 2095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전국 패트롤 점검과 반복 감독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위험성 평가 중심 감독과 중상해 재해 전담 관리 등 사고 이전 단계에서 위험요인을 차단하는 예방 중심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감소세를 구조적 개선으로 단정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한다. PF 시장 경색과 원자재 가격 상승, 미분양 증가 등으로 민간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서 신규 착공과 공사 물량 자체가 감소한 영향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민간 사업장을 중심으로 착공 연기와 공사 중단 사례가 늘면서 과거처럼 전국에서 대규모 현장이 동시에 돌아가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현장 수 자체가 줄어든 영향도 통계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소문 고가 붕괴 당시 영상 [사진=연합뉴스TV]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 [사진=김민지 기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건설기성과 민간 착공 실적은 모두 감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 밀도가 낮아질수록 사고 발생 가능성 역시 함께 줄어드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현장 양극화 문제도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50억원 이상 대형 현장의 사망자는 전년 대비 68.8% 감소했지만, 50억원 미만 중소 현장의 감소율은 25.6% 수준에 그쳤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대형 건설사는 조직과 예산 투자를 통해 안전관리 체계를 빠르게 강화하고 있지만 중소 현장은 여전히 인력과 비용 한계가 크다"며 "경기 회복 이후 공사 물량이 다시 늘어날 경우 중소 현장을 중심으로 사고 위험이 재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 안전 기술 도입이 확대되고 있지만 현장별 품질관리 수준과 통제력 편차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결국 핵심은 단순 처벌 강화보다 공기 압박과 다단계 하도급 구조 등 현장의 근본적인 작업 구조를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GTX 철근 누락 이어 서소문 붕괴…"기본 공정 통제 실패" 반복

현장에서는 여전히 반복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4년간 산업현장에서 2436명이 사망했고, 건설업 비중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9.5%에 달했다.

특히 최근에는 대형 인프라 현장과 노후 구조물 철거 현장에서도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는 상판 일부가 붕괴해 현장관리소장과 감리단장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고 직전 슬라브 단차 등 이상 징후가 발생해 안전 진단이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철거 공정 특성상 해체 순서와 하중 관리, 현장 통제 여부가 핵심인데도 공기 압박과 안전 관리 미흡이 사고 원인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2024년 5월 DL이앤씨 울릉공항 현장 매몰 사고를 비롯해, 2025년 2월 현대엔지니어링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 같은 해 6월 현대건설 은평구 재개발 현장 사망사고 등도 잇따랐다.

"경기 회복 이후에도 감소세 유지돼야 진짜 변화"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착공과 공사 물량 자체가 감소한 부분은 산업재해 통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동시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형사를 중심으로 안전관리 체계가 강화된 것도 분명한 변화"라고 말했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단기 통계만으로 안전 수준 개선 여부를 단정하기보다 실제 현장 운영 방식과 중장기 사고 추이를 함께 봐야 한다"며 "건설경기 침체 국면이 끝난 이후에도 이 같은 감소 흐름이 유지될 수 있는지가 중대재해처벌법과 건설업계 안전 시스템의 진짜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향후 건설경기 회복과 공급 확대 국면에서 현재의 산재 감소 흐름이 유지될 수 있을지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은 물론 국내 건설산업의 구조적 체질 개선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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