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세웅·권서아·박지은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을 사흘 앞둔 18일 법원이 회사 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법원은 반도체 생산라인의 '안전·보안 관련 업무'는 파업 기간에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조는 18일과 19일 진행되고 있는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에서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한 예정된 총파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나 파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법원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의 인력, 가동시간, 주의의무 유지해야"
수원지법 민사31부는 이날 삼성전자 측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등을 상대로 낸 위법쟁의행위금지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안전보호시설 유지·운영 업무와 보안작업은 쟁의행위 기간에도 정상 수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정상 수행’ 의미에 대해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의 인력과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방재시설·배기·배수시설 등 안전보호시설과 웨이퍼 변질 방지, 공정 설비 유지 등 보안 작업 모두 유지 대상에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가처분 신청서에서 반도체 공정 특성상 웨이퍼가 공정 대기시간(Q-Time)을 넘기면 변질·폐기될 수 있고, 공정 중단 시 생산 차질과 설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365일 연속 운영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공정 중단 시 재가동까지 장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생산 및 연구라인, 구매창고, 전기·전산시설, 유해화학물질 보관시설 등에 대한 점거와 출입 방해도 금지했다.
또 가처분 결정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반 시 하루당 노조 1억원, 지부장과 위원장 대행 각 1000만원을 삼성전자 측에 지급하도록 했다. 이는 형사처벌이 아닌 민사상 간접강제 조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삼성전자 측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쟁점은 삼성전자가 주장한 안전·보안 업무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였는데 법원이 회사 측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전체 생산공정 파업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어서 일반 생산공정은 여전히 파업 가능 영역으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평일에는 평일수준 일해야"…노조 "쟁의행위에 아무런 방해 안돼"
삼성전자와 노조는 법원 결정 해석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삼성전자 노조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마중은 이번 결정에 대해 삼성전자 신청 내용을 전부 받아들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마중은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 자체는 노조도 필요성을 인정해온 부분”이라며 “법원은 작업 범위는 삼성전자 측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실제 투입 인력 규모는 노조 측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마중은 특히 삼성전자가 반도체(DS) 부문에서 약 700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법원은 노조 측이 주장한 ‘주말 또는 연휴 수준 인력’ 기준을 받아들인 취지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실제 근무 인원은 삼성전자가 주장한 규모보다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삼성전자가 노조의 문자메시지 발송, 동영상 게시, 플래카드 게시 등 쟁의행위 독려 활동까지 금지해달라고 신청했지만 해당 부분은 모두 기각됐다며 “예정된 총파업 진행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별도 공식 입장 대신 사내 공지를 통해 “법원은 평일에는 평일 수준, 주말·휴일에는 주말·휴일 수준의 인력으로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을 유지하라는 의미를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또 노조 측이 주장한 ‘주말·연휴 수준 인력’ 해석에 대해서는 “법원 결정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가처분 결정에 근거해 쟁의기간 중 정상 출근이 필요한 부서 임직원들에게 별도 안내할 예정”이라며 “임직원 안전 확보와 생산 현장 혼란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도 이날 별도 입장문을 내고 노조 측의 ‘주말·연휴 수준 인력’ 해석은 법원 결정 취지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지평은 “법원이 결정문에서 언급한 ‘평상시’는 평상시의 평일 또는 평상시의 주말·휴일을 의미한다”며 “쟁의기간 중 평일에는 평일 수준의 인력을, 주말·휴일에는 주말·휴일 수준의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 측이 주장한 ‘주말·휴일 기준 최소인력이면 충분하다’는 해석은 법원이 명시적으로 배척한 주장”이라며 “해당 해석을 따를 경우 가처분 결정 위반 및 간접강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차 사후조정 회의도 진통…"내일 또 만날 것"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 회의는 19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 2차 사후조정 오전회의를 참관한 뒤 “오늘과 동일하게 내일 오전 10시에 회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오늘은 오후 7시까지 회의가 이뤄지고 조정안은 오늘 내로 나오기 어려울 것 같아 내일 다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중노위 요청에 따라 2차 사후조정 회의에 들어갔다. 이번 회의는 오는 21일로 예고된 노조 총파업을 앞두고 열리는 사실상 마지막 협상 테이블로 평가된다.
회의에는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 새로 교체된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삼성전자 DS부문 피플팀장 부사장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마라톤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세종=황세웅 기자(hseewoong89@inews24.com),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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