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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거 질병, 이제는 정신 좀 차릴 때다…어느 선거 중독자의 일기


최철원 컬럼리스트, 정치평론가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선거 질병을 부추기는 세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바른 선거의 중요성보다는 패거리 문화의 중독성이다.

편견과 비난 반칙이 난무하는 선거판은 시작 전부터 각 종 위원장과 본부장에 인물들을 영입해 임명장을 남발하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는 게 특징이다.

최철원 컬럼리스트 [사진=최철원]

민주주의 출발은 선거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자각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지만, 선거는 시작 전부터 언론이 부추기며 사회가 듵떠 있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 많은 아닌 것 같다.

선거 상황에 빠진 나는 떠돌이 개만도 못한 명성을 좇아 미친 놀이의 난장판에 몸을 밀어 넣었다.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닌 듯 겨울잠을 막 깬 개구리처럼 첨벙 첨벙거린다. 온 세상이 방방 뛰니 군상들도 따라서 깨춤을 추고 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날파리'와 거짓과 위선의 '히드라'들에 환멸을 느끼지만 돌아보니 나도 그 일부분이 되었다. 쏟아지는 구정물에 나의 헛소리도 담아 침을 밷았다. ㆍ

'개선'이냐 '개악'이냐 '옳다' '그르다'를 두고 시끌벅적한 난장판 주머니에 깊숙이 손 넣는 순간부터 나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광풍이 몰아치는 한가운데 서 괴물이 되어 가고 있다. 일상이 단순 집착 병에 걸려 하루아침에 자신을 잃은 기이한 생존기가 시작되었다. 세상 자부심은 사라지고 끝없는 혼란과 혼동에 동참하며 꼭두각시 놀음에 빠졌다. 무엇 때문에 사는지 어디로 가는 건지 방향도 모호하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정신을 쏙 빼놓게 하는가?

선거 질병에 걸리면 판타지와 망상 사이에서 헤멘다.

선거 후보자가 유세하는 장면에 나 자신을 대입한다. 박빙의 여론조사에서 내가 좋아하는 후보의 설문 응답 추세가 이기면 내가 이긴 것이고, 지면 내가 진 것이다.

내 일상의 빛이나 그림자가 선거의 결과에 겹쳐 지면서 환희 또는 좌절이라는 강력한 감정이 마음에서 일어난다. 나와 지지하는 당 선거가 하나로 역기며 동일시 되는 것이다.

세상사에 몸담고 있다는 것은 그 순간부터 고단하다는 뜻이다.

일상의 분주한 속도에 치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가끔은 현실의 못마땅함으로 도피를 하거나 바꿔보자는 생각을 느끼며 산다. 평소 호감가는 인물이 후보자로 나타나면 선거판은 근사한 도피처가 된다.

많은 사람들 속에 구호를 외치고 몰입하면 환상의 세계에 빠지는 듯하다. 그 세계에서는 내가 '아바타'가 되어 나 자신을 잃어버린다. 후보자의 분신이 되니 열광하고 기뻐하며 목청을 높일 수밖에 없다.

집단이 보수 텃밭의 선거에 느끼는 감정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보수 후보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대구에는 한 번도 진보 세력이 선거 중심에 서본 적이 없다. 중심은 커녕 일부에서는 선거운동조차 방해받으며 설 곳이 어중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존재의 뿌리가 사라진 보수의 성지에는 진보 세력이 당당히 선거 추세의 과반을 넘어서며 돌풍의 주역이 되었다. 보수의 성지라지만 보수 도시라는 말을 꺼내기 조차 민망할 정도로 보수 정치인이 한 일이 없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바꿔보자' 라는 구호가 저절로 나온다. 그것도 이제는 '바꾸자' 라는 소리를 소리 높여 외쳐야 성에 찬다.

현란한 스펙터클의 현장에 묻혀 '스텝 꼬인' 나를 발견한 것은 밤늦게 귀가하는 문 앞에서 가족의 귀 거슬리는 잔소리 때문이다.

내가 이래도 되나? 문득 떠오르는 질문과 막연하게나마 내가 비정상적인 상황에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러지. 왜 이러고 살며,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가장 궁극적인 철학적 혹은 종교적 질문이다.

어쩌면 모든 문제들이 여기로 귀착되는지도 모른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나의 정체성을 묻는 물음이다. 나의 정체성을 알려면 그 "나" 속에 채워진 구체적인 내용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 내용은 지금까지 내가 드러낸 나와 아직 드러내지 않은 나의 모두를 포함한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해 "나는 나다"라는 대답이 가장 간단명료한 대답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는 대답하는 사람이 자기를 가르키는 말이지만. 대답을 듣는 사람도 자기를 "나"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말은 아무나 쓸 수 있는 말이고 아무나 가르키는 말이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서 나 자신을 잃고 남이 거름 지고 장에 가니 나도 따라 거름 지고 나서는 모습이 가관이다.

내가 나서서 뭘 바꾸겠다고 이러는지 돌아보니 내 꼴이 우습다. 정당에는 지방 살릴 정책은 없고 정치 놀음에만 불을 댕기고 있는 가관의 선거판이 아수라판이다. '냬란당 윤어게인 공천'이라는 민주당과 '조작기소 특검법'을 셀프 공천취소라는 국민의힘 정치 공세에 나도 덩달아 놀아 나고 있어 내 꼴이 말이 아니다.

공약(公約)보다 공약(空約)이 난무하는 선거판이다.

이골이 난 '청산의 정치'와 '정부의 심판론' 으로 진영 대결 프레임에 빠진 지방선거를 보라. 정치의 단물을 맛 본자들이 내 밷는 헛소리를 믿어야 하는지 속아야 하는 건지. 내 고장 미래의 명운이 걸린 문제를 어떻게 정치 구호에 의존할 수 있는가. 답 없는 물음에 끝없는 파문이 인다.

나는, 우리를 망치게 하는 정치에 왜 관심을 끊지 못할까. 이쯤에서 멈춰서서 나를 응시해본다. 말하려다 그저 할 말을 잃었다. 나도, 모두도 이젠 그만하자. 정신 좀 차리자.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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