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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구교환의 ‘캐아일체’ 경지의 연기가 ‘모자무싸’에 미치는 효과


[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연출 차영훈, 극본 박해영)가 1, 2회만에 엄청난 화제성을 몰고왔다. 벌써 ‘모자무싸’ 신드롬이 생길 징조다.

이유는 ‘작감배’(작가/감독/배우)일텐데, 박해영 작가의 글과 구교환의 연기가 특히 큰 역할을 한다. 박해영 작가의 대사는 인위적이지 않다. 지극히 현실적이며 현실의 아픈 구석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인물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다 보니 어느 순간 뭔가를 들킨 것 같을 때가 있다. 계속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니 영화사 최 대표(최원영)의 핀잔에 황동만(구교환)의 “내 인생이 왜 니 맘에 들어야 하는데요” 같은 묵직한 대사가 나온다.

무자무싸 포스터 [사진=JTBC]

구교환이 연기하는 황동만은 처음에는 너무 밉상이고 얄밉고 찌질해보여, 별로 정이 가지 않았다. 시기와 질투로 점철된 인간 같았다. 음식을 폭식하듯 개걸스럽게 먹는 모습 또한 별로 좋게 보이자 않았다. 불쌍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별로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황동만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황동만의 폭주에 설득당하기 시작했다. 황동만은 순수하면서 짠한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처음에는 주변 반응에 허세 가득한 가시로 대응하는 듯하지만, 알고보면 그 내면에는 불안과 허기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감정을 쏟아내야 하는 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구교환은 마치 자신의 실제 모습인양 연기한다. 캐릭터와 자신이 완전 일체된 ‘캐아일체’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구교환은 특유의 리듬감 있는 대사 톤으로 툭툭 던지듯 대사를 내뱉는데, 그럴때마다 대사 내용과 그 속에 담긴 감정이 쏙쏙 들어온다.

구교환은 제작발표회때 “황동만은 영화감독지망생인줄 알았는데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다. 황동만의 입봉기가 아니라 주변 친구 이야기다. 영화판을 얘기하는 것 같지만 엄청난 맥거핀이다. 너와 나, 우리들의 얘기다”고 말한 바 있다.

정확한 지적인 것 같다. 황동만은 처음에는 20년째 영화 감독 데뷔를 못하고 있는 한 감독 얘기인 것 같지만, 보통의 인간이다. 그가 말이 많은 것도 내면에 깔린 불안을 잠재우고 존재감을 보여주려는 몸부림이다.

“내가 말이 많은 건 내 탓만은 아니라고! 나를 형편없는 인간 보듯 하는 니들 탓도 있다고! 나보고 제발 가만히 좀 있으라고 하는데, 가만히 있는 게 얼마나 힘든데! 가만히 있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황동만의 이런 기분은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가. 황동만이 조금씩 이해되면서, 나는 황동만 같은 존재가 아닌지, 아니면 황동만을 왕따시키는 대학 영화 동아리 선후배 모임인 8인회에 나 같은 사람이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게 된다. 이런 확인 작업은 ‘나는 특이한 인간이 아닐까’에서 시작된 생각이 동류의식을 갖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안도감으로 인도한다.

뿐만 아니라 “잘나서 나를 증명할 수 없을 때는, 망가져 나를 증명한다”라고 절규하는 장면도 구교환의 연기를 통해서 보면 더욱 리얼해진다.

황동만과 달리 성공한 감독인 박경세(오정세)도 잘나가는 모습속에 가려진 찌질한 내면과 자격지심으로 가득찬 속물로 그려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황동만은 무리(8인회)에 잘 끼지 못한다. 사회성이 부족한 거다. 시인과 대학교수를 포기하고 용접공으로 살고 있는 형인 진만(박해준)이 “네(동만)가 원하는 게 뭐야? 데뷔야? 성공이야? 뭐야?” 묻자 “불안하지 않은 거. 그냥 불안하지만 않으면 돼, 난”이라고 답하는 걸 보면 그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동만이 차고 있는 감정워치에 ‘허기’가 많은 점, 그가 여전히 준비하고 있는 시나리오인 ‘날씨를 만들어드립니다’는 앞으로 풀어갈 이야기를 암시한 것이어서 많은 기대감을 준다. 박경세 감독(오정세)이 ‘국민스트레스관리반’에 의해 스트레스를 유발한 사람들을 죽이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는 이야기 등도 이 드라마가 유난히 ‘감정’을 많이 다룬다는 점을 예고한다.

동만이가 앞으로 부러워질 지도 모른다는 예고도 읽혀진다. 영화사 최필름 소속 기획PD인 변은아(고윤정)가 동만을 보자마자 이해했기 때문이다.

“황동만은 나약함의 모든 조건을 갖췄는데, 이상하게 그 냄새가 나지 않는다. 친구들에게 상처 받고 눈물콧물 펑펑 쏟고 또 다음날 히히덕거리면서 나타나는 그를 보면, 아픈 몸이 낫는 것 같다. 이 남자 약하지 않다. 마음속 천 개의 문이 열려 있다. 사춘기 소년처럼. 이 남자. 된다! 되는 걸 보고싶다”

은아(고윤정)는 어렸을 때 언제든 버려질 것이라는 ‘유기공포’를 가지고 있는데, 동만과의 만남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동만이 자신을 이해해주는, 예쁘고 멋있는 여자를 만난다고 생각하면,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궁금해진다. 은아는 영화사에서 ‘도끼’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날까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유능한 PD이기도 하다.

동만과 은아는 퇴근길에 항상 철도 건널목에서 만난다. ‘나의 아저씨’때도 그런 미장센이 자주 등장했다. 차단기에는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라고 쓰여있다. 무슨 인생 이야기 같기도 하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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