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진우 기자]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익숙한 장면이 있다.
"포항 사람이 맞느냐", "고향이 어디냐", "외지 사람 아니냐"는 식의 공격이다. 정책과 비전보다 출생지와 혈통을 앞세우는 낡은 정치 프레임이 또다시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냉정히 돌아보면 지금의 포항은 '원래 포항 사람'만으로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다.

포항은 산업화와 함께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도시다. 특히 포스코 포항제철소 건설 이후 수많은 기술자와 노동자, 상인과 공직자들이 포항에 정착했다.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몰려왔고, 그들이 삶의 터전을 일구며 오늘의 포항 경제와 공동체를 만들었다.
실제 포항에는 외지에서 이주해 정착한 시민 비율이 상당하다. 어떤 이는 직장을 따라 왔고, 어떤 이는 생계를 위해 내려왔으며, 또 어떤 이는 자녀 교육과 새로운 기회를 찾아 포항을 선택했다. 그렇게 뿌리내린 사람들이 지역사회를 유지하고 세금을 내고 아이를 키우며 포항의 시민이 됐다.
포항의 역사는 결국 '정착의 역사'다.
그런데 선거만 다가오면 일부에서는 다시 "진짜 포항 사람"을 가려내려 한다. 출생지와 학연, 토박이 여부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순간, 포항은 미래로 나아가기보다 과거의 지역주의에 갇히게 된다.
더 아이러니한 장면도 있다.
정작 평생 서울이나 타지에서 생활하다가 선거철이 되어서야 "나는 포항 사람"을 강조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평소에는 지역과 거리를 두다가 선거 때만 고향을 내세우는 모습에 시민들이 느끼는 괴리감 역시 작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태어났느냐가 아니다.
지금 누구와 함께 살고, 지역을 위해 무엇을 했으며, 앞으로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이냐는 점이다.
포항은 특정 성씨나 토박이 집단의 도시가 아니다. 철강과 산업, 바다와 청년, 이주민과 정착민이 함께 만든 도시다. 포항의 경쟁력은 배타성이 아니라 개방성에서 나왔다.
선거가 지역 공동체를 갈라놓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은 이제 "누가 포항 사람이냐"보다 "누가 포항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이냐"를 보고 있다.
고향은 출생증명서에만 남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서 살아왔고, 어떤 책임을 다했는지가 진짜 고향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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