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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더미에 갇힌 일상, 천안시가 다시 열었다


저장강박 의심가구 66곳 지원…청소·방역에 정신건강 상담까지 연계

[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쓰레기와 폐기물이 쌓여 현관문조차 열기 힘들었던 천안의 한 원룸이 공공 지원을 통해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천안시가 저장강박 의심가구를 대상으로 청소와 방역, 정신건강 상담, 복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며 일상 회복을 돕고 있다.

충남 천안시는 ‘저장강박 의심가구 지원사업’을 통해 주거 환경이 악화한 가구를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이 사업은 단순히 집 안을 치우는 데 그치지 않고 대상자가 다시 같은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정신건강·복지·주거 안전 문제를 함께 살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천안시 관계자들과 봉사자들이 한 가구를 방문해 생활 폐기물을 수거하고 방역 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천안시]

저장강박은 물건이나 폐기물을 버리지 못하고 주거 공간에 쌓아두는 행위다. 단순한 생활 습관을 넘어 정신건강과 주거 안전을 위협하고 악취·해충·화재 위험 등으로 이웃 갈등까지 불러올 수 있는 사회문제다. 특히 혼자 사는 고령층이나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가구의 경우 외부와의 접촉이 줄어들면서 상황이 장기간 방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는 2020년 ‘천안시 저장강박 의심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해 공공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청소 지원에 그치지 않고 정신건강 상담과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통합 지원 체계를 운영해 왔다. 조례 제정 이후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관련 기관이 대상 가구를 발굴하면 현장 확인을 거쳐 폐기물 처리, 방역, 상담, 복지 연계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지원 규모도 확대됐다. 시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총 58가구에 1억2500만원을 투입했다. 올해는 8가구에 2300만원을 추가 지원해 현재까지 모두 66가구의 주거 환경 개선과 일상 회복을 도왔다. 지원 대상은 주거 내부에 생활폐기물이 장기간 쌓여 안전사고 우려가 있거나 악취·해충 등으로 이웃 피해가 발생한 가구를 중심으로 선정된다.

실제 서북구 부성2동의 한 40대 여성 가구는 원룸 내부에 생활폐기물이 가득 차 현관문을 여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대상자는 쓰레기 더미 위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악취 등으로 인한 주민 민원도 이어져 공공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혼자 힘으로는 주거 환경을 회복하기 어려웠고 단순 청소만으로는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도 컸다.

저장강박 가구 [사진=천안시]

천안시는 해당 가구를 대상으로 단계별 폐기물 정비와 방역을 진행했다. 대량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한 뒤 실내 위생 상태를 개선하고 해충과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역도 병행했다. 이후 정신건강 상담과 복지 서비스를 연계해 대상자가 안정적으로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시는 대상자의 생활 여건과 심리 상태를 함께 살피며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관리도 이어가고 있다.

시는 사후관리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 두리장애인복지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저장강박 의심가구에 무료 생활 방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행정복지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민간 봉사단체와도 협력해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에서는 대상 가구의 생활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상담이나 복지 자원을 연결한다.

천안시는 저장강박 문제가 개인의 생활 태도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신건강,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돌봄 공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행정과 복지, 보건, 민간 자원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시는 앞으로도 읍면동 현장 중심의 발굴 체계를 강화하고 주변 이웃의 신고나 상담 요청이 있을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윤은미 천안시 복지정책국장은 “저장강박 가구 지원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무너진 삶의 기반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라며 “대상자 상황에 맞는 지원 체계를 더 촘촘히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 환경 개선 이후에도 다시 고립되지 않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천안=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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