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희성 기자]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동일한 이사 후보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는 사례가 나타났다. 후보자의 결격사유를 어디까지 판단 기준에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운용사별 해석 차이가 의결권 행사 결과를 갈랐다.
순자산 기준 상위 5대 자산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반적으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섰다. 각사는 △삼성운용 3493건 △미래에셋운용 2027건 △KB운용 3319건 △신한운용 1095건 △한화운용 994건의 안건에 의사표시를 했고, 행사 사유도 내부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상세히 공시했다.
![국내 5대 자산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사진=챗GPT]](https://image.inews24.com/v1/7da807492db5ef.jpg)
다만 이사 후보자들의 결격사유를 바라보는 기준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동일한 후보자를 두고도 적절한 인사인지에 대한 판단이 운용사별로 엇갈린 것이다.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이사 임기 조문 정비 안건과 이를 전제로 한 허은녕 감사위원 재선임 안건을 두고 찬반이 갈렸다. 이사 임기를 기존 3년에서 3년을 초과하지 못하는 범위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에 대해 한화운용은 찬성했다. 상법상 표현에 맞춘 조문 정비 수준으로 봤고, 임기 불확실성 위험이 실무상 통제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번에 재선임되는 허 후보가 2022년 11월 선임돼 임기가 이미 일부 소진된 상태인 만큼 재선임 시 2년 임기 보장이 필요하다는 회사 측 소명도 고려했다.
KB운용·신한운용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사별로 임기를 달리 설정할 수 있게 되면 사실상 시차임기제와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차임기제가 시행되면 이사의 임기 만료 시점이 엇갈려 주주가 한 번의 주총에서 이사회 전체를 교체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주주의 경영 감시 기능을 약화시키고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허은녕 감사위원 재선임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이어졌다. 한화운용과 KB운용은 허 후보 자체에 결격사유가 없다며 찬성했다. KB운용은 정관 개정에는 반대했지만 후보자 개인은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미래에셋운용은 후보 개인의 결격사유는 없지만, 시차임기제 도입을 전제로 허 후보의 임기를 2년으로 설정하고 있는 구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사 임기구조 변경은 이사회 전체의 책임성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한운용은 기존 사외이사를 분리선출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는 구조가 이사회 참호구축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는 반대 근거로 삼았다.
기아 신재용 감사위원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는 KB·미래·삼성운용이 찬성하고, 한화·신한운용이 반대했다. 찬성 측은 신 후보의 회계·재무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게 평가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이자 DL이앤씨 사외이사로 재임 중인 점을 근거로 감사위원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췄다는 판단이다. 또 법규 위반, 기업가치 훼손, 독립성 저해, 감시 의무 소홀 등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다고 봤다.
반대 측은 과거 행적을 문제 삼았다. 신 후보는 과거 신도리코 사외이사·감사위원 재직 당시 주주제안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무력화하는 정관 변경에 찬성했다. 한화운용은 이를 주주권익 침해로 보고 반대 사유로 제시했다. 현재 자격 뿐만 아니라 과거 의사결정 이력까지 결격 판단에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같은 안건을 두고도 대형 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는 다르게 나타났다. 운용사별 수탁자책임 원칙과 내부 가이드라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판단 기준이 다른 만큼, 각 운용사는 의결권 행사 근거를 상세하게 공개해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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