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12일은 '제23회 자동차의 날'이다. 매년 치르는 날이지만 올해는 특별하다. 1976년 대한민국이 독자 모델 '포니'를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한 지 정확히 5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 50년은 한마디로 기념비적이다. 자동차 누적 수출 7600만대라는 대기록까지 세우게 됐다.
특히 반세기전 척박한 불모의 땅에서 시작한 한국 자동차 산업이 이제 세계 자동차 산업 혁신을 주도하는 모빌리티 리더로 탈바꿈했다.
![현대차 '포니' 복원 모델. [사진=김종성 기자]](https://image.inews24.com/v1/d3eb32140337bc.jpg)
5대에서 7600만 대로⋯'가성비'에서 '프리미엄'으로
한국 자동차 수출의 역사는 1976년 6월, 현대자동차의 포니 5대가 에콰도르 과야킬 항구에 내리면서 시작됐다. 당시 자동차 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한민국이 독자 모델을 수출한다는 것은 세계 시장에서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해 총 456대에 불과했던 수출 실적은 반세기 만에 가공할 만한 수치로 변모했다.
누적 수출 추이를 살펴보면 그 성장 속도는 경이롭다. 수출 시작 28년 만인 2004년에야 누적 1000만 대를 돌파했지만, 이후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함께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2013년 2000만 대, 2021년 5000만 대를 거쳐 마침내 7600만 대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7600만 대는 차량 한 대를 약 4.7m로 계산해 일렬로 세웠을 때, 지구 둘레(약 4만km)를 9바퀴 가까이 돌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지난 50년은 단순히 대수만 늘어난 역사가 아니다. 1980년대 북미 시장에 진출하며 '저렴한 차'의 대명사였던 한국 자동차는 2000년대 들어 강력한 품질 경영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주류로 진입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앞세워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현재는 전기차(EV)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시장에서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거듭났다.
![현대차 '포니' 복원 모델. [사진=김종성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53d9f9acf44f0.jpg)
특히 누적 7600만 대 달성 과정에서 최근의 변화는 매우 극적이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수출 구조가 '아이오닉 5', 'EV6'와 같은 전용 전기차 모델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대당 수출 단가(ASP)가 크게 상승했다. 이는 과거 물량 공세 위주의 전략에서 탈피해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로 승부하는 '질적 성장'의 단계로 완전히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질적 성장은 세계 시장에서의 위상 변화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은 지난 2022년 사상 처음으로 토요타,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며, 이후에도 굳건히 '글로벌 톱(top) 3'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과거 선진 시장의 뒤를 쫓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반세기 만에 명실상부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리딩 기업으로 우뚝 서며 글로벌 리더십을 입증하고 있다.
![현대차 '포니' 복원 모델. [사진=김종성 기자]](https://image.inews24.com/v1/2d505cef58c4e1.jpg)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수출 비중 10% 돌파·車 산업 종사자 27.7만 명
자동차 산업은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기둥이다.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은 7097억 달러로 사상 최초로 7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는데, 이 중 자동차 단일 품목 수출액만 72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 비중의 10.1%를 차지했다. 자동차 부품 수출액까지 더할 경우 그 비중은 약 13% 수준에 달한다. 대한민국 전체 무역수지가 78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데 있어, 자동차 산업이 반도체와 함께 경제를 굳건히 견인하는 쌍두마차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도 타 산업을 압도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 전체 종사자 규모는 약 27만7000명에 육박한다. 이 중 생산 부문 인력이 약 19만 명이며, 미래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연구개발(R&D) 인력도 1만6000명을 넘어섰다.
부품 협력사들의 생태계 역시 탄탄하다. 내연차와 미래차 공용 부품 분야에 16만여 명, 전기차·자율주행 등 미래차 전용 부품 분야에 약 4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 철강, 소재, 물류, 정비 등 연관 산업까지 포함할 경우 사실상 수백만 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국가 산업의 '심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 '포니' 복원 모델. [사진=김종성 기자]](https://image.inews24.com/v1/1fc428cb5f04c3.jpg)
새로운 50년, 'SDV'와 '미래 모빌리티'로의 도약
'모빌리티 혁명기'라고 불릴 만큼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격변하고 있다. 앞으로의 50년은 과거의 제조 중심 패러다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될 전망이다.
이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SDV)'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엔진과 변속기 등 하드웨어 성능이 핵심이었다면, 미래에는 전용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차량의 기능을 무선으로 업데이트하는 OTA(Over-the-Air) 기술과 초연결성이 브랜드의 성패를 가를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생성성 인공지능(AI)의 진화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까지 더해지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은 이동 경험의 완전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영역의 확장도 눈부시다. 지상 위 도로에 국한됐던 모빌리티는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를 통해 하늘길로 넓어지고 있다. 아울러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실내 공간을 자유롭게 구성하는 목적기반모빌리티(PBV)는 단순한 운송을 넘어 주거, 사무, 의료 공간으로까지 그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지난 50년간 다져온 제조 경쟁력은 이러한 첨단 모빌리티 생태계를 선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맹진규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 기술정책실 연구원은 "국내 생산 수출 구조를 바탕으로 제조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장성과 수익성 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현지 생산을 강조하는 주요국 정책과 제조 기술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 자동차 산업의 혁신 생산 거점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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