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던진 한 장의 선언문이 선거판의 공기를 바꾸고 있다. 겉으로는 ‘아름다운 경쟁’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제안이 아니다. 판을 먼저 짜겠다는 신호다.
김 후보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에게 ‘대구 미래 경쟁 선언’ 공동 합의를 제안했다. 그리고 그 중재자로 홍의락 전 의원을 호출했다. 정치에서 제3자를 끌어들인다는 건 메시지를 넘어서 압박이다.

이 장면에서 읽히는 건 하나다. ‘경쟁의 룰’을 먼저 정하겠다는 의지다.
김 후보가 내세운 기준은 분명하다. 정쟁은 빼고, 정책 설계로 승부하고, 실행력으로 검증받자. 이 세 줄이 이번 제안의 본질이다. 선거의 축을 ‘이념 대결’에서 ‘정책 경쟁’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선언이다.
문제는 이 제안이 단순히 ‘좋은 말’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치는 늘 선택을 강요한다.
추경호 후보가 이 제안을 받으면, 김부겸이 만든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정책의 디테일, 재원, 실행 로드맵까지 촘촘히 검증받는 싸움이다. 반대로 거부하면? 곧바로 ‘정쟁 정치’라는 딱지가 따라붙는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가 했던 말이 정확하다. “이건 제안이 아니라 판을 짜는 행위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따로 있다. ‘유사 공약 논쟁’의 차단이다.
두 후보는 이미 산업구조 전환, AI·로봇 기반 도시 등 핵심 경제 비전에서 적지 않은 접점을 보인다. 방향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승부는 어디서 나야 하는가. 김 후보는 답을 내놨다.
“아이디어 말고 실행력으로 싸우자.”
이 한 문장으로 논쟁의 축이 바뀐다. 누가 먼저 말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해낼 수 있느냐로.
결국 이번 선언의 핵심은 ‘연대’가 아니다.주도권이다.
김 후보는 질문 자체를 바꿔버렸다. 누가 더 옳은가가 아니라 누가 더 해낼 수 있는가.
선거는 질문을 누가 먼저 던지느냐에서 이미 절반이 결정된다. 그리고 지금, 그 질문은 김부겸이 쥐고 있다.
이제 공은 추경호 후보에게 넘어갔다. 받을 것인가, 아니면 판을 다시 짤 것인가.
답이 나오기 전까지,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이미 ‘정책 경쟁’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프레임 전쟁에 들어섰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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