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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임단협 타결] DS·DX부문 균열 숙제 남겨


“반도체 적자 때 같이 버텼는데”...DX 박탈감 커
성과급 갈등 넘어 사업부 간 신뢰 문제로 번져

[아이뉴스24 박지은·황세웅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불과 1시간 앞두고 전격적으로 임금·단체협약 교섭에 합의했지만, 교섭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반도체(DS)와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간 갈등이 적잖은 후유증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경기 수원 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중재로 추가 교섭을 진행한 끝에 성과급 제도 개편 등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에 합의했다.

이번 교섭은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요구한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공유’ 방안을 중심으로 장기간 이어졌다. 총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긴장감이 높아졌고, 교섭 막판에는 DX부문 노조와 직원들의 공개 반발까지 이어졌다.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 4만 여명이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 삼성로 일대를 가득 메우고 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반도체 적자 때는 같이 버텼는데”…누적된 DX 박탈감

삼성전자 DX부문 내부에서는 이번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DS 중심 논리만 반영됐다”는 불만이 빠르게 확산했다.

삼성전자 내 제2·3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삼성전자 동행노조는 “DX부문 5만명의 목소리를 반영해달라”고 요구했었다.

교섭은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한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주도했다. 다만 초기업노조 조합원 다수가 DS부문 소속인 만큼 교섭안 역시 DS 중심으로 짜였다는 불만이 DX부문 내부에서 이어졌다.

특히 초기업노조가 요구한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공유’ 방안을 두고 DX부문 내부에서는 “AI 반도체 호황 수혜를 입은 DS에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DX 구성원들의 불만은 단순히 성과급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 반도체 적자 국면에서 DX가 사실상 삼성전자 실적 방어 역할을 했는데, 현재는 DS 성과만 강조되며 보상 역시 반도체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이호석 전삼노 수원지부장은 “2023년 반도체 적자가 심했을 때도 삼성전자는 투자를 이어갔고, 결국 이후 DS 실적이 급반등했다”며 “당시 투자 재원에는 DX에서 나온 돈도 포함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는 ‘원 삼성’으로 움직이면서 성과급은 따로 계산하겠다고 한다”며 “성과가 난 부문만 딱 잘라 보상하겠다는 것은 직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DX 내부에서는 최근 수년간 반도체 투자 확대 과정에서 DX 투자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렸다는 인식도 강하다.

이 지부장은 “DX는 소비자 대상(B2C) 사업 특성상 급격한 수익 확대가 쉽지 않다”며 “자동화 설비나 인공지능(AI) 로봇 등에 충분히 투자했다면 지금보다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었지만 재원이 대부분 반도체로 갔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 4만 여명이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 삼성로 일대를 가득 메우고 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백순안 삼성전자 동행 노조 정책기획국장(오른쪽)과 이호석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수원지부장. [사진=황세웅 기자]

“욕심쟁이” “노조 가입이나 해라”…감정 충돌 확산

교섭 과정 자체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DX 측은 이번 교섭이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공유’ 논의에 지나치게 집중되면서 복리후생·베이스업·제도 개선 등 DX 요구안은 사실상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처음에는 성과급 논의 이후 다른 안건도 다루기로 했지만 결국 반도체 성과급 이슈가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며 “DX 직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이야기는 아예 빠진 채 졸속 합의가 이뤄진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측 갈등은 공개 충돌로 이어졌다.

전삼노와 동행노조 관계자들은 고용노동부에서 사후조정 회의장으로 이동하던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에게 공개 항의했다.

최 위원장이 “같이 교섭을 진행했던 것인데 지금 와서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하자, 전삼노·동행노조 측은 “새 요구가 아니라 교섭 과정에서 논의된 안건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온라인 노조 소통방에서는 일부 조합원 사이에 “욕심쟁이”, “노조 가입이나 하라” 등의 비난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송이 초기업노조 부위원장의 “분사할 거면 하라” 발언까지 확산되며 DX 내부 반발은 더욱 커졌다.

갈등은 법적 대응으로도 번졌다.

삼성전자 DX부문 직원 5인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는 지난 15일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수원지법에 올해 임단협 교섭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현재 교섭이 DS부문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DX부문 요구안과 근로조건이 사실상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또 초기업노조가 총회 의결 없이 지난해 11월 설문조사 결과를 교섭 요구안으로 반영한 것은 노조 규약과 노동조합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 4만 여명이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 삼성로 일대를 가득 메우고 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한 삼성전자 MX 사업부 직원이 불만을 토로하는 문자 메시지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간부에게 보냈다. [사진=황세웅 기자]

“부품·완제품 시너지” 삼성전자 강점 흔들리나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단순 임단협 충돌을 넘어 삼성전자 내부 사업부 간 균열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 사업을 동시에 보유한 구조를 강점으로 꼽아왔다. 부품 경쟁력과 세트 사업 시너지를 한 회사 안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삼성전자만의 차별화 요소로 평가받아왔다.

다만 이번 교섭 과정에서는 DS와 DX 구성원 간 이해관계 충돌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내부 분위기가 크게 흔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 삼성”을 강조하면서도 성과 보상 체계는 사업부별로 나뉘는 구조 속에서 구성원 간 박탈감과 불신이 커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는 부품과 완제품 사업을 함께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 안에서 사업부 간 갈등과 불신이 커지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조직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회사가 사업부 간 보상 체계와 내부 공감대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앞으로 중요한 숙제로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황세웅 기자(hseewoong8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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