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노조의 성과급 갈등은 우리 산업이 직면한 또 하나의 단면을 보여준다. 기업이 큰 성과를 거두는 것은 분명 반길 일이다. 그러나 그 성과의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분배는 분명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갈등이 과도해지면 그 미래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류민호 동아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https://image.inews24.com/v1/d5877f2adc87b8.jpg)
이 문제는 반도체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늘날 대한민국 플랫폼 산업 역시 유사한 기로에 서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게 로컬 플랫폼 경쟁력을 갖춘 국가다. 검색, 메신저, 커머스,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국내 기업들이 혁신을 주도해왔다. 그 배경에는 수많은 개발자와 기획자들의 헌신이 있었다. 이들이 최고 수준의 보상과 복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로 최고 인재가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처우 없이는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존의 문제다.
다만 최근 판교를 중심으로 한 IT 노조의 움직임을 보면, 산업 내 긴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노사 갈등과 달리, IT 산업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유연한 조직 운영이 핵심 경쟁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전제로 한 압박이나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과도한 개입 시도가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한 노사 문제를 넘어 기업의 민첩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AI와 같은 고속 혁신 산업에서는 이러한 의사결정 지연이 곧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물론 노동자의 권익 보호는 중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이 공격적인 투자와 실험을 주저하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이는 혁신 속도를 떨어뜨리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단순한 내부 갈등에 머물러 있을 만큼 여유롭지 않다. 글로벌 AI 경쟁은 이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구글의 제미나이, 오픈AI의 챗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은 상상을 뛰어넘는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이며 시장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패러다임 경쟁'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조직 구조를 전면 개편하고, 의사결정 체계를 혁신하며,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반면 우리는 내부 갈등으로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면, 이는 출발선부터 불리한 게임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그 격차는 더욱 명확하다. 2026년 기준 아마존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약 160조원, 구글은 90조원, 메타는 84조원에 달한다. 반면 대한민국 전체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약 35조원 수준에 머문다. 개별 기업 하나가 국가 전체와 맞먹거나 이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더 나아가 글로벌 상위 6대 빅테크의 R&D 총합은 2023년 기준 약 2387억 달러(약 352조원)로, 2015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의 투자 규모는 이미 일부 국가의 연간 과학기술 예산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글로벌 AI 경쟁이 본격화되는 이 중요한 시기에 우리가 내부에서 힘을 소모한다면, 싸워보기도 전에 스스로 좌초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은 이미 만들어진 성과를 나누는 데 몰입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그 성과를 기반으로 더 큰 경쟁력을 축적해야 할 시기다. 이 흐름 속에서 머뭇거린다면 우리는 단순한 후발주자가 아니라 '탈락자'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
플랫폼과 AI 산업은 한 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려운 '승자독식' 구조를 가진다. 지금의 선택이 향후 10년을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사 간의 새로운 균형이다. 대립과 압박이 아니라, 산업 생존을 전제로 한 협력적 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은 장기 투자와 성장 비전을 명확히 제시해야 하고, 노동자는 단기 보상을 넘어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공동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 역시 플랫폼과 AI 산업이 새로운 혁신을 통해 파이를 키울 수 있도록 유연한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대한민국 AI 산업은 지금 '골든타임'에 서 있다. 지금은 나눌 때가 아니라, 살아남을 때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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