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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중흥 이끈 장충식 명예이사장 별세…향년 93세


종합대학 승격·천안캠퍼스 설립·죽전 이전 주도…‘교육보국’ 평생 실천

[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단국대학교의 종합대학 승격과 천안캠퍼스 설립, 죽전캠퍼스 이전을 이끌며 학교법인 단국대학의 중흥을 주도한 중재 장충식 명예이사장이 20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단국대에 따르면 장 명예이사장의 영결식은 오는 24일 오전 10시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다. 장례는 단국대학교 학교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단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장 명예이사장은 1932년 중국 톈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독립운동가인 선친 범정 장형 선생을 따라 만주 일대를 오가며 성장했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현실을 가까이에서 마주한 경험은 그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이후 그는 교육을 통해 나라에 보답한다는 ‘교육보국(敎育報國)’을 평생의 신념으로 삼았다.

장충식 명예이사장 [사진=단국대]

장 명예이사장은 1960년 대학 강단에 섰고, 1966년 단국대학 학장에 취임했다. 이듬해인 1967년 단국대학교 초대 총장에 올랐다. 당시 한국 대학 역사상 최연소 총장 취임 기록이었다. 그는 이후 36년간 총장과 이사장으로 재임하며 단국대를 독립정신에 뿌리를 둔 민족사학이자 국내 주요 사립대학으로 성장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그의 재임 기간 단국대는 굵직한 전환점을 맞았다. 장 명예이사장은 단국대의 종합대학 승격을 이끌었고, 1978년 우리나라 최초의 지방캠퍼스인 천안캠퍼스를 설립했다. 수도권에 집중됐던 대학 교육의 흐름을 지역으로 넓히는 시도였다. 이후 천안캠퍼스는 교육·연구 기능뿐 아니라 지역 인재 양성과 지역사회 발전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 의료 기반 확충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낙후된 지방 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의과대학병원과 치과대학병원 설립을 추진했다. 대학이 교육기관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의료·복지 기반을 넓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죽전캠퍼스 이전도 장 명예이사장의 대표적인 결단으로 꼽힌다. 그는 대학의 미래 경쟁력과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탈서울’ 이전을 추진했다. 단국대의 캠퍼스 재편은 당시 대학가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았고, 이후 대학 발전 전략의 새로운 사례로 평가받았다.

장 명예이사장은 교육자에 머물지 않았다. 스포츠 외교와 남북 교류에서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냉전이 이어지던 1989년 우리나라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사회주의권 국가였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공과대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유학생을 파견했다. 동구권 교류의 문을 넓히는 계기였다.

같은 해에는 남북체육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다. 그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을 이끌었다. 한반도기 제정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남북이 하나의 이름으로 국제무대에 선 상징적 장면 뒤에는 그의 스포츠 외교 노력이 있었다.

2000년에는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제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 단장을 맡았다. 장 명예이사장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며 민족 화해와 교류의 장을 여는 데 기여했다. 교육자이자 체육행정가, 남북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함께 수행한 셈이다.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에도 힘을 보탰다. 그는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스포츠과학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스포츠과학학술대회를 열었다. 1968년 단국대 스키부, 1976년 빙상부를 창단하며 당시 비인기 종목이던 동계스포츠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장 명예이사장은 대학스포츠 단체장 7개를 역임했고, 대학스포츠위원회(KUSB) 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대한체육회는 그가 스포츠를 통한 인류애를 실천하고 체육행정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2024년 ‘제70회 대한체육회 체육상’ 시상식에서 특별공로상을 수여했다.

인문학과 민족정신 계승 분야에서도 업적을 남겼다. 장 명예이사장은 1970년 동양학연구원을 설립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한자사전인 ‘한한대사전’ 편찬을 주도했다. 2008년 완간된 한한대사전에는 30여 년 동안 350억여 원이 투입됐다. 표제 한자 5만5000여 자와 한자 어휘 42만여 개가 수록돼 2000년 넘는 한자 문화유산 연구의 기초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의 독립정신을 기리는 일에도 앞장섰다. 장 명예이사장은 1991년부터 1998년까지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장을 맡았다. 백범 강좌 운영, 『백범일지』 중국어 번역, 상하이·충칭 임시정부 청사 복원, 백범 김구 선생 동상 건립 추진 등을 통해 백범의 사상과 업적을 알렸다. 오늘날 백범김구기념관 건립의 토대를 닦은 인물로도 평가된다.

그의 삶을 관통한 또 다른 가치는 봉사와 나눔이었다. 장 명예이사장은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신념을 바탕으로 소외된 이들을 돕고 화해와 박애의 가치를 실천했다. 1975년 한성로타리클럽에 입회하며 국제로타리와 인연을 맺었고, 2003년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를 지냈다. 2011년에는 국제로타리 ‘초아의 봉사상’을 받았다.

장학사업에도 공을 들였다. 1990년 범은장학재단을 설립해 9122명에게 87억여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교육자로서 미래 세대를 길러내는 일이 대학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에서였다.

저술 활동도 꾸준히 이어갔다. 회고록 『시대를 넘어 미래를 열다』를 비롯해 소설 『그래도 강물은 흐른다』, 『아름다운 인연』 등을 펴내며 교육과 사회, 인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겼다.

유족으로는 부인 신동순 여사, 장호성 학교법인 단국대학 이사장과 3녀가 있다.

/천안=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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